WBC 1차 캠프 훈련 모습 |
(MHN 유경민 기자) 한때 스프링 캠프 하면 당연히 가장 먼저 떠오르던 미국에서 왜 KBO 구단들은 더 이상 전지훈련을 진행하지 않을까.
차기 시즌 개막을 약 두 달 앞두고 공개된 각 구단의 스프링 캠프 일정에 따르면, 이번 오프시즌 미국을 전지훈련지로 택한 구단은 단 3곳에 그쳤다. 삼성 라이온즈가 미국령 괌에서 1차 캠프를 진행하는 사례를 포함하더라도, 미국을 선택한 구단 수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하면 뚜렷한 변화다. 지난 2023년 스프링 캠프 당시에는 대부분의 구단이 미국으로 향했고, 지난 시즌 역시 절반가량이 미국에서 몸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겨울, MLB의 본고장인 미국은 더 이상 '기본값'이 아닌 '선택지' 중 하나로 밀려났다.
가장 큰 배경은 전지훈련에 대한 인식 변화다. 과거에는 "미국이어야 한다"는 공식이 통용됐지만, 최근에는 비용·효율·안정성을 동시에 따지는 현실적인 판단이 우선되고 있다. 일본과 호주 등 대체 지역은 훈련 시설과 환경이 빠르게 개선되며, 실전 대비 측면에서도 미국과의 격차를 크게 줄였다. KBO 프로구단 입장에서는 굳이 더 멀고, 더 비싼 미국을 택할 필요가 없어진 실정이다.
여기에 환율 부담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21일 기준 미국 달러 은행 고시환율은 1,469.80원으로 1,500원에 육박한다. 2024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치솟은 환율로 항공료와 체류비, 시설 이용료까지 연쇄적으로 상승하면서, 대규모 선수단을 책임져야 하는 구단 입장에서 미국 캠프가 '과도한 투자'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국제 정세 불안정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이어지는 글로벌 분쟁과 외교적 긴장 국면은 외국인 선수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KBO리그 특성상 더욱 신중한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 키움의 미국 스프링캠프 현장 |
실제로 현장에서는 "어디서 하느냐보다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동 피로를 최소화하고, 훈련과 휴식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환경이 시즌 완주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이다. 전지훈련지가 '상징'에서 '전략'의 영역으로 넘어가면서, 구단들의 선택 기준 역시 보다 냉정해지고 있다.
물론 미국은 여전히 최고 수준의 훈련 인프라를 갖춘 전지훈련지다. 그러나 스프링캠프의 목적이 '환경의 상징성'이 아닌 '시즌 준비의 효율성'으로 옮겨가면서, 미국이 가지던 절대적 우위는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일본과 호주는 '차선책'이 아닌 '현실적인 주력지'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은 이동 동선이 짧고 연습경기 상대를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전 감각 유지에 강점이 있고, 호주는 기후 조건과 넓은 훈련 시설을 바탕으로 체력 강화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한다. 비용 부담과 안정성까지 고려하면, 두 지역은 이제 미국을 대체하는 선택지가 아니라 충분히 경쟁 가능한 전지훈련지로 자리 잡았다.
이제 전지훈련지는 전통이 아닌 계산의 대상이 됐다. 미국 캠프의 감소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KBO 구단들이 현실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에 가깝다.
사진=연합뉴스
<저작권자 Copyright ⓒ MHN / 엠에이치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