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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시대, 대학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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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시대, 대학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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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그린란드 언급하며 "무력 쓰지 않을 것"
AI 확산 이후 채용을 멈추거나 축소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산업계 전반에 감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더 주목할 점은 노동시장에 들어가는 관문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규 인력이 맡던 업무가 AI로 대체되면서 대학 졸업과 동시에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던 경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AI로 인한 변화는 점진적 조정의 문제가 아닌 속도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AI와 로봇 기술의 발전을 '초음속 쓰나미'에 비유하며 사회는 AI에 대한 적응시간도 확보하지 못한 채 변화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채용 시장의 변화는 이를 현실적으로 뒷받침한다.


AI는 숙련 노동자를 대체하기보다 보고서 작성, 자료 조사 등의 직무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그 결과 기업은 사람을 뽑지 않는 선택을 하고 있다.

이 변화는 대학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그동안 대학은 전공지식과 기초 실무를 배우고 기업에 들어가 현장 숙련도를 쌓는 경로의 출발점이었다.

AI는 이러한 구조를 압축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하는 인력을 훈련시킬 필요가 줄고있다.


이제 지식을 채우는 일 자체는 미디어를 통해 누구나 언제든 할 수 있다.

특히 지식 전달은 이미 AI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하는 영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이 지식의 양을 중심으로 교육을 설계한다면 그 효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학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 대학은 '무엇을 아는가'보다 '어떻게 이해하고 판단하는가'를 훈련하는 곳이어야 한다.

어떤 질문을 던질지, 복수의 선택지 가운데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또 대학은 산업변화 속에서 학생들에게 자신을 재설계하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직업의 특정 직무 기술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가 아니라, 새로운 조건에 맞춰 역할을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다.

프로젝트 기반 학습과 협업과 토론을 통한 판단 훈련이 그 핵심이다.

이는 스스로 경로를 설계하도록 하는 교육 본래의 기능이다.

AI 시대에 대학의 역할은 기술 변화가 전제하는 사회적 조건을 이해하고, 그 변화가 개인과 공동체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사유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어야 한다.

이는 기술 변화에 뒤늦게 적응하는 태도가 아니라 변화의 방향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역량을 기르는 일에 가깝다.

기술 변화가 교육의 전제 조건을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않는다면 대학은 학생들에게 더 이상 설득력 있는 학습 경험을 제공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지금 대학가에 필요한 것은 대학의 역할을 다시 묻는 질문이다.

AI는 일자리를 없애는 존재라기보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교육과 노동의 연결 방식을 먼저 무너뜨리고 있다.

이 변화 앞에서 대학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지식을 전달하는 곳에서, 맥락과 경험을 설계하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것이 AI 시대에 대학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다.

이상훈 호서대 교육혁신부처장(법학박사) AI시대,대학,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