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심교의 내몸읽기]
중국산 '2080 치약' 수천만 개가 국내 팔린 가운데, 이 치약에 든 트리클로산(triclosan)이라는 성분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트리클로산이 간 섬유화를 유발하고, 내분비계를 교란하며, 항생제 내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서다. 과연 트리클로산은 무슨 성분이고,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트리클로산은 전 세계적으로 1970년부터 오랫동안 사용된 대표적인 '항균 물질'이다. 세균·박테리아 등 미생물을 죽이나 미생물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 것이다. 트리클로산의 항균 기능이 알려지면서 이 성분은 항균비누, 샤워젤, 핸드크림, 구강청결제, 세정제, 겨드랑이 탈취제(데오드란트)뿐 아니라 양말·속옷 등의 섬유 제품, 칼·도마, 컴퓨터 키보드, 장난감, 등 다수의 생활용품에도 널리 활용됐다.
특히 트리클로산은 치약에도 함유된 적이 있다. 강력한 항균작용으로 잇몸질환(치은염 치주염)을 막고, 치태(플라크) 형성을 억제하는 목적으로 사용됐다. 실제 트리클로산이 든 치약이 잇몸 출혈을 최대 48% 줄이며, 입속 박테리아의 성장을 막고, 입냄새를 줄이는 데도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트리클로산의 무분별한 사용이 증가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2014년 3월 미네소타 대학의 연구 결과, 트리클로산이 함유된 위생용품이 광범위하게 사용된 탓에 배수로·하천 등 생태계에서도 발견됐다. 문제는 호수에 녹아든 트리클로산이 햇볕에 노출되면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으로 분해된다는 것.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20일 서울 양천구 서울지방식약청 브리핑실에서 열린 애경산업 2080 치약의 트리클로산 검출 관련 브리핑에서 트리클로산이 검출된 수입 제품이 진열돼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애경산업이 수입한 2080 치약 6종과 국내 제조 치약 128종을 전수조사한 결과, 수입 제품 870개 제조번호 중 754개(86.6%)에서 최근 국내에서 사용 금지된 물질인 트리클로산이 최대 0.16% 검출됐다고 20일 발표했다. 반면 애경산업이 국내에서 직접 제조한 128종은 모두 불검출로 나타났다. 2026.01.20. bluesoda@newsis.com /사진=김진아 |
이때문에 어류·조류 등 해양 생물, 수중 생태를 심각하게 교란시킨다고 지적이 나오자 트리클로산에 대한 논란이 확산했다. 이에 미네소타주는 2014년 미국 최초로 트리클로산을 함유한 소비자 제품 판매 금지법을 통과시켜 2017년 시행했다.
이후 '트리클로산이 암(난암·유방암·간암 등)을 유발하고,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며, 항생제 내성을 유발한다'는 등 인체에 유해하다는 보고가 잇따라 발표됐다. 사람이 트리클로산에 노출되면 갑상선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끼치고, 손 악력이 떨어지며, 비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도 보고된다. 심지어 뇌 발달를 교란시키고, 심장 수축력을 떨어뜨리며 에스트로겐·테스토스테론 등 성호르몬 분비 체계를 교란해 정자 수가 줄고 난임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트리클로산이 생체 축적성·잔류성으로 체내 농도가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2002년 스웨덴 연구에선 출산한 여성의 모유 속에서 고농도의 트리클로산을 발견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미국인 75%의 소변에서 트리클로산이 발견됐다고 보고한 바 있다. 또 미국에서 진행한 동물실험에 따르면 트리클로산에 장기간 노출된 동물에게서 간섬유화·간암이 유발됐다. 의학계에선 트리클로산이 임신부의 태반을 통과해 태아의 뇌 발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20일 서울 양천구 서울지방식약청 브리핑실에서 열린 애경산업 2080 치약의 트리클로산 검출 관련 브리핑에서 트리클로산이 검출된 수입 제품이 진열돼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애경산업이 수입한 2080 치약 6종과 국내 제조 치약 128종을 전수조사한 결과, 수입 제품 870개 제조번호 중 754개(86.6%)에서 최근 국내에서 사용 금지된 물질인 트리클로산이 최대 0.16% 검출됐다고 20일 발표했다. 반면 애경산업이 국내에서 직접 제조한 128종은 모두 불검출로 나타났다. 2026.01.20. bluesoda@newsis.com /사진=김진아 |
또 트리클로산이 입속에서 박테리아를 억제하는데, 이런 효과가 결국 입속 박테리아의 내성을 키워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가천대 길병원 치과 이지영 교수는 "트리클로산에 저농도로 계속 노출되면 트리클로산에 저항해 살아남은 세균이 다른 약(항생제)에도 반응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이를 '교차 내성'이라고 한다. 이지영 교수는 "트리클로산에 대해 저항성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다른 항생제에 대한 교차 내성을 유발하면 심각한 공중보건학적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인체 유해성 논란으로 식약처는 2016년 10월 국내 치약과 구강용품에 트리클로산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지난 2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중국 도미(Domy)사에서 2023년 2월부터 제조해 애경산업이 국내 들여온 2080치약 수입제품 6종 870개 제조번호 제품 가운데 754개(87%)에서 트리클로산이 최대 0.16% 검출됐다"고 밝혔다. 반면 국내에서 제조한 128종에선 모두 트리클로산이 검출되지 않았다.
식약처 의약외품정책과 송현수 과장은 "트리클로산은 우리나라에서도 치약 제품에 0.3%까지 허용했던 성분이지만 소비자 안전과 노출 저감화를 위해 식약처는 2016년부터 치약에서의 트리클로산 사용을 선제적으로 제한했다"며 "애경산업에 대해 행정처분 절차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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