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MBN 언론사 이미지

"12.3 계엄은 위로부터의 내란"…구형보다 '센' 중형, 이유 보니

MBN
원문보기

"12.3 계엄은 위로부터의 내란"…구형보다 '센' 중형, 이유 보니

서울맑음 / -3.9 °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왼쪽)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있다. / 사진=서울중앙지법 제공


법원이 내란우두머리방조·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검찰이 구형한 징역 15년보다 높은 징역 23년을 선고했습니다. 12·3 비상계엄을 ‘위헌, 위법한 내란’ 및 ‘친위 쿠데타’로 정의하고 한 전 총리가 이를 막을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오늘(21일) 오후 2시부터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징역 23년형을 내렸습니다.

앞서 한 전 총리는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남용을 견제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국무회의 부의장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은 당초 한 전 총리를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로 기소했으나, 공판 과정에서 재판부의 요구에 따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했습니다.

그동안 한 전 총리는 일부 위증 혐의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내란에 가담할 의사가 없었다며 부인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한 전 총리에게 적용된 대부분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한 전 총리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비롯해 △허위 공문서 작성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공용서류 손상 △위증 혐의 등을 받습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있다. / 사진=서울중앙지법 제공


우선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 선포와 포고령 발령 등이 형법상 내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12·3 내란은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과 추종 세력에 의한 것으로, 성격상 ‘위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한다”며 “이런 형태의 내란을 이른바 ‘친위쿠데타’라고도 부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12·3 내란의 위헌성 정도는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비교할 수 없다”며 “무엇보다도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 경시하고 이를 위반한 내란 행위를 함으로써 국민이 가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신념 자체를 뿌리째 흔들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윤석열의 의사가 확고하다는 점을 깨닫고 그 필요성과 정당성에 동의하여 비상 계엄 선포에 필요한 국무회의 심의라는 절차적 요건을 형식적으로나마 갖추도록 한 점은 윤석열 등 내란행위에 있어서 중요임무에 종사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국무총리로 부여받은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점이 구체적인 상황에서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피고인이 작위 의무를 이행하였더라면 윤석열의 비상 계엄 선포 등의 내란 행위라는 결과를 쉽게 방지할 수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가 국무위원 심의를 거쳐 이뤄진 것 같은 외관을 형성한 행위, 계엄 선포 후 국무위원들에게 관련 문서에 서명을 받으려 한 행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주요 기관 봉쇄 및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이행 방안을 논의한 행위 등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후 계엄 문건을 만든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재판부는 “작성일을 소급한 문서를 허위로 작성한 것이 알려지면 논란될 점을 (피고인이) 인식하고 있었다”며 “윤석열, 김용현, 강의구와 순차적·암묵적으로 공모하여 서명함으로써 공동으로 허위공문서를 작성하며 허위공문서라는 인식과 행사할 목적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작년 2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 역시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비상계엄 선포 후 추경호 당시 여당 원내대표에 전화해 국회 상황을 확인하고 국회 통고 여부를 점검한 행위, 계엄 해제 후 이에 대한 국무회의 심의를 지연시킨 행위, 허위공문서인 ‘사후 계엄 선포문’을 행사한 혐의는 무죄로 봤습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이진관 부장판사가 발언하고 있다. / 사진=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부는 양형 사유로 “피고인은 12·3 내란이 성공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국무총리로서의 책임을 외면하고 일원으로 가담했다”며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로 대한민국은 자칫하면 국민 기본권과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가 유린당한 어두운 과거로 회귀해 독재 정치라는 수렁에서 장기간 헤매 나오지 못하게 될 수 있었고, 국민은 씻을 수 없는 상실감과 상처를 입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피고인은 국무총리로 12·3 내란의 진실을 밝히고 합당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사후 자신의 안위를 위해 관련 문건을 은닉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것처럼 보이기 위해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거나 폐기하고 헌법재판소에서 위증했다”며 “재판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하거나 CCTV와 같은 객관적 증거에도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진실을 은폐하며 책임을 벗어나고자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최후진술에 이르러 국민의 고통에 반성한다고 사과했으나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범죄행위로 인한 국민의 피해 회복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다는 자료가 없다”고 질책했습니다.

한 전 총리는 선고 이후 “재판장님 결정에 겸허하게 따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한 전 총리를 법정 구속했습니다.

한편 이날 판결은 12·3 비상계엄 사태에 처벌을 부여할 수 있는지, 내란 혐의와 연관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첫 번째 법적 판단이 될 예정입니다. 특히 한 전 총리의 사후 계엄 선포문과 관련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혐의와 유사한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 Copyright ⓒ MBN(www.mbn.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