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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원전 여론 조사 발표에 전문가들 “민주주의 아니라 무책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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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원전 여론 조사 발표에 전문가들 “민주주의 아니라 무책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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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조사 문항도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도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따른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을 앞두고 21일 발표한 대국민 여론 조사 결과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사실상 신규 건설로 답을 정해놓은 상황에서 형식적 절차를 갖추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국가 정책이 정반대로 가서는 안 된다며 사실상 신규 원전 건설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여론 조사 결과 발표에 앞서 전날 국무회의에서 신규 원전 건설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 아니냐’는 질의에 “원전 문제가 너무 정치 의제화됐다”며 “필요하면 안전성 문제를 포함해서 검토할 수 있지만 마치 이념 전쟁의 도구처럼 인식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원전이) 필요한지 안전한지 국민의 뜻은 어떠한지 이런 것들을 열어놓고 판단하자는 얘기였다”며 “더군다나 국가 안정성이나 국가 정책의 안정성, 지속성이라는 측면에서 정권 바뀌었다고 마구 뒤집는 건 경제 주체들의 경영 판단이나 미래 예측에 장애를 주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적으로 보면 원전 수출이 중요한 과제”라며 “원전 시장도 엄청나게 많이 늘어나고 있는 점들까지 객관적으로 고려하자, 그런 취지였다. 최종 결정은 남아있으니까 공론화도 거치고 의견 수렴도 하고 논쟁도 하고 좀 열어놓고 하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 대통령 발언과 여론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전문가들은 “두 차례 찬반토론회를 왜 했는지부터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 공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원전이 필요하냐’고 묻는 여론 조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이런 결정 방식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무책임한 것”이라며 “전력망 운영 정책을 세우는 데도 굉장히 해롭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을 여론에 돌려서 신규 원전도 짓고 재생에너지도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며 “정치권에서는 갈등 조정이 중요 덕목이겠지만 전력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했다.

전영환 홍익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원전 발전 비용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어야 한다고 짚었다. 전 교수는 “단순히 ‘원전은 싸다’는 생각이 미래에는 달라질 수 있다”며 “국민에게 제대로 정보를 알리지 않고 그냥 여론 조사로 정책 결정을 하는 방식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원전은 전체 전력에서 평균 32%를, 재생에너지는 10% 정도를 차지한다. 봄이나 가을처럼 전력 수요가 상대적으로 낮은 계절에는 발전량이 수요보다 많은데, 재생에너지 발전 중단에 대한 보상이나 전력 저장 비용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론 조사 문항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여론 조사 안내문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문항에 앞서 제시된 안내문에는 “세계는 지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있다”며 “다만, 날씨 등에 따른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보완하고, 인공지능(AI), 반도체, 전기차 등 증가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도 활용하는 ‘에너지 믹스’(전원 구성)를 추진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력연구소장은 “11차 전기본이든 12차 전기본이든 전력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AI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원전이 필요하고, 정부도 이런 발전 방향을 이미 수립했다는 것으로 읽힌다”며 “당연히 (원전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유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론 조사를 제대로 하려면 에너지원별 장·단점, 위험성과 필요성 등을 충분히 이해한 뒤 문항에 답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다.

기후부는 이날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와 두 차례에 걸친 정책토론회 결과를 종합해 신규 원전 추진 방안 등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기후부는 지난달 30일과 이달 7일 ‘바람직한 에너지 믹스’라는 이름으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정책 토론회의 경우 원전 최대 단점으로 꼽히는 핵폐기물이나 안전과 관련한 논의는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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