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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멜라·김보영·김숨·박솔뫼·정영선…작가들이 그린피스와 만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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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멜라·김보영·김숨·박솔뫼·정영선…작가들이 그린피스와 만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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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와 출판사 곳간이 소설가 김멜라·김보영·김숨·박솔뫼·정영선 소설가 함께 ‘사라지는 것들’을 주제로 한 앤솔러지 <한 사람에게>를 출간했다. 곳간 제공

그린피스와 출판사 곳간이 소설가 김멜라·김보영·김숨·박솔뫼·정영선 소설가 함께 ‘사라지는 것들’을 주제로 한 앤솔러지 <한 사람에게>를 출간했다. 곳간 제공



김멜라·김보영·김숨·박솔뫼·정영선. 한국 문학의 최전선에 선 여성 작가들이 국제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와 만났다. 이달 말 출간되는 소설 앤솔러지 <한 사람에게>를 통해서다. 기후 위기가 일상의 언어가 되어버린 시대 작가들이 ‘사라지는 것들’을 주제로 써낸 소설들은 종말의 감각을 다시금 일깨운다. 다섯 명의 작가를 유선 서면으로 만나 책에 참여한 이유를 들었다.

심해 생물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해 생태계 파괴로 인한 지구 환경의 문제를 드러낸 단편 ‘고래 눈이 내리다’로 세계적인 SF문학상인 로제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소설가 김보영은 이번 앤솔러지에서도 비인간 존재에게 시선을 돌렸다. 작품집에 실린 ‘축제’는 인어들이 산란을 위해 신선한 생명의 축제인 ‘순례길’에 오르는 이야기를 담았다. 파괴된 숲과 물길에서 인어들은 생태계 파괴자 ‘주검’을 만난다.

소설가 김보영. 경향신문 자료사진

소설가 김보영. 경향신문 자료사진


“그들이 지나간 자리마다 나뭇잎은 말라 시들고 가지는 타거나 부러진다. (주검의) 다리에서는 끈끈한 진액이 흘러 디딘 자리마다 진액이 굳어 만들어진 검고 단단한 돌바닥이 생겨나며 그 자리는 긴 시간 맹독을 뿜는다. 우리가 아이들이 태어나면 가장 먼저 가르치는 것이 주검이 보이면 무조건 도망치라는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영화 <모노노케 히메>에 나오는 재앙신을 연상케도 하는 ‘주검’은 현시대 인간을 은유한다. 김보영은 “작은 짐승들에게 인간이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감당할 수 없는 재앙으로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설가를 넘어 한 인간으로서 현시대의 생태적 위기에 대해 “지금 환경파괴는 인간조차 살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자연의 오염을 내가 먹고 있고 내가 숨 쉬고 있고 그것으로 인해 나를 죽이고 있는 걸 잊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심각성을 인지했다.

소설가 정영선. 작가 제공

소설가 정영선. 작가 제공


그린피스는 그간 서울 한복판에 거대한 플라스틱 조형물을 설치해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부각하는 등 예술 활동과 결합한 환경 캠페인을 선보인 바 있지만 문학들과 협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영선은 ‘매축지마을의 수국화분’이라는 작품에서 부산 범일 5동의 한마을을 주제로 자본과 개발 논리에 의해 무너지는 삶의 현장을 담았는데, 작가는 “그린피스가 문학과 협업한다는 것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일이라 기획 자체가 신선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책의 탄생에는 부산의 1인 출판사인 ‘곳간’의 역할이 있었다. 김대성 곳간 대표는 “지역의 작은 출판사로서 앞으로의 활동을 고민하던 중 환경단체와 소설가들의 협업을 떠올리게 됐다”며 “기획 제안서를 그린피스에 전달하고 작가들을 섭외해 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작가들을 섭외하며 환경 혹은 기후 소설이라는 정해진 틀 대신 ‘남겨진 것들’이라는 폭넓은 주제를 던졌다.


소설가 김숨. 서성일 선임기자

소설가 김숨. 서성일 선임기자


소설가 김숨은 ‘이곳은 정류장이 아닙니다’는 이번 선집에서 가장 결이 다른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이 드문 지역의 버스 정류장을 배경으로 이주 노동자로 보이는 이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떠나는 이야기가 흡사 서사시처럼 담겼다. 이주 노동자처럼 보이는 이들이 왔다가 사라지는 장면은 쓸쓸하면서도 몽환적인 감각을 불러낸다. 김숨은 주제를 받고 “고마운 존재들인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증발시킨 존재들”에 대해 썼다고 말했다.

소설가 김멜라. 작가 제공

소설가 김멜라. 작가 제공


작가들은 대체로 환경단체와 문학의 만남 그리고 작은 출판사의 도전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번 기획에 참여했다. ‘물먹은 편지’라는 단편으로 참여한 김멜라는 “소설에 ‘결국 이 세상은 먹이와 더 작은 먹이들의 돌림 노래’라는 표현이 나온다. 내가 생각하는 자연은 서로 먹이가 되어주는 커다란 공동체다. 인류도 그 안에 속해 있다. 돌림노래처럼 삶과 죽음의 부드러운 연결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까마귀에게’라는 작품으로 책에 참여한 박솔뫼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떤 면에서 많은 소설들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쓰고 있다고 생각한”며 “우리가 지금과 조금 다른 환경이나 조건에서 살아간다면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지점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말했다.

소설가 박솔뫼. 작가 제공

소설가 박솔뫼. 작가 제공


뜻깊은 협업인 만큼 책의 수익금 일부는 그린피스에 후원된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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