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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가 암 부른다고?…“단순 염장채소와 구분해야” [식탐]

헤럴드경제 육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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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가 암 부른다고?…“단순 염장채소와 구분해야” [식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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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절임채소 아닌, ‘복합 발효식품’
절임채소를 ‘양념·발효’, 김치 유일
“위암 억제 기능 밝힌 연구 결과도”
김치 [123RF]

김치 [123RF]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김치, 건강식품 아니었어요?”

40대 여성 김모 씨는 김치가 발암 식품 목록에 포함된 연구 결과 소식을 듣고 당황스럽다고 했다. 미국 정부의 새 식이 지침에 명시되며 건강식품으로의 위상이 커진 것과 반대되기 때문이다.

최근 김치에 관한 상반된 결과가 연이어 발표되며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김치 전문가들은 김치를 단순한 절임채소가 아닌 ‘복합 발효식품’으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위암과의 관계는 ‘김치 vs 비김치’ 문제가 아니라, 염도 관리·섭취량·전체 식생활 패턴의 문제라는 의견도 나온다.

해당 연구는 최근 국제학술지 역학과 건강(Epidemiology and Health)에 실린 국내 연구다. 논문에선 한국인의 암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식습관 요인으로 각종 절임채소를 말하는 ‘염장채소’가 지목됐다. 염장채소 섭취가 암 발생과 사망에 미친 영향력은 각각 2.1%, 1.7%로 추산됐다. 특히 위암과의 연관성이 두드러졌다. 짠맛 위주의 식생활이 한국에서 위암 부담을 키워왔다는 결론이다.

관련 논란은 여기에 김치가 포함돼서다. 발효식품(김치)과 단순 염장채소와는 본질적 차이가 있어 이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우제 세계김치연구소 김치헬스케어연구단장은 “김치를 장아찌 등의 절임채소와 동일 범주로 분류하는 것은 발효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치는 향신채소(파·마늘·생강·고추 등)로 이뤄진 양념이 쓰이고 발효되면서 원재료에 없던 다양한 기능성 영양물질이 새롭게 생성된다. 동물성 발효식품인 젓갈과 식물성 재료가 복합 발효된다는 점은 김치만의 독특한 특징이란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세계김치연구소에 따르면 채소를 절임 처리한 후 다양한 부재료와 ‘양념’을 첨가해 ‘발효’한 식품은 전 세계적으로 김치가 ‘유일’하다. 이는 중국이 김치의 기원이라고 주장하는 ‘파오차이’와 김치를 구분 짓는 중요한 차이점이기도 하다. 박채린 세계김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한·중 문화충돌 대응 학술회의(2022)에서 “동물성 젓갈·복합 양념이 들어가는 김치는 단순 채소절임인 중국의 파오차이와 전혀 다르다”라고 밝혔다.

위암의 경우, 김치와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 일부 연구에선 김치를 ‘지나치게 짜게·과도하게’ 섭취하는 조건에서 위암 위험이 다소 증가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적정량의 김치를 섭취한 군에선 위암 위험이 오히려 낮아진다는 연구(International Journal of Cancer·2002)도 있다.

국제학술지 약용식품저널(Journal of Medicinal Food·2014)에 실린 연구에서도 오히려 김치 발효과정에서 생성되는 유익균과 항산화성분이 위 건강에 도움 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지난해 세계김치연구소가 2022년~202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김치 섭취량 증가와 나트륨 섭취량 증가는 연관성을 보였으나, 김치에는 칼륨과 식이섬유 등 나트륨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영양소 섭취를 증가시켰다.


이우제 김치헬스케어연구단장은 “관련 연구들은 김치가 절대적 발암 요인이 아니라, (지나친) 섭취량이나 (짜게 만드는) 조리 방식, 또는 개인의 건강 상태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라며 “김치 섭취와 나트륨 관리 전략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 정부는 새로운 국가 식단 체계에 김치를 명시하며 김치의 기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장(腸) 내 유익균 증가와 개체 다양성 유지를 통해 건강에 이롭다는 연구 결과들을 근거로 들었다.

이우제 단장은 “김치를 단순히 ‘고나트륨 식품’으로 규정하기보다 건강에 미치는 기능을 전반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라며 “적절한 염도와 양으로 먹는다면, 김치는 건강상 이점까지 지닌 우리나라의 중요한 문화 자산”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