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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대출 담보정보 ‘은밀한 교환’… 공정위, 과징금 2720억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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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대출 담보정보 ‘은밀한 교환’… 공정위, 과징금 2720억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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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영업부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뉴시스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영업부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뉴시스


국내 4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이 부동산 담보대출의 핵심 조건인 ‘담보인정비율(LTV)’ 정보를 장기간 조직적으로 공유하며 담합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은행이 경쟁을 회피하며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해 총 27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엄중 제재를 내렸다.

21일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4개 은행은 지난 수년간 부동산 담보대출을 실행할 때 적용하는 LTV 수치를 실무자 간의 소통 채널이나 회의 등을 통해 수시로 공유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LTV는 담보 가치 대비 대출 가능한 최대 한도를 결정하는 지표로,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규모와 리스크 관리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영업 비밀에 해당한다.

하지만 4대 은행은 이 정보를 투명하게 경쟁에 활용하는 대신 서로의 수치를 맞춰가는 방식으로 대출 조건의 차별성을 없앴다. 이러한 정보 교환은 결과적으로 은행 간의 금리 경쟁과 한도 경쟁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정 은행이 공격적으로 LTV를 높여 고객을 유치하려 하기보다는, 타행의 수치를 확인한 뒤 비슷한 수준에서 대출 한도를 설정함으로써 시장 점유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 한 것이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더 유리한 대출 조건을 선택할 기회가 박탈되고 사실상 가격 담합과 유사한 효과가 발생했다고 봤다. 실제로 담합에 참여한 4개 은행의 평균 담보인정비율은 비담합 은행들보다 7.5%포인트나 낮았으며, 상가·공장 등 비주택 부동산의 경우 격차가 8.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번 제재 조치는 2021년 12월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상 ‘경쟁제한적 정보교환 담합행위 금지’ 규정을 적용한 국내 첫 사례다. 직접적인 가격 합의가 없더라도 중요한 거래 정보를 교환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 자체가 제재 대상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독과점이 고착화된 금융 분야의 담합 행태를 적발해 제재함으로써 금융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생산적 금융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각 분야의 정보교환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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