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해 국가가 책임이 있다고 재차 인정했다. 다만 국가가 추가로 배상할 금액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판사 김형철)는 21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7명이 2012년 8월 국가 등을 상대로 제기한 3억7000만 원가량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피해자와 유족 등은 국가뿐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또는 납품한 세퓨, 옥시레킷벤키저, 한빛화학 등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었다. 재판부는 이날 국가와 제조사 세퓨에 대한 청구만 받아들이고 한빛화학,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등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세퓨가 피해자 3명에 각각 800만, 900만,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국가의 배상에 관해서는 “대한민국에 대한 책임은 인정했으나 이미 손익상계를 보면 대한민국이 책임질 부분은 남아있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은 1994년부터 판매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쓴 소비자의 폐 손상 등이 발생한 사건이다. 피해자들은 주로 2008년부터 2011년 사이에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이 주원료인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뒤 원인 불명의 폐 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고, 입원 치료 중 일부는 사망했다. 2011년 본격적으로 논란이 불거졌고 당시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는 역학조사를 진행해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의 인과관계를 최초로 확인했다. 공식 사망자는 1382명이다.
앞서 대법원은 2024년 6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국가가 충분하게 유해성을 심사하지 않았는데도 안전한 것처럼 성급하게 결과를 고시했고 10년 가까이 방치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가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은 2023년 11월 처음 나왔다. 당시 옥시 등 제조사는 피해자 김모 씨에게 위자료 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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