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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권의 ‘집값 폭등 시즌3’ 막으려면 [박현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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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권의 ‘집값 폭등 시즌3’ 막으려면 [박현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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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서초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관계자가 이재명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서울 서초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관계자가 이재명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미친 듯이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집계로는 8.98%, 케이비국민은행 기준으론 11.26% 상승했다. 조사기관마다 수치는 다르지만,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높은 수준인 것은 같다. ‘진보정권=집값 폭등’이 마치 하나의 공식처럼 되풀이되는 양상이다. 과거 같으면 정권이 흔들거릴 수준의 기록인데도 이번엔 대통령 지지율에 별 영향이 없는 것 같다. ‘이럴 줄 알았다’고 체념한 시민들이 많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지난해 서울 집값 급등은 공급 부족이 누적된 상황 속에서 정치권의 잘못된 시그널이 불을 붙인 측면이 적지 않다. 지난해 2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돌연 서울 강남 일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면서 강남 아파트값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3월부터 상승세는 인근 지역으로 빠르게 번졌다. 여기에 6월 대선 국면을 맞아 새 정부 출범 기대감이 겹치며 6~7월에 다시 급등했다.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발언도 시장 심리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부동산 시장과의 전쟁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문재인 정부 때 실패를 잘 복기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초기에 대출·세금 등 수요 억제 중심의 대책에 집중했으나, 코로나 시기 초저금리라는 특수한 금융 환경까지 겹치며 역부족을 드러냈다. 집권 후반기에 공공 중심의 대규모 공급 대책(2·4 대책)을 꺼냈으나 그마저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투기 의혹에 휩싸이며 추진 동력을 잃었다. 초반부터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썼다면 결과가 달랐을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정부가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라는 큰 틀을 잡은 것 자체는 타당하다. 다만, 여기서 세제를 제외할 이유는 없다.



과거 실패 경험 탓에 세금 카드를 꺼내는 게 두려울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야 할 일을 미뤄서는 안 된다. 세제를 집값 잡기용 수단으로 접근하면 필패라는 교훈은 분명하다. 이재명 대통령도 21일 “세금은 국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인데 이런 규제 수단으로 전용하는 건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말했는데,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조세정의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파트 매매로 수십억원대 불로소득을 거두면서도 세금 부담은 미약하다면 사회적 위화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 연구기관의 국제 비교로 보더라도 우리의 부동산 보유세는 낮은 편이다. 필자가 지난해 서울 강남 압구정동 아파트와 미국 뉴욕 맨해튼 부유층 거주지인 어퍼이스트사이드 콘도를 비교해본 결과도 우리가 2~3배 정도 적었다. 특히 양도소득세 구조는 심각하게 왜곡돼 있다. 강남에는 100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가 수두룩한데 1주택자의 경우 일정한 보유·거주 요건을 갖추면 양도차익의 최대 80%까지 공제(장기보유특별공제)를 해준다. 이른바 ‘똘똘한 한채’ 선호 현상은 바로 이런 지대 추구가 가능한 제도가 유인한 탓이 크다. 초고가 1주택에까지 일률적인 우대를 해줄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이런 제도가 굳건한 데에는 기득권층의 저항 외에도 강남 아파트를 보유한 고위 관료들의 이해관계가 개입돼 있을 수 있다는 의심마저 든다.



지방 유지들이 건물과 땅을 팔아 서울 강남 아파트를 장만한다는 얘기는 더는 뉴스도 아니다. 이러니 서울 아파트값만 치솟고 지방 부동산은 초토화되는 것이다. 지방에서 돈이 빠져나가는데 ‘지방주도성장’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지방주도성장을 위해서라도 부동산 세제를 손봐야 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같은 한채라도 소득세처럼 20억원, 30억원, 40억원 등 구간을 더 촘촘히 해 보유세를 달리 적용하자는 제안이 있는데,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주택 보유세·양도세에도 소득세처럼 과세구간을 더 세분화하고 누진율도 높이자는 것인데, 좋은 아이디어다.



다만 조세 저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우선은 인상을 점진적으로 진행해 납세자들이 충분히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세금을 낸 이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현행 종합부동산세는 주로 서울 강남에서 거둬 지방에 배분하는 식인데 이상적으로는 바람직하다. 반면 미국에서는 보유세가 자신이 사는 지역의 학교·공원 등 서비스에 직접 쓰인다. 일부라도 이렇게 전환하면, 조세 저항이 줄어들 것이다. 아울러 앞으로 정권이 바뀌더라도 보유세와 양도세에는 손을 대지 않아야 한다. 세금을 올려도 매물이 나오지 않는 건 정권이 바뀌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갈 거라는 기대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 폭등은 어느 한 정권의 실패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투기 심리와 함께 수십년간 반복된 정책 왜곡이 빚어낸 결과다. 진보정권의 ‘집값 폭등 시즌3’은 제발 여기서 끝나야 한다.



논설위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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