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와 전북지부 등은 21일 오전 전북 군산 국가·일반산업단지 한 물류창고 앞에서 한국지엠(GM)의 물량반출과 대체근로를 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 천경석 기자 |
“군산은 한국지엠이 노동자들의 삶을 망치고 그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곳입니다. 저들은 또다시 이곳을 야비한 탈출구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21일 오전 전북 군산시 국가·일반산업단지 초입의 한 물류센터 앞. 마이크를 손에 쥔 권현구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영하 4도, 따갑게 얼굴을 스치는 칼바람에 잔뜩 움츠러든 몸 위로 눈발이 날렸다. 이날 이곳 물류센터 앞에는 70여명의 노동자가 모였다. 한국지엠(GM) 세종물류센터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된 노동자들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와 전북지부 등은 한국지엠의 물량반출과 대체근로를 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해 11월 한국지엠은 세종부품물류센터 사내하청업체인 우진물류와의 도급 계약을 해지하고, 그 업체 소속 노동자 120명의 고용계약도 지난 1일 일괄 종료했다. 20년이 넘게 장기근속한 노동자들도 있는 상황에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였다. 물류센터가 있는 세종과 인근 대전·청주·공주 등에 사는 해고 노동자 96명은 지난달 30일부터 물류센터에서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국지엠은 이들의 농성을 피해 세종이 아닌 군산에 있는 창고를 이용해 부품을 반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이날 군산에 모인 것도 이 물류창고에서 부품 반출이 이뤄지는 것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사흘째 이곳 군산 물류센터 앞을 지키고 있는 해고 노동자 오성택씨는 “우리는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그저 우리가 하던 일 그대로, 길게는 20년 동안 해왔던 일 그대로 하고 싶은 마음에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라며 “하청 기업 뒤에 숨어 책임 없다고 말하는 한국지엠이 120명의 노동자를 거리로 내몰았다. 이것이 글로벌 기업 지엠이 항상 강조하는 윤리 강령에 맞는 것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속노조 지엠물류지회가 확인한 반출 물류 목록. 지회 제공 |
한국지엠의 부품 반출 의혹은 노조를 통해 확인됐다. 지난 8일 아침 8시30분께 세종시 연기면에 있는 한국지엠부품물류센터에서는 집단 해고가 벌어지기 전 노동자들이 포장 작업한 부품 물량을 새로운 업체인 정수유통이 반출하려다 노조원들에 의해 저지되기도 했다. 금속노조 지엠물류지회가 확인한 반출 물류 목록을 보면, 해당 화물차는 8일 ‘군산 신창고’로 29개 제품번호의 자동차 부품 1만7820개를 옮길 예정이었다.
이태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한국지엠이 세종물류센터를 외주화하려는 계획에서 이번 문제가 불거졌다”고 했다. 이 국장 설명을 들어보면, 한국지엠은 노조와 맺은 단체 협약을 어기고 직영 정비센터 9곳을 폐쇄했고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전국 4개 물류센터도 세종물류센터로 통합했다. 이 국장은 “세종센터마저 외주화하려는 상황인데, 이 외주화는 한국지엠에 들어오는 이익을 미국 본사로 빼돌리려는 의도로 의심된다”며 “2018년과 같이 공장을 폐쇄하고 한국에서 철수하겠다는 협박을 하기 위한 계략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지엠은 8100억원이라는 공적자금을 받은 기업이다. 국민의 혈세인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정부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감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와 전북지부 등은 21일 오전 전북 군산 국가·일반산업단지 한 물류창고 앞에서 한국지엠(GM)의 물량반출과 대체근로를 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 천경석 기자 |
이날 집회에는 전북 노동단체도 함께 했다. 이민경 민주노총 전북본부장은 “회사는 노조 조합원을 모두 해고하고 야비한 방법으로 물량을 반출하는 이상한 일을 벌이고 있다”면서 “노동자들의 노동 가치를 인정받게 하자는 것은 우리가 사활을 걸고 지켜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전날 세종물류센터를 찾아 해고 노동자들과 1박2일 농성을 함께한 김필수 금속노조 전북지부장도 “군산은 지엠이라는 외투자본 때문에 큰 피해를 본 도시다. 전북에서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 지엠부품물류지회는 22일 청와대와 서울 노동청, 인천북부노동청을 거쳐 본사인 한국지엠부평공장에서 순회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천경석 최예린 기자 1000pr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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