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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들어가도 되나"…너무 추워 KT대리점·편의점 '쉼터' 문 열어봤다

머니투데이 김승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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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들어가도 되나"…너무 추워 KT대리점·편의점 '쉼터' 문 열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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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매장 따뜻한 쉼터로…'기후동행쉼터' 서울 내 446개소 운영

20일 저녁 방문한 광화문 KT 대리점. /사진=김승한 기자

20일 저녁 방문한 광화문 KT 대리점. /사진=김승한 기자


"어떻게 오셨어요?" "그냥 잠깐 쉬었다 가려고요."

지난 20일 저녁 서울 광화문 인근 KT 대리점 앞.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한파 속에서 약속시간까지 20분가량 남았지만 마땅히 머물 곳이 없어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입구에는 '기후동행쉼터'라는 파란색 스티커가 붙어 있다. "잠깐 쉬러 왔다"라고 말하자 직원은 소파 좌석을 안내한 뒤 음료를 제공했다. 별도의 추가 질문도 눈치도 주지 않았다.

이곳은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민간이 함께 운영하는 '기후동행쉼터'다. 서울 시내 편의점(GS25·CU 33개소), 은행(신한은행 192개소), 통신사(KT 대리점 221개소) 등 총 446개소가 쉼터로 지정돼 있다. 겨울과 여름철 휴게 공간이 마련된 점포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영업시간 중 별도의 절차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KT 대리점 쉼터 공간과 제공된 음료수. /사진=김승한 기자

KT 대리점 쉼터 공간과 제공된 음료수. /사진=김승한 기자



KT 광화문역점 직원은 "최근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피할 곳이 마땅치 않은 분들이 간헐적으로 찾아오신다"며 "주로 어르신들이 많고, 조용히 들어와 휴대폰을 충전하거나 잠시 쉬었다 가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놓고 '쉼터를 이용하러 왔다'는 분은 드물지만, 문 앞에 스티커가 붙어 있어서 호기심에 방문하는 분들도 가끔 계시다"고 했다.

행안부는 한파 대응을 위한 안전망 중 하나로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민간과 협업해 '기후동행쉼터'와 유사한 형태의 쉼터를 마련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청사·복지·문화·체육시설과 금융기관 등과 연계해 '한파쉼터'라는 명칭으로 전국에 약 5만3000여 곳을 운영하고 있다.

행안부는 향후 누구나 접근 가능한 일상형 쉼터와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쉼터를 두 축으로 쉼터 정책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앞으로는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쉼터와 함께, 쪽방촌 주민이나 노약자처럼 극한 기후에 취약한 분들을 위한 맞춤형 쉼터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이용자의 다양성을 고려해 쉼터 운영 방식도 점차 다변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도봉구 KT 매장 기후동행쉼터 스티커. /사진=김승한 기자

도봉구 KT 매장 기후동행쉼터 스티커. /사진=김승한 기자




쉼터는 있지만 '쉼'은 부족…실효성 글쎄

일부 시민들은 이 제도의 낮은 인지도와 실제 쉼터 기능 부족을 꼽으며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쉼터 스티커만 붙어 있을 뿐, 실내에 머무를 공간이 없거나 '정말 들어가도 되는지' 망설이다 돌아서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노원구 한 GS25 편의점에는 '기후동행쉼터' 스티커가 붙어 있었지만, 내부에는 1~2명이 서서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스탠딩 테이블만 있다. 이 점주는 "쉼터로 알고 들어오신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라면 먹는 테이블 앞에서 잠시 손을 녹이고 나가는 분들도 있다"며 "다만 그런 경우는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민간 상점이라는 점이 심리적 장벽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협력 매장이 서비스업이다 보니 누군가 들어오면 직원은 습관적으로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묻게 되는데, 이 한마디가 쉬러 온 이들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쉼터를 가끔 이용한다는 직장인 김모씨(36)는 "추위에 떨면서도 민간 상점에 들어가 쉬는 게 괜히 민폐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며 "조금 더 명확한 안내 문구나, 공공적인 성격이 느껴지는 운영 방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기후동행쉼터에 참여한 편의점들은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물건을 사지 않아도 영업 공간을 대피 공간으로 제공하는 데 자발적으로 동의해주신 분들"이라며 "공간이 다소 협소하더라도 일시적으로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시설로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동행쉼터에 참여 중인 편의점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노원구 GS25 편의점 기후동행쉼터 스티커. /사진=김승한 기자

노원구 GS25 편의점 기후동행쉼터 스티커. /사진=김승한 기자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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