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변호사비까지 조합 돈으로 처리… 법원 “조합 사유화, 금융기관장 자격 없다”
범죄 은폐·책임 전가 정황도 인정… 1심서 집행유예, 확정 시 조합장직 상실
범죄 은폐·책임 전가 정황도 인정… 1심서 집행유예, 확정 시 조합장직 상실
개인 형사사건의 벌금과 변호사 선임료를 농협 공금으로 납부하고, 내부 금융사고를 알고도 이를 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임인규 전주농협 조합장이 1심에서 사실상 '퇴출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임 조합장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금융기관 수장으로서의 최소한의 윤리조차 저버렸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전주지법 형사부(김미경 부장판사)는 21일 업무상 횡령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보고의무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 조합장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조합장직 상실에 해당하는 당선무효형이다.
임 조합장은 과거 자신이 연루된 형사사건에서 선고된 벌금 4,000만 원과 변호사 선임료를 전주농협 자금으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임 조합장 측은 "조합장 직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며 "조합을 위한 비용 지출"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전면 부정했다.
재판부는 "개인의 형사처벌로 인한 벌금은 조합 업무와 무관하다"며 "조합장의 지위를 이용해 발생한 개인 범죄 비용을 조합 자금으로 처리한 것은 명백한 횡령"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사내 법률 검토나 공식 의사결정 절차 없이 집행된 점을 보면 불법 영득 의사 역시 충분히 인정된다"고 못 박았다.
임 조합장은 내부 직원의 배임 정황을 인지하고도 이를 수사기관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특경법 위반)에서도 유죄를 피하지 못했다.
임 조합장 측은 "비상임 조합장이어서 보고 의무 주체가 아니다", "사고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농협중앙회 규정과 다수 관계자 진술을 근거로 이를 배척했다.
재판부는 "조합 내 금융사고 발생 시 고발 및 보고의 주체는 명백히 조합장"이라며 "임 조합장은 사고 보고 회의에서 '담당자가 변제하면 끝내자'며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감사 담당자가 형사처벌 가능성을 여러 차례 경고했음에도, 책임을 상임이사에게 전가하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임 조합장의 행위를 단순 실수가 아닌 조합 사유화와 책임 회피로 규정했다.
재판부는 "금융기관의 장으로서 범죄 정황을 발견하면 즉시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조직적으로 외면했고, 조합 자금을 개인 범죄 처리에 사용한 뒤에도 반환하지 않았다"며 "그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
현행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르면 조합장이 징역형(집행유예 포함)을 확정받을 경우 즉시 직을 상실한다.
이번 판결이 상급심에서도 유지될 경우, 임 조합장은 조합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전주농협 측은 판결 이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지역 농업계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 조합원은 "조합 돈을 개인 범죄 해결에 썼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라며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농협에서 조합장 도덕성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금융기관 수장의 공금 유용과 범죄 은폐가 법원에서 모두 인정된 만큼, 전주농협을 둘러싼 도덕성·책임론 논란은 당분간 가라앉기 어려울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