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양천구 서울지방식약청 브리핑실에 트리클로산이 검출된 애경 2080치약이 진열돼 있다.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중국산 수입 치약에서 사용 금지 성분인 '트리클로산'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불안은 빠르게 번졌다. 사람들이 먼저 한 건 '정확한 정보 파악'이 아니라 '손이 가는 행동'이었다. 즉시 욕실 선반에 있는 치약을 뒤집어 보고, 누군가는 사용을 멈췄다. "암에 걸릴 수도 있대" 같은 과학적이지 않은 반응은 SNS를 타고 공포는 곳곳으로 퍼졌다.
정부는 곧바로 "안전한 수준"이라고 밝히면서 검사 확대와 함께 행정처분 계획도 내놨다. 누가 봐도 발 빠른 대응이었다. 그런데도 불안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왜일까?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닌 '신뢰'이기 때문이다.
일상에 스며든 불안은 사실관계가 정리되기 전에 먼저 작동했다. 그 배경에는 오래된 기억이 있다. 우리 국민들에겐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참사 이후, '보이지 않는 화학물질'에 대한 기본적인 반감이 저변에 깔려있다. "그때도 괜찮다고 했는데"라는 말이 이번에도 국민들의 머릿속에서 먼저 재생된다. 설명을 들은 뒤 판단하는 건 차치하고, 애초에 의심을 지우지 못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트리클로산은 미생물 증식을 억제하는 살균 효과가 있어 전 세계적으로 치약뿐 아니라 소독제, 화장품 등 여러 제품에 쓰인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6년 일부 동물 연구 결과 발표 이후 건강 위해 우려가 커지자, 구강용품에 트리클로산 사용을 금지했다.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금지라면 애초에 위험했던 건데, 왜 지금은 안전하다고 하는 거지?" 같은 물음이다. 금지라는 단어는 안전 기준을 설명하기보다, 불안을 먼저 당겨온다.
물론 '안전 불감'보다 '안전 민감'이 백번 낫다. 안전 기준을 앞당겨 잡고 관리하는 건 필요하다. 이번에도 정부가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니다. 오히려 혼란이 커지기 전에 과학적 사실과 계획을 내놓았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그간 안전을 다루는 과정은 잘 보이지 않았다. 평소 어떤 기준으로 검사하는지, 어느 수준부터 문제가 되는지, 어떤 방식으로 위험을 걸러내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충분한 설명의 빈자리를 가장 빨리 채우는 건 불안이다. 이 틈에서 공포 마케팅은 힘을 얻는다. 위험을 '관리'가 아닌 '제거'의 대상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세균은 무조건 나쁘고, 항균은 무조건 좋은 것처럼 복잡한 과학을 이분법적으로 다룰 때 '항균·무균'이 적히지 않은 제품은 곧바로 '위험한 제품'이 된다. 제품의 성격이 바뀐 게 아니라, 사람들의 두려움이 학습되는 것이다.
'완벽하게 안전한 상태'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부의 역할은 "안전하다"고 말하는 데서 끝나선 안 된다. '어떤 기준으로 보고, 어디까지는 관리할 수 있으며, 문제가 생기면 어떤 순서로 막는지'를 평소에 보여줘야 한다. 과정이 투명해질 때, 공포는 작아진다. 위험의 크기와 관리 수준을 구분해 바라보는 사회가 될 때, 안전은 비로소 말이 아니라 신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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