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머니투데이 언론사 이미지

재수 끝 내놓은 은행 LTV 담합 '과징금 2720억'…공정위 판단 근거는?

머니투데이 세종=박광범기자
원문보기

재수 끝 내놓은 은행 LTV 담합 '과징금 2720억'…공정위 판단 근거는?

속보
트럼프 "2월 1일 유럽 8개국에 예고한 관세 부과 않겠다"
공정위, 은행권 담합 조사 일지/그래픽=김지영

공정위, 은행권 담합 조사 일지/그래픽=김지영


4대 시중은행의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 정보교환 담합 의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2월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은행산업 과점 폐해가 크다"며 "금융·통신 분야 과점을 해소하고 경쟁 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바로 움직였다. 은행권에 대한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두차례 현장조사 등을 거쳐 2024년 1월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에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격)를 발송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두차례 전원회의(법원 1심 기능)도 열었다.

하지만 공정위는 2차 전원회의 이튿날 돌연 재심사를 결정했다. 공정위 회의 운영 및 사건절차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사실의 오인이 있는 경우 △법령의 해석 또는 적용에 착오가 있는 경우 △심사관의 심사종결이 있은 후 심사종결 사유와 관련이 있는 새로운 사실 또는 증거가 발견된 경우 △기타 사유 등이 있을 때 재심사 명령이 가능하다.

이후 공정위는 1년여 간 추가 현장조사 및 심사보고서 재발송, 전원회의 심의 끝에 이번 제재안을 마련했다. 특히 2차례의 추가 전원회의가 끝난 이후 2달여 간 숙고 끝에 제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사건이 외형상 일치가 없더라도 정보교환만으로도 '담합'으로 제재할 수 있는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 이후 첫 제재 사례인 만큼 신중을 기했다.

문재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전원회의에서 심사관과 은행들이 심의 과정에서 새롭게 주장한 여러 사항에 대한 사실관계를 추가적으로 확인할 것을 명령해 재심사가 진행됐다"며 "담보인정비율이 부동산 담보대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조사했고 담보인정비율이 대출가능금액, 대출금리, 상환 조건, 대출 기간 등 대출서비스 내용에 대해 전반적으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4대 시중은행 LTV 정보교환 담합행위 관련 과징금/그래픽=이지혜

4대 시중은행 LTV 정보교환 담합행위 관련 과징금/그래픽=이지혜


공정위는 은행들이 주고 받은 LTV가 중요한 거래조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출가능금액, 대출금리 등 은행과 차주 간 담보대출 거래 전반에 LTV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LTV가 낮아지면 특정 부동산을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들어 차주들이 원하는 만큼 충분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이럴 경우 차주는 추가 담보를 제공하거나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을 추가로 이용해야 하는 등 거래 조건이 악화할 수도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신용등급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신용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에도 한계가 있다. 중소기업들이 담보대출 의존도가 높은 이유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소기업대출 중 담보대출 비중은 72.4%에 이른다.

실제 4개 시중은행은 비담합은행들에 비해 LTV 수준을 낮게 운용했다. 2023년 기준 4개 은행의 전체 LTV 평균값은 △KB국민은행(60.52%) △신한은행(62.48%) △우리은행(61.93%) △하나은행(63.26%) 등으로 비담합은행 평균(69.52%)보다 약 7.5%p(포인트) 낮았다. 공장, 토지 등 기업대출과 연관성이 큰 비주택 부동산의 LTV 평균 차이는 8.8%p로 더 컸다.

공정위는 다만 과징금의 기초가 되는 관련매출액을 2022년 3월부터 2024년 3월까지 기간으로 한정해 은행들이 거둔 이자이익으로 산출했다. 정부 LTV 규제에 따라 은행이 설정한 LTV가 적용되지 않은 담보대출에 대해서도 관련매출액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산정된 4개 은행의 관련매출액은 총 6조8000억원이다. 각 은행별로 관련매출액을 4%를 과징금으로 부과했다.


당초 은행권 일각에서 조(兆)단위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됐지만 실제 과징금 규모는 2000억원대로 결정됐다. 문 국장은 "공정위는 최종 과징금 규모가 결정되기 전에는 과징금 규모가 얼마가 된다는 등의 발표를 하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보도되거나 알려진 사항은 여러 정보를 조합해 추측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제재가 금융당국의 LTV 감독·규제 체계와 충돌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번 사건 제재와 관련해 금융위로부터 별도의 의견 제시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문 국장은 "은행들이 교환한 담보인정비율은 기업대출이나 가계대출 모두에 적용되는 기준이며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 LTV가 적용되는 부분은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또 기업대출은 LTV 규제라는 게 존재하지 않고, 기업대출 규모가 가계대출보다 은행별로 더 크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