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뮬레이션 활용…용매 없는 건식 공정의 난제 해결
입자 크기에 따라 PTFE 바인더가 받는 응력과 변형 거동이 달라짐을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결과(왼쪽)와 시뮬레이션 결과를 전자현미경으로 검증한 이미지(오른쪽).(아주대학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수원=뉴스1) 최대호 기자 = 국내 대학 연구진이 인공지능(AI)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차세대 배터리 제조 기술의 핵심 난제를 해결했다. 친환경적이면서도 고성능 배터리를 더 빠르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아주대학교는 조성범 아주대 교수(첨단신소재공학과) 연구팀과 가천대 최정현 교수(화공생명공학과) 연구팀이 공동으로 AI 기반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건식 전극 공정’의 최적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차세대 배터리 전극 제조 기술로 주목받는 건식 전극 공정의 핵심인 ‘바인더 섬유화’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연구 결과는 재료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 머터리얼즈(Communications Materials) 12월호에 게재됐다.
배터리 제조 공정에서 전극은 가장 중요한 단계 중 하나다. 현재 대부분의 배터리는 용매를 사용하는 ‘습식 공정’으로 만들어지는데, 이 방식은 유해 물질을 사용하고 건조 과정이 필요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반면 건식 전극 공정은 용매를 쓰지 않아 친환경적이며, 건조 과정도 생략할 수 있어 공정이 단순하고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특히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두꺼운 전극’을 만들기에도 유리해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 주목받아 왔다.
문제는 공정의 핵심인 바인더(접착 물질)의 작동 원리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건식 공정에서는 PTFE(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라는 고분자 바인더가 거미줄처럼 늘어나 입자들을 묶어주는데, 이 과정이 장비의 힘과 입자 크기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기 어려워 그동안은 시행착오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연구팀은 이 한계를 넘기 위해 미세한 입자 수준부터 실제 공정 장비 수준까지를 아우르는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AI를 결합했다. AI가 수백 가지 가상의 공정 조건을 학습·분석해, 실험으로는 수년이 걸릴 조건 조합을 단시간에 예측하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입자 크기에 따라 바인더에 전달되는 힘의 크기와 분포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입자에 맞는 최적의 공정 조건을 설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크기가 다른 10마이크로미터(μm)와 5μm 입자를 섞었을 때 바인더 섬유화가 가장 효과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입증했다.
이를 실제 리튬인산철 배터리 양극 소재에 적용한 결과, 연구팀은 기존 습식 공정을 뛰어넘는 성능의 건식 전극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두께 280μm의 두꺼운 전극에서도 균열 없이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했으며, 50회 이상 충·방전 실험에서도 99% 이상의 높은 효율을 보였다.
조성범 교수는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려면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가 필수”라며 “경험에 의존하던 건식 전극 공정을 AI와 시뮬레이션으로 설계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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