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그렇게 바뀌었다'…부당한 법에 맞선 사람들의 기록
미국연방법원. uscourts.gov |
법은 언제나 정의의 편일까. 혹은 법은 힘 있는 자의 언어일 뿐일까. '법은 그렇게 바뀌었다'는 이 오래된 질문을 미국 현대사의 결정적 재판들을 통해 정면으로 파고든다.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추상적인 법리가 아니라, 부당한 법 앞에서 무너졌던 사람들과 그 법을 바꾸기 위해 끝내 법정에 섰던 이들의 구체적인 얼굴이다.
책에는 노예제와 인종차별, 혼인 금지법, 여성의 자기결정권, 경찰 폭력 등 미국 사회의 가장 첨예한 갈등을 둘러싼 재판들이 등장한다. 정체성을 찾기 위해 도망쳐야 했던 노예 소녀, 단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다'는 이유로 범죄자가 되었던 러빙 부부, 임신중절 권리를 인정받지 못해 절망했던 여성들, 그리고 백인 경찰의 무릎에 9분 29초간 눌려 숨진 조지 플로이드까지. 이들의 삶은 법이 결코 중립적이지 않았음을 증언한다.
저자 류쭝쿤은 미국이 스스로 내세워온 '자유와 평등의 나라'라는 신화를 차분히 해체한다.
독립선언문의 이상과 달리 헌법과 법률은 오랜 시간 노예제와 인종 분리, 차별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기능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책은 이를 단순한 비판으로 끝내지 않는다. 차별을 고착화한 법이 어떻게 균열을 맞고 변화의 계기가 되었는지를, 실제 재판과 소송 전략, 법조인과 시민의 연대를 통해 보여준다.
특히 이 책은 법의 변화를 '승리의 역사'로만 그리지 않는다. 흑백 분리를 위헌으로 판단한 이후에도 지속된 남부의 저항,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한 판결이 2022년 뒤집힌 사례 등은 법이 언제든 후퇴할 수 있음을 분명히 드러낸다. 정의는 한 번의 판결로 완성되지 않으며, 매 세대 다시 싸워야만 가까워질 수 있다는 메시지가 책 전반을 관통한다.
들녘 제공 |
이 과정에서 강조되는 것은 법을 움직이는 주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다. 저자는 최초의 흑인 대법관 서굿 마셜의 말, "당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하고 법률이 뒤따르게 하라"를 인용하며, 법의 변화는 법조인만의 몫이 아니라고 말한다.
부당함을 외면하지 않는 시민, 기록하는 목격자, 위험을 감수하고 법정에 선 평범한 사람들이야말로 법을 바꾸는 진정한 힘이라는 것이다.
'법은 그렇게 바뀌었다'는 법조계 종사자에게는 법률가의 선택과 책임을 묻고, 일반 독자에게는 오늘날 미국 사회를 뒤흔드는 인종 갈등과 낙태권 논쟁, 총기 문제의 뿌리를 이해하게 한다. 동시에 차별금지법, 교육 불평등, 혐오 문제 등 우리 사회의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저자는 법은 완성된 규범이 아니라 사람들의 선택과 용기로 계속 써 내려가는 기록임을 말하고자 한다.
류쭝쿤 지음 | 강초아 옮김 | 들녘 | 476쪽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 jebo@cbs.co.kr
- 카카오톡 : @노컷뉴스
- 사이트 : https://url.kr/b71afn
진실은 노컷, 거짓은 칼컷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