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는 이제 단순히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화면 속 레시피는 장바구니로, 셰프의 식당은 예약 앱으로, 그리고 뉴욕 거리의 외식 트렌드로 이어집니다. 이 강력한 파급력은 결국 플랫폼의 실적표에도 선명한 흔적을 남깁니다.
최근 넷플릭스가 공개한 2025년 4분기(10~12월) 실적은 시장의 기대치를 웃돌았습니다. 매출 120억 달러 돌파, 유료 멤버십 3억 2500만 명 달성. 화려한 숫자 뒤에는 전 세계를 달군 '흑백요리사' 시즌2와 'K 푸드'의 힘이 숨어 있었습니다.
뉴욕의 솥뚜껑 삼겹살부터 실적표의 숫자까지, K 푸드 파워가 어떻게 넷플릭스를 움직였는지 데이터를 중심으로 뜯어봤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 있는 사무실에서 넷플릭스 로고가 보입니다. 할리우드/로이터연합뉴스 |
넷플릭스 공시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매출은 120억 5076만 달러, 연간 매출은 451억 8303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운영이익과 3억 2500만(325M) 명을 돌파한 유료 멤버십입니다.
이러한 성장을 이끈 동력은 무엇일까요? 넷플릭스는 4분기 성과를 발표하며 주요 타이틀 중 하나로 한국 예능 ‘흑백요리사 시즌2’를 콕 집어 언급했습니다.
실제로 넷플릭스 내부 집계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공개 첫 주(2025년 12월 15일 주간) 550만 뷰를 기록하며 비영어권 TV 부문 1위에 등극했고, 그다음 주에도 470만 뷰로 정상을 지켰습니다. ‘비영어권 1위 장기 집권’이라는 수식어는 과장이 아닌, 명확한 데이터로 증명된 사실입니다.
솥뚜껑 삼겹살 이밎. |
콘텐츠의 흥행은 화면 밖 실물 경제로 즉각 전이되었습니다. 최근 뉴욕 등지에서 무쇠 솥뚜껑에 삼겹살을 구워 먹는 것이 '힙(Hip)'한 문화로 자리 잡은 현상은 데이터와도 일맥상통합니다.
미국 소비·외식 데이터 분석사 서카나(Circana)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미국 내 한국 식당 매장 수는 10% 증가했습니다. 2018년 이후 새로 문을 연 곳만 450여 곳에 달하며, 특히 김치 케이스 판매량은 전년 대비 80%나 급증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채소류(top-growing vegetable)'로 꼽혔습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K 푸드를 접한 글로벌 시청자들이 솥뚜껑 삼겹살을 찾아 거리에 나서고, 마트에서 김치를 집어 드는 '행동'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예약석. |
국내 반응은 더욱 폭발적이었습니다. 콘텐츠가 소비로 연결되는 과정이 구체적인 숫자로 확인됩니다.
예약 앱 캐치테이블 데이터에 따르면, 방송 방영 직후 출연 셰프 식당의 검색량은 무려 74배 증가했고, 식당 저장 건수는 1884% 폭증했습니다. 실제 예약 증가율 역시 평균 148%를 기록했으며, 일부 식당은 예약 건수가 4937%까지 치솟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는 콘텐츠가 단순한 시청을 넘어 '탐색→저장→예약'이라는 능동적인 소비 행동을 유발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지표입니다.
물론 넷플릭스의 4분기 호실적을 오로지 '흑백요리사' 하나의 공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실적 발표는 K 콘텐츠의 역할이 변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과거 '오징어 게임'이 강력한 스토리텔링으로 회원을 모았다면, '흑백요리사'는 시청자의 라이프스타일을 파고들며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에 머물게 하는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드라마 대비 제작비가 합리적인 예능 콘텐츠가 높은 운영이익 증가(30%)에 기여한 '고효율 효자'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보는 맛을 넘어 먹는 맛까지. 뉴욕의 솥뚜껑 삼겹살과 넷플릭스의 실적 그래프는 'K 콘텐츠'가 'K 라이프스타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이투데이/장영준 기자 (jjuny54@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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