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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미래연구원, "한국 중고령자의 은퇴 50대 초·중반에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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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미래연구원, "한국 중고령자의 은퇴 50대 초·중반에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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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미래연구원은 21일 ‘생애 주된 일자리 퇴직의 현실과 정책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회미래연구원 제공

국회미래연구원은 21일 ‘생애 주된 일자리 퇴직의 현실과 정책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회미래연구원 제공


한국 중고령자의 은퇴는 법정 정년이 아니라 50대 초·중반에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수의 노동자가 정년에 도달하기 이전에 비자발적으로 주된 일자리에서 이탈하며, 이후 노동시장에서는 단시간·저임금·불안정 고용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은 21일 발표한 보고서 ‘생애 주된 일자리 퇴직의 현실과 정책 과제’를 통해, 정년 연장 여부를 둘러싼 기존 논의가 한국 고령층 노동시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핵심 쟁점은 ‘정년 이후를 어떻게 버틸 것인가’가 아니라, ‘정년 이전에 왜, 어떤 조건에서 주된 일자리를 떠나게 되는가’라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만 50~69세 1460명을 조사한 결과, 주된 일자리 평균 퇴직 연령은 약 54세로 나타났다. 정년퇴직 비중은 24.6%에 불과한 반면, 권고사직·구조조정 등 비자발적 퇴직은 34.5%로 더 높았다. 근속기간 5년 미만 노동자의 60% 이상이 54세 이전에 일자리를 떠난 반면, 30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절반 이상만이 60대 초반까지 근무해, 정년 접근성 자체가 근속 구조에 따라 크게 갈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조기 이탈은 이후 노동 경로를 결정짓는 분기점으로 작동했다. 퇴직 이후에도 상당수가 경제활동을 이어가지만, 관리자·전문직·사무직 중심이던 직업 구조는 서비스·단순노무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됐다. 서비스직과 단순노무 비중은 퇴직 전보다 각각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소득과 고용 안정성도 크게 낮아졌다.

성별·산업·사업체 규모에 따른 구조적 격차도 뚜렷했다. 남성은 제조업과 대기업 근무 비중이 높은 반면, 여성은 교육·보건·돌봄 분야와 영세사업장에 집중돼 있었다. 정년퇴직자의 약 45%가 300인 이상 사업장 출신이었던 데 비해, 1~9인 영세사업장 출신의 정년퇴직자는 6%대에 그쳤다. 보고서는 이를 ‘정년 자체가 일부 노동자에게만 허용된 제도’라고 평가했다.

비임금근로자의 상황은 더욱 취약했다. 자영업자의 평균 폐업 연령은 53.5세로 임금근로자보다 낮았고, 폐업 사유의 절반 이상이 수익 부족과 시장 제약이었다. 퇴직 직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는 응답도 비임금근로자가 60%에 육박해 임금근로자보다 크게 높았다. 특히 비임금근로자의 65%는 실업급여나 퇴직금 등 어떤 제도도 이용하지 못했다고 답해 제도적 사각지대가 확인됐다.


교육·훈련 참여율은 절반 수준이었지만, 재취업과 소득 회복으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재취업 경로 역시 공식 제도보다는 개인 인맥과 비공식 네트워크에 대한 의존이 컸다. 보고서는 이를 개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전환기 노동시장이 허용하는 구조적 경로의 결과로 해석했다.

연구원은 미취업 고령층 역시 ‘완전한 은퇴자’가 아니라 노동시장과 은퇴 체계 사이에 걸쳐 있는 집단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연령 차별, 건강·돌봄 제약, 조건 미스매치 등으로 노동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으며, 공공일자리나 보충 소득 기회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한국 고령층 노동시장이 이미 정년 이전부터 붕괴되는 구조라며, 정년 연장 논쟁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책 과제로는 조기퇴직을 늦추는 고용 유지 전략, 전직·전환기 관리체계 구축, 리스킬링 기반 경력 전환 지원, 60대 이후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비임금·비표준 노동에 대한 사회보험 보완 등을 제시했다.


정혜윤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문제의 핵심은 정년 이후가 아니라 정년 이전 전환기 단절”이라며 “필요한 것은 정년을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 고령층이 지속 가능하게 일할 수 있는 전환경로 중심의 노동시장 구조 개편”이라고 말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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