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 3사에 '이동통신사업'은 든든한 캐시카우입니다. 데이터 소비의 중심축이 4G에서 완전히 5G로 이동하면서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했고, 그 덕분에 이통3사는 수년간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였습니다. 그런데도 이들은 소비자를 위한 투자엔 인색하기만 합니다. 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이통사가 보낸 이상한 청구서' 4편입니다.
[사진 | 연합뉴스] |
■ 더 강해진 이통3사=국내 시장에서 이통통신3사의 지배력은 공고합니다. 광케이블 기반의 초고속 인터넷망부터 기지국으로 만든 이동통신 인프라까지 3사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초고속 인터넷 분야는 특히 그렇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난해 10월 통계에 따르면, 이통3사의 초고속인터넷 회선 수는 2289만개로 전체(2511만개)의 91.2%에 달합니다. KT가 1014만개로 가장 많고, SK텔레콤(자회사 SK브로드밴드 포함)이 720만개, LG유플러스가 555만개로 뒤를 잇습니다.
이동통신은 어떨까요? 지난해 약간의 '변화'가 나타나긴 했습니다. 세 기업이 약속이라도 한 듯 차례대로 해킹 사태를 일으켰고, 여기에 분노한 소비자들이 '통신사 변경'을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장 자체가 요동치진 않았습니다.
통계를 볼까요? 2324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SK텔레콤의 휴대전화 회선부터 살펴보겠습니다. 2024년 10월 2278만개에서 2025년 10월 2188만개로 1년 새 3.9%(90만개) 감소했습니다. '탈脫SK' 소비자는 어디로 갔을까요? 대부분 KT와 LG유플러스로 이동하지 않았을까요? 맞습니다. KT의 휴대전화 회선은 같은 기간 1322만개에서 1348개로 되레 26만개 늘었습니다.
LG유플러스의 회선 역시 1079만명에서 1101만명으로 22만개 증가했죠. SK텔레콤의 회선이 꽤 줄어들긴 했지만, 다른 이통사의 회선이 늘었으니 3사의 지배력엔 큰 타격이 없어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이통3사 모두 해커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지만, 유ㆍ무선 시장에서 지배력을 잃지 않은 셈입니다.[※참고: 같은 기간 알뜰폰 회선이 949만→1034만개(85만개 증가)로 가파르게 늘었지만 이 시장 역시 '이통3사 자회사'가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 더 강해질 이통3사=주목할 건 이통3사의 입지가 더 단단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소비자의 데이터 사용량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5G 이용자는 현재 3818만명(2025년 10월 기준)에 이릅니다. 4G(1901만명)의 두배가량이죠. 5G 이용자의 1인당 평균 트래픽(데이터 사용량)도 3만6481MB로 4G 가입자(4416MB)보다 9배 많습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나 유튜브 등 고용량의 동영상 플랫폼을 이용하는 이들이 부쩍 늘어난 만큼, 5G 이용자도 함께 증가할 게 분명합니다. 이통3사로선 '상대적으로 비싼 5G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났으니 수익도 크게 불어났을 겁니다. 실제로 이통3사의 2025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4조6389억원으로 전년(3조4960억원) 대비 1조2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금융정보업체 와이즈리포트).
■ 이통3사 초라한 숫자=그렇다면 이통3사는 벌어들인 수익 중 얼마만큼을 소비자를 위해 사용하고 있을까요? 이 질문은 이통3사의 매출 대비 연구ㆍ개발(R&D) 비용을 통해 풀어볼 수 있습니다. 답은 다소 충격적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1~3분기 누적 기준 SK텔레콤의 R&D 비중은 매출의 2.14%에 불과합니다.
KT는 1.31%로 1%대를 간신히 넘겼고, LG유플러스는 0.92%로 1%가 채 되지 않습니다. 평균을 내보니 1.46%이군요. 메타(페이스북)ㆍ알파벳(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매출의 10~20%를 R&D에 쏟아붓는 걸 감안하면 초라한 수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통3사는 최근 '새 먹거리'를 향해 질주하고 있습니다. 타깃은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입니다.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통신 시장에서 성장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통신 인프라를 AI 데이터센터로 전환하거나 신규 구축하는 방식으로 AI 인프라를 늘리는 중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의 AI 데이터센터 매출은 2024년 1조5250억원에서 2025년 1조8110억원, 2026년에는 2조1420억원으로 연평균 18.0%씩 성장할 전망입니다.
하지만 전례前例를 봤을 때 매출이 늘더라도 소비자의 혜택이 그만큼 좋아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번 '해킹 사태'의 함의는 사실 두개입니다. 첫째, 이통3사가 '해킹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둘째, 이통3사는 해킹을 당하더라도 실적이 줄지 않는다. 이런 현실을 우린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사진 | 뉴시스] |
신민수 한양대(경영학) 교수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이통3사가 독과점한 구조를 바꿀 수 없다면, 소비자의 통신사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을 낮춰 언제든지 통신사를 갈아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 보안 사고가 기업의 존폐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 그래야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일어날 것이다." 이젠 정부가 나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지금이 골든타임일지 모릅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저작권자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