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웨이 이지숙 기자]은행권이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대규모 과징금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 사태와 관련해 은행권에 총 2조원 가량의 과징금이 부과된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도 4개 은행에 2720억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담합 행위 과징금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지난해 연말부터 대규모 과징금 부과에 따른 충격이 이어지며 충당금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위 4대 은행에 2720억 과징금…행정소송 수순
공정위는 21일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대형 시중은행에 부동산 담보비율에 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활용해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 총 2720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이 가장 많은 869억원, 국민은행 697억원, 신한은행 638억원, 우리은행이 51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4대 시중은행들이 최소 736건에서 최대 7500건에 이르는 담보인정비율 정보 전체를 장기간에 걸쳐 수시로 필요할 때마다 서로 교환했다"면서 "각 은행의 담보인정비율 담당 실무자들은 필요할 때 다른 은행에 요청해 정보를 제공받았는데 법위반 가능성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정보교환의 흔적을 적극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단 은행권은 타 은행 LTV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참고했을 뿐이며 이를 통한 대출 한도 조정은 없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동일 물건에 대해 은행별 LTV가 유사하게 나오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결과이며, 타 은행과 서로 산출액을 공유하는 것은 오류가 없는지 확인하는 차원이라는 주장이다.
은행권은 다음달 공정위로부터 의결서가 송달되면 대응방식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여전히 LTV 담합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 중인 만큼 결국 행정소송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두달 내로 공정위 의결서가 송달되면 대응방식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담합이 아니라는 입장은 유지하고 있으나 아직 소송 등을 얘기하기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늘 과징금 규모가 발표됐기 때문에 이제 현업부서에서 막 검토를 시작하는 단계"라면서 "공정위의 논리를 살펴보고 승소가능성 등도 고려해 추후 대응에 나설 전망"이라고 답했다.
ELS 과징금 4분기 실적 반영 불가피…감경 규모 주목
지난달부터 제재심이 진행 중인 홍콩 ELS 과징금은 규모가 더 크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29일 홍콩 ELS 관련 두 번째 제재심의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28일 5개 은행에 총 2조원 규모의 과징금을 사전통보했으며 이후 12월 18일 첫 번째 제재심을 개최했다. 2차 제재심은 이달 15일에 재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일정이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통보에서는 ELS 판매금액이 8조원에 달하는 국민은행이 약 1조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3000억원가량의 과징금을 통보받았다. NH농협은행은 2000억원, SC제일은행의 과징금은 1000억원가량이다.
금감원의 제재심이 종료되면 이후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를 거쳐 최종 과징금이 결정된다. 향후 과징금이 소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나 은행권의 부담감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당장 이달 말부터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은행들은 충당금 반영 여부를 놓고도 고민에 빠졌다. 2조원 규모의 ELS 과징금에 대한 충당금을 쌓을 경우 실적 충격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홍콩 ELS 제재심이 연기되며 은행들이 확정액이 아닌 자체 추정액 기준으로 과징금을 4분기 손익에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될 전망"이라며 "금감원 제재심 단계에서는 은행들의 소명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이 사전 부과한 규모보다 감경 폭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관건은 금융위 증선위 감경 폭 여부인데 시장 우려보다는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제재심이 진행 중인 만큼 4분기 실적에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충당금 반영이 이뤄질 전망"이라며 "자율배상 노력이 반영되겠지만 금융당국의 소비자보호 기조가 강해 어떻게 결론이 나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금감원 제재심 후 금융위 논의 과정에서 과징금이 감경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제재심 단계보다는 증선위, 정례회의 등을 거치며 금액이 낮아지지 않을까 예상된다"면서 "단 최근 금융당국에 쌓인 현안이 많고 금융위와 금감원 간 서로 다른 메시지가 나오는 경우가 있어 최종 결과는 1분기가 지나야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숙 기자 jisuk618@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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