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기나긴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겪던 국내 전기차 시장이 지난해 반등에 성공했지만, 현대자동차그룹 등 한국 완성차 업체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반등의 중심에 선 것은 국산차가 아닌 테슬라와 BYD 등 수입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올해를 둘러싼 환경은 더욱 녹록지 않다. 테슬라 자율주행기술(FSD)의 확장과 중국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의 한국 진출이 예고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시장 지배력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21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14만688대로 전년 대비 50.1% 증가했다. 보조금 축소와 충전 인프라 부담, 소비자 관망세가 겹치며 위축됐던 시장이 다시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반등으로 평가된다. 전기차 침투율도 13.1%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올해를 둘러싼 환경은 더욱 녹록지 않다. 테슬라 자율주행기술(FSD)의 확장과 중국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의 한국 진출이 예고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시장 지배력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테슬라와 BYD 전기차가 전면을 차지하고 현대차 아이오닉이 뒤쪽에 배치된 모습. 국내 전기차 시장 반등 국면에서 수입·중국 브랜드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현실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AI일러스트 = 이찬우 기자] |
21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14만688대로 전년 대비 50.1% 증가했다. 보조금 축소와 충전 인프라 부담, 소비자 관망세가 겹치며 위축됐던 시장이 다시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반등으로 평가된다. 전기차 침투율도 13.1%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하지만 세부 지표를 들여다보면 반등의 주역은 국산차가 아니었다. 전체 전기차 시장이 커지는 동안 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57.2%에 그쳤다. 2022년 75%에 달했던 국산 점유율이 불과 3년 만에 크게 낮아진 것이다. 시장이 성장했음에도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그만큼의 성과를 가져가지 못했다는 의미다.
반등의 중심에는 테슬라가 있었다. 모델 Y를 중심으로 한 판매 확대와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전략이 수요 회복을 견인했다. 여기에 최근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이 국내에 출시되면서 테슬라에 대한 관심은 다시 한 번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FSD 도입이 단순한 옵션 추가를 넘어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요소로 작용하면서, 향후 판매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FSD 출시 이후 테슬라 전 차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모델 Y뿐 아니라 모델 X와 모델 S까지 출고 일정이 올해 2분기까지 밀린 것으로 전해진다. 특정 모델에 국한되지 않고 라인업 전반으로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테슬라 중심의 시장 쏠림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중국 브랜드의 약진도 전기차 시장 구조 변화를 이끄는 또 다른 축이다. 지난해 중국산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점유율은 30%를 훌쩍 넘어섰다.
BYD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보급형 시장을 빠르게 잠식한 데 이어, 올해는 지커가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 도전하면서 중국차 점유율이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브랜드들이 보급형과 프리미엄을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을 펼치면서, 국산 전기차가 상대적으로 설 자리는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격 경쟁에서는 중국차에 밀리고, 기술과 소프트웨어 경쟁에서는 테슬라와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이중 압박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의 기술 전략이 실제 시장에 미친 영향을 주목했다. 이 교수는 "테슬라는 FSD 공개 이후 시장 반응이 확연히 달라졌다"며 "국내에 남아 있던 재고 차량도 FSD 영상이 공개되자 빠르게 소진될 정도로 자율주행 기술이 실제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100% 완성된 기술은 아니지만, 소비자 인식에서는 이미 앞선 기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기술 그 자체보다 이를 선제적으로 보여주고 마케팅한 전략이 시장에 강하게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국산 전기차의 점유율 하락 배경에 대해서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국산 전기차는 여전히 하드웨어 중심의 상품성에 머물러 있는 반면, 테슬라는 '차를 산 이후의 경험'을 경쟁력으로 만들고 있다"며 "이 격차가 그대로 시장 점유율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의 반등 조건에 대해서는 보다 분명한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기차 시장에서 다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신차 개발과 자율주행 기술 강화가 가장 시급하다"며 "자율주행처럼 독보적인 기술이 있어야 가격 경쟁을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테슬라처럼 소프트웨어를 통해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든지, 아니면 전혀 다른 세그먼트를 공략하든지 선택이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중간에 머무는 방식으로는 경쟁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중국 전기차와 가격 경쟁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한계도 짚었다. 이 교수는 "중국 전기차와의 가격 경쟁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부품 가격과 보이지 않는 정부 지원까지 포함하면 원가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조금만으로 국산 전기차 경쟁력을 유지하기에는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며 "수입 전기차 역시 충전 인프라 구축이나 서비스센터 확대 등 일정 수준의 책임을 지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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