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비상행동이 21일 국회 정문 앞에서 “장기감축경로 공론화 졸속 추진을 우려한다”며 헌법재판소 결정을 이행하는 국회 공론화가 돼야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제공 |
지난 2024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국회는 우리나라가 중장기적으로 온실가스를 얼마나 어떻게 감축할지 명시하도록 ‘탄소중립기본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를 500명 규모 시민대표단의 공론화 작업을 통해 추진하기로 했다. 2030년 이후부터 탄소중립 달성 목표 시점인 2050년 직전까지 감축 경로를 정하는 이 작업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회구성원들의 폭넓은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21일 이 작업을 주관하는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기후특위)와 실무를 담당하는 국회입법조사처 등의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기후특위는 장기 탄소중립 감축경로 설정에 대한 ‘공론화위원회’와 ‘자문단’을 구성해 다음주 후반부터 공론화 작업에 착수해 3월 말 완료를 목표로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 2024년 헌법재판소는 2030년까지만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담고 있는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국회에 2031~2049년까지의 감축목표를 “(국민의) 상충하는 이익 간의 조정 등 민주적 과정으로” 미래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는 가장 의욕적인 감축목표 설정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기후특위는 지난해 11월 공론화 절차 추진을 의결했는데, 2024년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연금 개혁 의제들에 대한 공론화를 진행한 것을 모델로 삼은 것이다.
공론화 절차는 공론화위와 자문단이 이끌어 간다. 공론화위는 이창훈 전 한국환경연구원(KEI) 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기후특위 여야 간사인 박지혜(더불어민주당), 김소희(국민의힘) 의원과 공론화 전문가 등 10명으로 이뤄져, 전체 공론화 절차를 이끌어 가는 구실을 한다. 자문단은 대기, 발전, 산업, 농축산, 수송, 건물, 폐기물 등 분야별 전문가 10~15명으로 이뤄져, 숙의토론을 위한 학습자료를 만들고 검증하는 구실을 한다. 또 시민대표단 500명을 나이, 성별 등을 고려해 공정하고 대표성 있게 선발하고, 숙의토론을 진행하고, 조사결과를 분석하는 등의 실무를 수행할 업체도 곧 결정될 예정이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이 21일 국회 정문 앞에서 “장기감축경로 공론화 졸속 추진을 우려한다”며 헌법재판소 결정을 이행하는 국회 공론화가 돼야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제공 |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대표단 500명이 숙의토론할 의제가 가장 중요한데, 아직 정해진 건 없다. 공론화위와 자문단 구성이 완료되면, 이 두 곳에서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2031~2049년 감축경로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각 시나리오에 따라 어느 정도 감축 수준이 적정한지, 어떤 분야에서 얼만큼의 감축 노력을 해야 하는지, 감축 수단으로는 무엇이 있는지, 정부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재정투입은 어느 정도여야 적절한지 등 다양한 의제가 설정될 수 있다.
구체적인 숙의토론 방식도 정해져야 한다. 1박2일 합숙을 할지, 주말마다 모여서 할지, 숙의토론의 간격은 어느 정도로 할지 등에 대해 학습 자료의 난이도 등을 고려해 공론화위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3월 말까지라는 촉박한 일정에 쫓겨 급하게 추진되는 공론화를 두고 시민단체 등에서는 ‘졸속’ 우려가 나온다. 시민단체들의 연대체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졸속 공론화를 우려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가 지난해 확정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수립을 둘러싼 대국민 논의 과정은 헌재가 요구한 기준을 충분히 충족하지 못한 ‘예견된 실패’였다. 국회의 공론화는 △헌재가 제시한 기준에 부합하는 의제 설정 △충분한 정보 제공 △기후위기 당사자와 미래세대의 참여 보장 △검증 체계를 갖춘 방식 등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인철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헌재 결정을 구현할 막중한 정치적 책임이 있는 국회가 공론화 준비를 단 두 달여 만에 끝내려 하며 졸속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탄소중립법 개정은 향후 한국 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방향을 좌우한다. 반드시 헌재 결정을 충실히 반영해 기후정의를 실현하고, 시민과 생명의 안전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국회 공론화가 헌재 결정에서 제시된 핵심 기준인 △과학적 사실과 국제 기준에 부합 △전지구적 감축 노력에서 한국의 기여 몫 반영 △미래세대에 부담 전가 방지 등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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