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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토지 신화…"부동산 가격은 끝없이 오른다"

연합뉴스 송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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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토지 신화…"부동산 가격은 끝없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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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
일본의 고층건물과 주택가[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의 고층건물과 주택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1980년대 일본은 전성기였다. 해마다 무역흑자가 늘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80%까지 따라왔다. 저환율로 무장한 일본 제품은 세계 상품시장을 장악했다. 임금 상승과 저금리라는 환경 속에 물가 상승과 함께 유동성이 넘쳐났다. 갈 곳 모르던 자금이 향한 곳은 부동산이었다. 1984~1990년 6년간 일본의 GDP는 33% 증가한 반면, 토지 가격은 78% 상승했다. 특히 대도시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도쿄·요코하마·오사카·교토·고베·나고야 등 대도시 상업용 토지가격은 같은 기간 333% 치솟았다. 대출은 급증했다. 1985~1990년 일본 전체 은행의 대출 규모는 80% 정도 증가했는데, 그중 60%가 부동산과 건설기업에 대한 대출이었다.

일본 버블기 나고야 인근에 세워진 아파트. 최고가 대비 5분의 1가격으로 폭락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버블기 나고야 인근에 세워진 아파트. 최고가 대비 5분의 1가격으로 폭락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1980년대가 저물 무렵, 일본의 토지 가격은 미국 토지 전체 가격의 4배에 달했다. 1987년 도쿄 중심가 주거용 토지는 대략 평당 1천200만엔 수준으로, 같은 규모의 런던 토지 가격보다 10배 비쌌다. 재정위기에 처한 각국 대사관들은 도쿄에 있는 대사관 용지를 팔기 시작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도쿄 테니스장 부지를 매각해 큰 차익을 거뒀다. 호주도 오늘날 돈으로 10억달러(약 1조5천억원)의 수익을 냈다. 아르헨티나, 미얀마 대사관도 땅을 매각하며 큰돈을 벌었다.

1985년 미국 등과 맺은 '플라자합의'에 따라 엔저가 '엔고'로 방향을 틀면서 일본인들은 해외투자에 몰두했다. 일본 기업들은 1989년 140억달러에 달하는 해외 자산을 샀다. 1985년과 비교해 10배 늘어난 규모였다. 세계 명품 숍들은 도쿄 긴자로 모여들었고, 일본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명품시장이라는 '왕관'을 얻었다. 부동산으로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 덕이었다. 커가는 빈부 격차 속에 집이 없는 이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렸다.

도쿄 긴자의 명품거리[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쿄 긴자의 명품거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1989년 12월 일본은행 총재에 오른 미에노 야스시는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처럼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총재 자리에 오른 직후부터 금리를 대폭 인상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버블이 꺼지면서 토지가격과 집값은 하락세로 전환했고, 주택담보대출에 치중한 금융기관들은 담보물 가격 하락으로 줄줄이 무너졌다. 국가는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졌다. 소위 말하는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된 것이다.

일본만 버블에 주저앉은 건 아니다. 현재 미국과 패권을 다투고 있는 중국도 그랬다.

건물 올라가는 중국 상하이[EPA=연합뉴스]

건물 올라가는 중국 상하이
[EPA=연합뉴스]


중국에선 지방 정부가 토지 판매를 통해 재정을 충당했는데, 부동산개발회사들이 정부와 소비자 간 중개자 역할을 했다. 이들 회사는 대규모 대출을 조달해 지방 정부 땅을 매입해 아파트를 지었다. 선분양을 통해 고객들의 돈도 끌어모았다. '헝다'(恒大·에버그란데)를 비롯한 부동산 회사들은 이런 차입과 선분양을 통해 성장했다. 이들은 새로운 부채로 부채를 갚아나갔다. 이들 회사는 GDP 성장률을 크게 상회할 정도로 성장을 이어나갔고,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싸게 집을 샀던 사람들은 부자가 됐고, 번 돈으로 다시 집을 샀다. 부자들은 그렇게 두 채, 세 채로 규모를 늘려나갔다. 부동산 회사도, 자산가도 모두 행복한 시절이었다.


그러나 2020년 중국인민은행이 개발업체의 부채 규모와 자본 대비 부채비율, 현금 보유고를 기준으로 대출을 제한하는 새로운 규제 대책을 발표하면서 호시절은 끝났다. 채권만기일이 도래했지만, 돈을 빌릴 수 없었던 '헝다'는 결국 파산했다. 집값은 급등세를 멈췄다. 중국도 일본처럼 '토지의 덫'에 빠져들고 있었다.

중국 경제[연합뉴스 TV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중국 경제
[연합뉴스 TV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영국 출신 저널리스트 마이크 버드는 (RHK)에서 "국가 경제가 오랫동안 성장해온 토지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건설 산업과 인프라 투자가 멈추어 선다면, 중국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에 따른 치명적인 결과에 온전히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최근 출간된 이 책은 토지가 금융과 결합해 자본주의 핵심으로 자리 잡아온 구조적 역사를 추적했다. 저자인 마이크 버드는 땅이 어떻게 가장 안전한 담보가 되었고, 금융 시스템의 토대로 작용했으며, 국가의 부와 권력을 재편해 왔는지를 상세히 설명한다. 그는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부터 현재까지의 관련 역사를 살펴보면서 돈의 흐름이 최종적으로 가닿은 곳은 언제나 토지였다고 주장한다.


[RHK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RHK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저자는 '부'를 약속한 토지 신화는 3천여년 전부터 지속됐다고 말한다. 그 신화는 "부동산 가격은 끝없이 오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신화는 신화일 뿐이다. 부동산은 3천여년 전부터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등락을 거듭해왔다. 자본주의가 성숙하고, 인플레이션이 팽배한 현재, 부동산 가격은 대체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언젠가는 하락할 것이 자명하다. 저자는 토지가 돈과 얽히면서 만들어지는 권력구조, 즉 '토지의 덫'에 우리가 쉽사리 빠진다고 지적한다.

"지금까지 토지의 덫을 피한 나라는 거의 없었다. 그리고 그 덫에 걸려들고 나서 빠져나오는 데 성공한 나라 역시 하나도 없었다. 부자 나라든 가난한 나라든 토지의 덫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다시 말해, 토지 부는 그 어떤 부와도 다르고 장기적으로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박세연 옮김. 368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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