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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M 트렌드] "한우, 굴비 대신 '경험'을 선물한다"...'물건' 덜어내고 '취향' 담는 유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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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M 트렌드] "한우, 굴비 대신 '경험'을 선물한다"...'물건' 덜어내고 '취향' 담는 유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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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기자]

신세계백화점에서 내놓은 '로컬이 신세계로' 체험형 설 선물 '나만의 장 만들기'/사진=신세계백화점 제공

신세계백화점에서 내놓은 '로컬이 신세계로' 체험형 설 선물 '나만의 장 만들기'/사진=신세계백화점 제공


명절 선물의 공식이 깨지고 있습니다. 고급 한우나 굴비, 과일로 대변되던 '물건' 중심의 선물 시장이 받는 사람의 취향과 특별한 순간을 선물하는 '경험'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고가의 상품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쌓는 과정 자체를 상품화하는 '무형(無形)의 가치'가 유통가의 새로운 승부처로 떠올랐습니다.

데이터로 증명된 '경험' 선물 트렌드

최근 소비자들은 물건을 쌓아두는 것보다, 특별한 경험에 지갑을 여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최근 통계청과 한국은행의 소비지출 전망에 따르면, 의류나 가전 등 내구재 소비 증가율은 둔화된 반면, 오락·문화·여행 등 '경험재'에 대한 지출 비중은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오픈서베이의 '명절 선물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받고 싶은 선물 순위에서도 변화가 느껴집니다. 현금과 상품권 다음으로 '여행/숙박권'과 같은 경험형 상품의 응답률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명절 연휴 기간 해외 여행객 수가 매년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는 현상은 명절이 '차례를 지내는 날'에서 '가족과 여가를 즐기는 날'로 인식이 전환되었음을 시사합니다. 명절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는 것입니다.

'욜로' 보단 '요노'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 트렌드도 선물 시장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불필요한 물건을 받아 처치 곤란해하기보다, 짧은 시간이라도 밀도 높은 만족감을 주는 스파, 다이닝, 원데이 클래스 등의 선호도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돈이 있어도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은 그 자체로 강력한 차별화 포인트가 됩니다. 누구나 살 수 있는 공산품보다, 한정된 인원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은 선물하는 사람의 안목과 정성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죠.

최근 '요노'라는 쇼핑 트렌드도 눈에 띕니다. '덜 사고, 더 잘 쓰는 소비'에 가까운 '유 온니 니드 원(요노)' 트렌드는 지금의 행복을 추구하던 욜로와 달리 소유욕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 행태를 말합니다.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경험을 선물하는 행태 역시 '요노' 쇼핑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경험 선물 앞장선 신세계

이같은 트렌드를 가장 잘 반영한 제품이 신세계백화점을 통해 나왔습니다. 신세계는 이번 설 명절을 맞아 파격적인 실험에 나섰는데요. 백화점 진열대에서 물건을 고르는 대신, 전남 담양의 종가집 장독대 앞으로 고객을 초대하는 상품을 내놓은 것입니다.


신세계가 선보인 '로컬이 신세계: 나만의 장 만들기'는 대한민국 전통장 분야의 대가 기순도 명인과 함께 장을 직접 담그는 체험형 프로그램입니다. 2인 기준 125만원이라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이 상품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다림의 미학'을 선물한다는 점 때문입니다.

참여 고객은 3월에 메주를 다듬어 장을 담그고, 6월에 장을 가르며, 11월에 완성된 장을 받기까지 약 1년에 걸친 전 과정에 참여합니다. 단순히 된장 4kg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명인과 소통하며 '나만의 장'이 익어가는 시간을 소유하는 셈입니다.

유통가, '물건' 덜어내고 '취향' 담는다

이러한 '경험 선물' 트렌드는 신세계백화점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주요 유통업체들은 엔데믹 이후 달라진 소비 패턴에 맞춰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상품군을 대폭 강화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프리미엄 와인 베뉴 'CMB 와인 익스피리언스'/사진=롯데백화점 제공

프리미엄 와인 베뉴 'CMB 와인 익스피리언스'/사진=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은 미식과 문화를 결합한 체험형 선물을 확대했습니다. 단순히 와인을 선물하는 것에서 나아가, 소믈리에와 함께하는 '프라이빗 와인 클래스' 수강권을 포함하거나, 유명 셰프의 레스토랑 식사권을 결합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죠. 또한, 미술품 구매와 도슨트 투어를 연계한 아트 테크 관련 상품도 명절 선물 리스트에 올렸습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의 성공 요인인 '공간 경험'을 선물 상품으로 확장했습니다. 문화센터의 프리미엄 강좌 수강권이나, 백화점 내 갤러리 관람권과 다이닝을 엮은 패키지 상품이 대표적입니다.

이성환 상무 신세계백화점 영업전략담당은 "명절 선물의 의미가 단순한 의례를 넘어 서로의 취향과 시간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유통업계는 상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고객의 삶에 특별한 기억을 큐레이션 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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