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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석 밑으로 '털썩'... 서브 넣다 말고 전력 질주한 선수의 정체"

파이낸셜뉴스 전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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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석 밑으로 '털썩'... 서브 넣다 말고 전력 질주한 선수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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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지는 볼퍼슨 향해 몸 날린 튀르키예 선수, 전 세계 '뭉클'
"좋은 선수보다 좋은 사람 되고 싶어"


더위에 힘들어하는 볼퍼슨(왼쪽)을 부축하는 손메즈.연합뉴스

더위에 힘들어하는 볼퍼슨(왼쪽)을 부축하는 손메즈.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총성 없는 전쟁터라 불리는 메이저 테니스 대회. 1분 1초가 피 말리는 승부의 순간, 라켓 대신 따뜻한 손길을 내민 한 선수의 '품격'이 전 세계 팬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호주 멜버른의 살인적인 폭염보다 더 뜨거웠던 건, 승패를 잊은 그녀의 '인류애'였다.

화제의 주인공은 튀르키예의 제이냅 손메즈(112위)다. 지난 18일, 호주 멜버른 파크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1회전.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11위·러시아)와의 경기는 세트 스코어 1-0으로 앞선 손메즈에게도, 반격을 노리는 상대에게도 한 치의 양보 없는 살얼음판 승부였다.

2세트 도중, 코트에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심판석 아래 서 있던 어린 볼퍼슨 소녀가 멜버른의 무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휘청이며 쓰러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서브 리턴을 준비하며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손메즈였지만, 그 순간 그녀에게 경기는 뒷전이었다. 소녀가 중심을 잃는 모습을 포착하자마자 손메즈는 라켓을 움켜쥘 새도 없이 전력 질주했다.

그녀는 바닥으로 쓰러지려던 소녀를 와락 끌어안아 부축했다. 소녀를 의자에 앉히고, 의료진이 도착할 때까지 부채질을 해주며 "괜찮다, 뭐라도 좀 마셔야 한다"며 겁에 질린 아이를 안심시켰다. 승부에 몰입해 있던 관중석에서도 안도의 한숨과 함께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손메즈는 경기 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소녀는 계속 '괜찮다'고 했지만, 누가 봐도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지기 전에 내가 붙잡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특히 그녀가 남긴 한마디는 경기 결과보다 더 큰 울림을 줬다.

"저는 위대한 테니스 선수가 되는 것보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착한 마음씨에 대한 하늘의 보답이었을까. 손메즈는 이날 3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강호 알렉산드로바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튀르키예 선수 최초로 호주오픈 2회전에 진출하는 새 역사를 쓴 것이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실력도 인성도 월드클래스다", "진정한 스포츠맨십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이 선수, 오늘부터 응원한다"며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서 피어난 따뜻한 배려가 호주오픈을 훈훈하게 물들이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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