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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7500건 담보정보 '은밀한 교환'… 공정위, 과징금 2720억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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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7500건 담보정보 '은밀한 교환'… 공정위, 과징금 2720억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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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성필 기자] [포인트경제] 국내 4개 대형 시중은행이 부동산 담보대출의 핵심 조건인 '담보인정비율(LTV)' 정보를 장기간 조직적으로 공유하며 담합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은행이 경쟁을 회피하며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총 27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엄중 제재를 내렸다.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4대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4대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모습 /사진=뉴시스


"흔적 남기지 마라"... 인쇄물 전달 후 파기하는 '은밀한 거래'

21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은 각 사가 보유한 전국 모든 부동산의 소재지 및 종류별 담보인정비율 정보 전체를 수시로 주고받았다. 교환된 정보는 최소 736건에서 최대 7500건에 달했다.

특히 이들은 법 위반 가능성을 인지하고 정보교환 흔적을 적극적으로 없앴다. 담당 실무자들은 직접 만나 정보를 인쇄물(종이 문서) 형태로 주고받았으며, 이를 수동으로 엑셀에 입력한 뒤 원본 문서는 즉시 파기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또한 담당자가 바뀌어도 정보교환이 끊기지 않도록 담당자 연락처와 교환 방법 등을 인수인계 목록에 포함해 장기간 담합을 유지해왔다.

경쟁 피하며 영업이익 '안정적' 창출… 피해는 고스란히 차주에게

은행들은 이렇게 얻은 타사 정보를 바탕으로 담보인정비율을 조정했다. 타행보다 비율이 높으면 리스크 관리를 명목으로 낮췄고, 낮으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높이는 방식으로 4개 은행의 담보인정비율을 유사한 수준으로 맞췄다.


결과적으로 은행들 사이의 대출 조건 경쟁은 사라졌고, 영업이익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반면 소비자들은 은행 간 비교를 통한 유리한 대출 선택 기회를 박탈당했다. 실제로 담합에 참여한 4개 은행의 평균 담보인정비율은 비담합 은행들보다 7.5%p나 낮았으며, 상가·공장 등 비주택 부동산의 경우 격차가 8.8%p까지 벌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 [사진=연합뉴스] (포인트경제)

공정거래위원회 [사진=연합뉴스] (포인트경제)


이번 담합은 특히 담보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큰 타격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대출 중 담보대출 비중이 72.4%에 달하는 상황에서, 담보인정비율이 낮게 책정됨에 따라 기업들이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조달하지 못하거나 더 높은 금리의 신용대출을 이용해야 하는 경제적 고통을 겪었다.

개정 공정거래법 '정보교환 담합' 제재 첫 사례


이번 조치는 2021년 12월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상 '경쟁제한적 정보교환 담합행위 금지' 규정을 적용한 국내 첫 사례다. 직접적인 가격 합의가 없더라도 중요한 거래 정보를 교환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 자체가 제재 대상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독과점이 고착화된 금융 분야의 담합 행태를 적발해 제재함으로써 금융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생산적 금융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각 분야의 정보교환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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