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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사태, 韓기업 기회 될 수도"…대응 전략은

이데일리 성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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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사태, 韓기업 기회 될 수도"…대응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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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베네수 원유 장악…韓기업 제재 대응 시급
"아프간과 유사, 美 개입 실패 가능성…中 이득"
"미수금 회수 기회…디리스킹 리스크 주의해야"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 3000만~5000만 배럴 판매권을 장악하고 해상 봉쇄에 나서면서, 우리 기업들의 미국 제재 대응 전략이 시급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법무법인 율촌은 최근 ‘석유를 위한 또 하나의 전쟁?: 베네수엘라 사태의 분석과 전망’ 세미나를 열고 신동찬(사법연수원 26기) 율촌 국제제재팀장(변호사)이 발표자로 나서 최근 베네수엘라 정세와 미국의 제재 현황을 분석했다.

체포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첫 법정 출석을 앞두고 미국 뉴욕 맨해튼의 남부연방지방법원으로 이동하며 맨해튼 다운타운 헬리포트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체포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첫 법정 출석을 앞두고 미국 뉴욕 맨해튼의 남부연방지방법원으로 이동하며 맨해튼 다운타운 헬리포트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은 지난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납치하는 특수작전을 성공시킨 뒤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장악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run)’하고 ‘통치(in charge)’한다고 선언했으나,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직접 통치가 아닌 ‘협력 강요(coerce cooperation)’라고 해명했다.

“아프간과 유사…美, 개입해도 성공 가능성 낮아”

세미나에서는 베네수엘라 사태가 과거 이라크 사례보다는 아프가니스탄 사례와 더 유사한 모습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라크 전쟁이 종파 갈등이었다면, 아프가니스탄은 마약 조직과의 전쟁이었다는 점에서 콜롬비아 코카인 유입 문제를 안고 있는 베네수엘라와 더 닮았다는 설명이다.

미군의 특수작전은 “교과서적 성공”으로 평가됐지만, 장기 점령에서는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왔다. 세미나에서는 “1815년 이후 24회의 점령 중 성공은 7회(29%)에 불과했다”며 “미국이 개입하지 않으면 베네수엘라는 마약 국가가 될 것이고, 아프가니스탄처럼 개입해서 실패하면 중국이 가장 큰 이득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 제시됐다.

美, 베네수엘라 원유 3000만~5000만 배럴 판매권 확보

신동찬 변호사는 미국이 국제경제비상수권법(IEEPA)에 따라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외국인 보유 재산 관련 거래를 조사·동결·금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베네수엘라 정부 및 중앙은행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 상태이고, 국영 석유회사 PDVSA는 제재 명단(SDN)에 등재돼 미국 정부 허가 없이는 거래가 불가능하다.


최근 주목할 변화는 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 판매권을 직접 장악했다는 점이다. 신 변호사는 “미국은 베네수엘라 원유 약 3000만~5000만 배럴을 직접 인도받아 시장에 판매하고, 수익금을 미 재무부 내 ‘외국 정부 예탁금’ 계좌에 동결해 관리하기 시작했다”며 “미 해군이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서 제재 위반 의심 유조선을 나포하는 등 실질적 해상 봉쇄를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신 변호사는 마두로 축출이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봤다. 그는 “베네수엘라에 미수금이 있는 우리 기업들은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에 특별 허가를 신청해 미수금 회수를 시도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율촌 국제제재팀장 신동찬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법무법인 율촌 국제제재팀장 신동찬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한국 기업, ‘디리스킹’ 현상 주의해야

신 변호사는 한국 기업들이 주의해야 할 리스크로 ‘디리스킹(de-risking·위험요소 제거)’ 현상을 꼽았다. 그는 “제재대상자와 우연히 거래하게 되면 해당 기업은 물론 임원들도 민·형사상 책임에 직면할 수 있다”며 “수십억 달러의 벌금, 투자 회수, 인허가 중지 등 기업과 임원의 평판이 상당한 타격을 받는다”고 경고했다.


특정 라이선스 발급을 원한다면 사업이 미국 대외정책에 부합하고, 제재 프로그램 목적을 약화시키지 않으며, 제재대상자가 이득을 향유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쿠바 제재도 강화…헬름스-버튼법 3조(Title III) 재개

신 변호사는 쿠바에 대한 제재 현황도 설명했다. 쿠바 자산통제규정에 따라 미국인은 쿠바와의 거래가 원칙적으로 제한되며, 국무부의 제한 기관 목록에 등재된 자와의 직접 거래가 금지된다.

특히 1996년 제정된 헬름스-버튼법 3조(Title III)가 트럼프 행정부 때 재개됐고, 바이든 행정부도 중단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 변호사는 “이 법에 따르면 쿠바 정부가 몰수한 재산을 거래하는 자를 미국 국민이 소송할 수 있다”며 “해당 기업의 임원과 가족은 미국 입국 비자가 거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변호사는 쿠바의 경우 외국인에게 적용되는 2차 제재는 없지만, 민간 차원의 디리스킹 현상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의 교역·투자가 많거나 미국 내 자산이 있는 기업은 민간 분야 디리스킹에 주의가 필요하다”며 “원산지가 미국이 아니더라도 미국 물품·소프트웨어·기술을 10% 이상 활용했다면 미국 통제 대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