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이주환 기자) '공수겸장'의 두 레전드가 마침내 쿠퍼스타운의 문을 열어젖힌 반면, 한국 야구의 개척자는 아쉬움 속에 첫 도전을 마감했다.
명예의 전당 투표는 단순히 '기록'만 세는 자리가 아니다. 커리어의 궤적과 남겨진 논란, 그리고 끝내 넘겨야 하는 '75%의 벽'까지, 선수의 모든 야구 인생을 한 장의 성적표로 정리하는 냉혹한 심판대다.
올해는 그 높디높은 벽을 넘은 이름이 둘이었고, 문 앞에서 멈춰 선 채 작별을 고한 이름도 하나 있었다.
(카를로스 벨트란과 앤드류 존스) |
카를로스 벨트란과 앤드류 존스가 메이저리그 불멸의 전당에 이름을 새겼다.
MLB 사무국과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는 20일(현지시간) 2026년 명예의 전당 헌액자로 벨트란과 존스가 최종 선정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두 선수 모두 현역 시절 시대를 풍미한 중견수이자, 공수를 겸비한 완벽한 선수였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벨트란의 입성은 '성적'이 '논란'을 이겨낸 결과로 해석된다. 그는 투표에서 358표를 얻어 80%대 초반의 여유 있는 득표율로 기준선을 넘었다.
네 번째 도전 만의 결실이다. 통산 2586경기 타율 0.279, 2725안타, 435홈런, 1587타점, 312도루라는 압도적인 누적 성적과 신인상, 올스타 9회, 골드글러브 3회 등의 화려한 이력이 표심을 움직였다.
다만 2017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사인 훔치기' 스캔들에 연루됐던 이력은 헌액 이후에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전망이다. 영광의 자리에 섰지만, 그림자 역시 짙게 남은 셈이다.
반면 '수비의 신'으로 불렸던 존스는 벼랑 끝에서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9번째 도전, 즉 자격 유지 만료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333표(78.4%)를 얻어 마침내 75%를 돌파했다.
17시즌 동안 434홈런, 1289타점을 기록한 거포 본능도 뛰어났지만, 역시 그를 쿠퍼스타운으로 이끈 결정적 요인은 '수비'였다. 그는 전성기 시절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10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며 "타구보다 먼저 낙구 지점에 가 있는 선수"라는 찬사를 받았다.
앞선 8번의 투표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존스는, 은퇴 후 재평가된 수비 지표의 힘을 업고 9수 끝에 명예의 전당 입성이라는 감격을 누리게 됐다.
한국인 최초로 명예의 전당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추신수는 아쉽게도 '1년 차 탈락'의 쓴잔을 들었다. 총 3표를 얻어 득표율 0.7%에 그치며, BBWAA 규정인 '득표율 5% 미만 시 후보 자격 박탈' 조항에 따라 내년부터는 투표용지에서 이름이 사라지게 됐다.
비록 쿠퍼스타운 입성에는 실패했으나, 아시아 출신 야수로서 메이저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는 평가다.
이 밖에 체이스 어틀리(59.1%), 앤디 페티트(48.5%), 펠릭스 에르난데스(46.1%) 등이 다음 기회를 기약하게 됐다.
벨트란과 존스는 앞서 현대야구시대위원회를 통해 선출된 '강타자 2루수' 제프 켄트와 함께 오는 7월 뉴욕주 쿠퍼스타운에서 열리는 헌액식 무대에 선다.
2026년 투표는 두 중견수의 동반 입성으로 막을 내렸지만, 그 과정은 단순한 '통과' 이상의 이야기를 남겼다.
기록과 논란, 9년의 기다림, 그리고 첫 도전에서의 탈락까지. 야구라는 드라마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희로애락이 이번 투표 결과에 고스란히 담겼다.
사진=MHN DB,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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