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시중은행의 간판. 연합뉴스 |
4개 시중은행이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에 관한 정보교환 담합행위로 과징금 2720억원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이 엘티브이에 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활용해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한 행위에 대해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720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엘티브이는 은행이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줄 때 대출 가능한 한도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공정위는 “엘티브이는 대출 가능 금액, 대출금리 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거래조건”이라며 “엘티브이가 낮아지면 차주가 원하는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을 이용해야 하는 등 거래조건이 악화할 수 있다. 특히 담보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은 은행의 엘티브이 결정에 따라 자금 조달 가능성 및 규모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 결과, 4개 시중은행은 최소 736건에서 최대 7500건에 이르는 각 은행의 엘티브이 정보 전체를 장기간에 걸쳐 수시로 교환했다. 이들 은행은 가공된 정보가 아닌 개별 부동산의 종류 및 소재지별로 적용되는 엘티브이 정보 전체를 그대로 교환했다. 이에 따라 상대방이 시군구별 아파트, 다세대주택, 일반 상가, 오피스텔, 공장 등 국내 모든 부동산에 적용할 엘티브이 계획을 알 수 있었다.
공정위는 경쟁제한적 정보교환 담합행위 금지 규정이 신설된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일인 2021년 12월30일 이후의 행위를 제재 대상으로 봤다. 이번 제재는 해당 규정이 적용된 첫 사례다. 또 정부의 가계대출 엘티브이 규제로 인해 은행이 설정한 엘티브이가 적용되지 않은 담보대출과 관련한 매출액은 과징금 산정에 반영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각 은행의 엘티브이 담당 실무자들이 법 위반 가능성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정보교환의 흔적을 적극적으로 제거했다고 판단했다. 실무자들은 직접 만나서 엘티브이 정보를 인쇄물로 받고, 최대 7500건에 이르는 해당 정보를 일일이 엑셀 파일에 입력했다. 받아온 인쇄물은 파기하기도 했다. 또 담당자가 교체되더라도 정보교환이 계속 이뤄질 수 있도록 은행별 정보교환 담당자, 교환 방법 등을 정리해 인수인계했다.
4개 시중은행은 모두 자신의 엘티브이를 조정할 때 다른 은행의 정보를 반영해, 이들의 엘티브이가 장기간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됐다. 이들의 엘티브이 평균은 정보교환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농협·부산은행 등에 견줘 7.5%포인트 낮았다. 특히 공장, 토지 등 기업대출과 연관성이 큰 비주택 부동산의 엘티브이 평균은 8.8%포인트 낮았다.
공정위는 “각 은행은 엘티브이를 통한 경쟁을 회피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었다”며 “차주들은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에서 약 6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4개 시중은행의 엘티브이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됨에 따라 거래 은행 선택권이 제한되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4대 은행들이 받은 과징금액은 거의 엇비슷한 규모로 알려진다. 은행들은 과징금 규모가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것보다는 작아 안도하면서도 과징금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은 의도적으로 담합을 한 것이 아니고 현실적으로 다른 은행들의 담보인정비율을 참고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담보인정비율이 주택은 시세가 공시돼 뚜렷이 나와 있고 담보인정비율 규제가 적용되는데, 전국의 상가·공장·토지는 산정되는 시세가 제각각이고 담보인정비율 규제도 받지 않아 건마다 이뤄지는 감정평가액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며 “감정평가액도 제각각 달라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은행들의 담보인정비율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차라리 이참에 은행연합회에 각 은행이 부동산 담보인정비율을 다 같이 공시하는 방식을 문제 해결 방법으로 검토해볼 수 있겠다고 제시한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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