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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LTV 담합’ 4대은행에 과징금 2720억 부과

쿠키뉴스 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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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LTV 담합’ 4대은행에 과징금 2720억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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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별 희비 엇갈린 과징금
7500개 정보 엑셀로 공유…증거 인멸 정황도 포착
그래픽=최은희 기자

그래픽=최은희 기자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이 부동산 담보대출의 핵심 거래 조건인 담보인정비율(LTV) 정보를 서로 공유해 경쟁을 제한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총 27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21일 4개 시중은행이 부동산 담보대출의 핵심 거래 조건인 LTV 정보를 상호 교환해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720억14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은행별 과징금 규모는 하나은행이 869억31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KB국민은행 697억4700만원 △신한은행 638억100만원 △우리은행 515억3500만원 순이다.

대출 규제 중 하나인 LTV는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이 돈을 빌려줄 때 대출 가능한 한도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예컨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서 5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때, LTV가 70%라면 3억5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아파트·토지·공장·오피스텔 등 각 부동산 종류와 250개 시군구별로 LTV가 다르게 매겨진다. 각 은행에서 담보 종류, 지역별로 설정하는 LTV 조합이 최대 7500여개에 달하는 구조다. 국민은행은 1년에 두 번, 신한·우리·하나은행은 1년에 한 번 부동산 종류별로 LTV를 적용해 사전에 대출 가능 금액 등을 산정하는 절차를 밟는다.

LTV가 낮아지면 특정 부동산 담보로 받을 수 있는 대출 금액이 줄어들어 차주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 차주들은 자금 확보를 위해 추가담보를 제공하거나,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을 이용해야 하는 등 거래조건이 악화될 수도 있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은 은행이 LTV를 어느 수준으로 결정하는 지에 따라 큰 타격을 받는다.

7500개 정보 엑셀로 공유…증거 인멸 정황도 포착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4개 시중은행들은 최소 736건에서 최대 7500건에 이르는 각 은행들의 담보인정비율 정보 전체를 장기간에 걸쳐 수시로 필요할 때마다 서로 교환했다. 각 은행의 담보인정비율 담당 실무자들은 당시 법위반 가능성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정보교환 흔적을 적극적으로 없앤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 간 정보 공유는 은밀하게 이뤄졌다. 각 은행 담당자들은 직접 만나 인쇄물 형태로 자료를 건네받았다. 이후 7500건에 이르는 해당 정보를 일일이 엑셀 파일에 입력했다. 원본 문서는 파기하기도 했다. 또한 담당자가 교체될 때도 정보 교환이 계속 이뤄질 수 있도록 은행별 접선 방법 등을 정리해 인수인계했다.

이들 은행들은 제공받은 다른 은행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활용했다. 각 은행 모두 자신의 담보인정비율을 조정할 때 다른 은행의 정보를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세부 기준을 도입·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정 지역·특정 종류(토지·상가·공장 등) 부동산에 적용되는 담보인정비율이 다른 은행보다 높으면 경쟁 은행에 비해 대출금 회수 리스크를 많이 부담하게 되므로 낮췄다. 반면 자신의 담보인정비율이 다른 은행보다 낮으면 고객 이탈로 영업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해 높였다.

공정위는 이 같은 정보 교환이 시장의 경쟁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지난 2023년 기준 담합 기간 4대 은행의 평균 LTV는 정보 교환에 참여하지 않은 타 은행 대비 7.5%포인트(p) 낮게 형성됐다. 특히 기업 대출과 연관성이 큰 공장, 토지 등 비주택 부동산 담보인정비율 평균은 8.8%p로 더 벌어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 약 60%를 차지하는 4대 은행이 담합을 통해 LTV를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함으로써, 차주들의 거래은행 선택권을 제한했다”며 “특히 담보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자금 조달 여건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번 제재는 2021년 12월 개정된 공정거래법의 ‘경쟁제한적 정보교환 담합 금지’ 규정이 적용된 최초 사례다. 공정위는 가격 합의가 없더라도 경쟁상 민감한 정보를 교환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담합이 성립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향후에도 금융 분야 등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된 시장에서 정보 교환을 매개로 한 담합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금융 분야에 장기간 유지된 경쟁 제한적 행태를 제재한 것으로서, 소비자 권익 보호와 경제 활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며 “향후 정보 교환 방식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해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확인 시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