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사이클’은 옛말...메모리플레이션 ‘구조적 우상향’
AI라는 ‘블랙홀’이 메모리 잠식… 일반 D램은 ‘공급 절벽’
칩플레이션, 신형 노트북 350만원대…"오늘이 가장 싸다"
“단기 사이클 아닌 구조적 대전환… 올해도 공급자 우위”
AI라는 ‘블랙홀’이 메모리 잠식… 일반 D램은 ‘공급 절벽’
칩플레이션, 신형 노트북 350만원대…"오늘이 가장 싸다"
“단기 사이클 아닌 구조적 대전환… 올해도 공급자 우위”
[사진=서울경제TV] |
[서울경제TV=김혜영기자] 요즘 컴퓨터와 스마트폰 속 작은 부품 하나가 세계 산업계를 흔들고 있다. 바로 메모리 반도체다. 메모리는 전자기기가 정보를 잠시 저장하는 부품으로, 사람의 ‘단기 기억’에 비유된다. 인공지능(AI) 확산이 메모리 반도체 수급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면서, 반도체 가격이 과거의 계절적·주기적 변동 패턴과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전자제품 가격 전반도 동반 상승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메모리 인플레이션’으로 부른다. 빵을 만드는 밀가루 값이 오르면 빵값이 오르듯, 전자제품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가격 상승이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IT 기기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귀한 몸이 된 메모리 가격의 상승세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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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 노트북 300만원대…메모리플레이션 '폭발'
직장인 김모(37)씨는 최근 가전 매장에서 노트북 가격표를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눈여겨보던 국산 노트북 가격이 18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이달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의 신형 갤럭시북 프로 16인치 모델은 351만원으로 책정됐다. 전작 대비 100만원 가까이 오른 가격이다.
가격 상승 압력은 스마트폰으로도 번지고 있다. 다음 달 공개될 ‘갤럭시 S26’ 시리즈 역시 출고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3년간 환율과 부품 가격 상승 압박 속에서도 출고가 인상 폭을 억제해 왔지만, 올해는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다. 증권가와 외신에서는 갤럭시 S26의 국내 출고가가 전작 대비 모델별로 최대 8만~9만원가량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CES 2026에서 “부품 가격 인상 압박이 상당하다”고 언급하며 가격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자제품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 가격이 고공행진하며, 가전제품 시장에 '오늘 사는 게 가장 싸다'는 우스갯소리가 현실화 되는 모습. 빵값이 오르면 밀가루 값을 탓하듯, 이제 IT 기기 가격표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AI가 집어삼킨 메모리 반도체값이 됐다.
◇ AI라는 ‘블랙홀’이 메모리 삼켰다…D램 '귀한 몸'
가격 상승 압력은 스마트폰으로도 번지고 있다. 다음 달 공개될 ‘갤럭시 S26’ 시리즈 역시 출고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3년간 환율과 부품 가격 상승 압박 속에서도 출고가 인상 폭을 억제해 왔지만, 올해는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다. 증권가와 외신에서는 갤럭시 S26의 국내 출고가가 전작 대비 모델별로 최대 8만~9만원가량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CES 2026에서 “부품 가격 인상 압박이 상당하다”고 언급하며 가격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자제품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 가격이 고공행진하며, 가전제품 시장에 '오늘 사는 게 가장 싸다'는 우스갯소리가 현실화 되는 모습. 빵값이 오르면 밀가루 값을 탓하듯, 이제 IT 기기 가격표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AI가 집어삼킨 메모리 반도체값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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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라는 ‘블랙홀’이 메모리 삼켰다…D램 '귀한 몸'
이 같은 사례는 개별 기업의 가격 정책이 아니라 산업 구조 변화의 단면이라는 분석이다. '메모리 인플레이션'의 주범인 인공지능(AI) 확대가 핵심이다. 챗GPT 같은 초거대 AI를 돌리려면 일반 서버보다 수십 배 많은 메모리가 필요하다. 특히 엔비디아 등 빅테크들이 수익성이 높은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싹쓸이하면서 공급 구조가 붕괴됐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35달러에 불과했던 PC용 D램(DDR4 8Gb) 가격은 9개월 연속 상승해 지난해 12월 9.3달러까지 치솟았다. 1년여 만에 7배 가까운 폭등이다.
돈이 되는 AI용 반도체(HBM) 생산에 공정 라인이 집중되다 보니, 우리가 흔히 쓰는 노트북과 스마트폰용 D램 생산은 뒤전으로 밀렸다. 물건은 없는데 살 사람은 줄을 서니 가격이 수직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HBM은 일반 D램보다 공정이 까다로워 동일한 양의 웨이퍼를 투입해도 실제 생산되는 칩의 양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제조사들이 HBM 비중을 높일수록 우리가 흔히 쓰는 PC나 스마트폰용 D램 생산량은 곤두박질 칠수 밖에 없다. 여기에 데이터센터 전력 효율을 위해 서버 업체들이 스마트폰용 저전력 D램(LPDDR)까지 선점하면서, 시장은 그야말로 공급 절벽을 맞닥뜨린 상황이다.
◇ “과거의 사이클은 잊어라”… 2026년까지 ‘솔드아웃’ 공포
과거 반도체 가격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사이클'을 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상승장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 가격 상승세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서버용 메모리(64GB RDIMM)의 경우, 지난해 3분기 255달러에서 올해 3월 700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연내 1,000달러(약 139만 원) 고지마저 넘보고 있다. 이는 반도체 호황기였던 2018년 고점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이번 상승은 수요 회복이 아니라 수요의 체질 변화에서 비롯됐다”며 “기존에는 AI에서 GPU가 무엇보다 중요했지만 이제는 HBM과 같은 AI용 메모리로 우선 순위가 바뀐만큼 사이클이라는 표현 자체가 맞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시장조사업체들은 AI 서버 1대에 들어가는 메모리 용량이 기존 서버 대비 5~10배에 달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AI 투자가 이어지는 한 메모리 수요는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견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도 유사한 전망을 내놨다. 올 1분기 D램 계약 가격은 전 분기 대비 최대 50~55%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고, 낸드플래시 역시 두 자릿수 이상의 상승을 예고했다. '오늘 사는 반도체가 향후 2년 내 가장 싼 물건이라는 말'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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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더 오르나?…‘공급의 구조적 단절’
그렇다면 얼마나 더 올를까, 가격을 밀어올리는 요인은 무엇일까? 글로벌 투자은행(IB)들과 전문가들이 가격 상승 지속을 점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HBM이 만든 생산 병목 현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용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에 사활을 걸면서 일반 D램 생산 라인이 급격히 줄었다. HBM은 일반 D램보다 공정이 복잡해 웨이퍼(원판) 투입 대비 생산량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AI라는 VIP 고객을 모시느라 우리가 흔히 쓰는 PC·모바일용 반도체가 찬밥 신세가 된 것이다.
둘째, 솔드아웃(Sold-out)의 공포가 자리한다. 이미 주요 제조사들의 2026년 말 생산분까지 엔비디아,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선점했다. 중소 제조사들이 뒤늦게 물량을 구하려 해도 “줄을 서도 줄 자리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오는 상황. 주요 메모리 업체들의 생산 물량 상당 부분이 선계약으로 묶여 있다는 점은 가격 하방을 제한한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설비가 늘어도 그 물량은 대부분 AI 고객사로 직행한다”고 전했다.
셋째, 설비 투자 속도다. 가격 안정의 관건은 공급이지만, 단기간 내 해결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나오는 이유다. 메모리 업체들은 설비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HBM 공정은 일반 D램보다 난도가 높고, 클린룸 증설과 수율 안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신규 설비가 실제 공급 증가로 이어지기까지 최소 18~24개월이 걸린다고 보고 있다. 지금 당장 증설에 나서도 실제 물량이 쏟아지는 시점은 2027년 이후다. 즉, 앞으로 18~24개월간은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공급자 절대 우위 시장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 "변수는 없나?"... ‘AI 속도’와 ‘거시 리스크’
그렇다면 변수는 없을까? 전문가들이 꼽는 변수는 두 가지다. 첫째는 AI 투자 속도다. 만약 글로벌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투자에 조정이 온다면 메모리 수요 증가세도 완만해질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생성형 AI 경쟁이 국가·기업 간 패권 경쟁으로 번지며 투자 축소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많다.
둘째는 거시경제 리스크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화될 경우 PC·스마트폰 수요 위축으로 일부 완충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서버·AI용 수요가 하단을 받쳐주면서 과거처럼 급락 국면으로 전환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종환 상명대 교수는 “AI 수요가 메모리 시장의 구조를 바꿔 놓으면서 가격의 하단 자체가 높아졌다”며 "AI 반도체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역시나 단기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급격한 가격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이 상승할 수 밖에 없는 구조와 환경에 놓여있다"며 “올해 최고의 화두인 피지컬AI의 성장이 예상되고, 지능형 반도체, 휴머노이드, 자율주행차, 스마트팜 등 응용분야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단순한 사이클을 넘어선 구조적 우상향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 “메모리 가격, 새로운 기준선 형성…중장기 우상향”
결국 메모리 가격은 과거의 저렴했던 시절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다. AI 투자 열풍이 기업 간 패권 경쟁으로 번지면서 반도체 수요는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견조하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속도 조절이지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는 평가다. AI가 촉발한 메모리 수요 구조 변화가 이어지는 한, D램 가격은 단기 조정을 거치더라도 중장기 우상향 흐름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전망이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과거에는 가격 하락과 상승이 자연스러웠지만, 이제는 높은 가격이 새로운 기준선이 됐다"며 "메모리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AI 시대가 불러온 산업 구조의 대전환"이라고 분석했다. /hyk@seadaily.com
김혜영 기자 jjss123456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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