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의 아부자르 이슬람 사원의 내부가 반정부 시위대에 의해 파괴된 모습. 타스님 타스 연합뉴스 |
“한 친구가 죽은 친척의 주검을 수습하러 마슈하드 안치소에 갔더니 ‘(주검에서 나온) 총알 한발당 1억5천만토만(3만원)을 내야 한다. 낼 돈이 없으면 (친정부) 바시즈 민병대 대원 사망자로 등록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 친구는 거절한 뒤 돈을 내고 주검을 받아왔다.”
노르웨이 기반 비정부기구 이란인권(IHR)이 20일(현지시각) 공개한 한 이란 시위 참가자의 증언에서 등장하는 내용이다. 이란 정부가 시위대를 폭도로 몰기 위해 진압에 투입된 군인과 민병대원의 사망자를 부풀리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 단체는 지난 7일 정부 쪽 진압대원이 산탄총을 발사해 10대 청소년인 호세인 아흐마드자데가 두 눈을 잃고 두개골에는 산탄총알이 가득했다는 증언도 전했다. 의사인 자파르자데는 병원으로 실려온 시위대가 과다 출혈로 사망하도록 치료를 하지 말고 두라는 당국의 지시를 거부하고 치료를 해 체포되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미국 기반 인권활동가통신(HRANA)은 군·경 등 보안 인력 180명을 포함해 사망자가 4519명이라고 밝혔다. 전날에 비해 500명 늘었지만, 이 단체가 사망 사실을 확인 중인 사람이 9049명에 달한다고 밝힌 만큼 숫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비에스뉴스는 지난 13일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시위 사망자가 최소 1만2천명에서 최대 2만명에 이른다고 보도한 바 있다.
20일(현지시각) 이란 반정부 시위 동안 손상된 이란 테헤란의 한 이슬람 사원 앞으로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이르나 타스 연합뉴스 |
이란 보안 당국이 4만대의 위성 인터넷망 스타링크 단말기를 정지시켰다는 이란 국영 방송의 보도를 데페아(DPA) 통신이 이날 전했다. 인터넷 감시단체 넷블록스는 지난 8일부터 12일 넘게 이란의 인터넷이 차단되고 있다며, 일부 사이트의 접속 양상을 볼 때 당국이 특정 이용자와 기관만 차단을 우회하도록 ‘화이트리스트’ 전략을 도입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여전히 이란이 시위대 처형을 중단했다며 관망하는 자세를 유지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취임 2기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지난주에 837명을 처형하려했다. 우린 그들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면, 그들에겐 매우 나쁜 날이 될 것이라고 알려줬다.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 뭐가 일어날지는 말할 수 없다”며 “이란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중동 지역을 담당하는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날 제494원정전투비행대대 소속 F-15 전투기 편대가 중동에 있는 한 기지에 도착했다며 “전투 준비 태세를 강화하고, 지역의 안전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중국해에서 이동 중인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과 호위 구축함 3대가 말레이시아 말라카 해협을 통과해, 수일 안으로 중동 지역에 도착할 것이라고 에이피(AP) 통신은 보도했다. 모하메드 시아 수다니 이라크 총리가 20일 자국에 이란과 미국 사이의 소통 창구를 마련하기 위해 양국과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한편,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란의 악화하는 인권 상황에 대해 오는 23일 긴급 회의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이사회는 “충격적인 폭력과 시위대에 대한 강경진압, 국제인권법 위반에 대한 신뢰할만한 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이날 이란에 무인기와 미사일 기술을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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