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종전안 서명 준비돼야 다보스 갈 것…그린란드·우크라 전쟁은 별개"
독일군 사령관 "트럼프의 그린란드 구상에 나토 대러시아 방어 취약해져"
독일군 사령관 "트럼프의 그린란드 구상에 나토 대러시아 방어 취약해져"
20일(현지시간) 러시아 공습 이후 대규모 정전이 이어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모습.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에 "러시아가 대규모 공격 준비를 마쳤고 현재 실행만 기다리는 중"이라며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습경보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달라"며 "모든 지역 당국은 신속히 대응하고 국민을 지원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의 에너지 기반 시설 집중 공격으로 이미 심각한 전력난에 직면해 있다. 키이우와 하르키우 등 주요 도시의 에너지 시설이 반복적으로 타격을 받으면서 혹한기 전기·난방 공급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키이우 시 당국에 따르면 전날 기준 아파트 건물 절반에 해당하는 5600여 개 건물의 난방 공급이 중단됐다.
핵심 물류 거점인 오데사 항구 역시 연일 미사일 공격을 받고 있으며, 자포리자 등 전선 인근 지역에서도 러시아가 점진적으로 공세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 당국에 따르면 전날 밤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역에 전투 드론 300여 대와 미사일 수십 발을 발사했다.
이로 인해 키이우에서는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고, 에너지 시설 피해가 누적되면서 의회 건물마저 전기·난방·수도 공급이 모두 끊기는 상황이 벌어졌다. 시 당국은 이달 들어서만 약 60만명의 시민이 키이우를 떠난 것으로 집계했다.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도 일시적으로 전력 공급이 끊겼다가 복구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우크라이나 원자력 안전 관리에 중요한 변전소들이 훼손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전력의 절반 이상을 원자력 발전으로 충당한다. 오데사 지역의 에너지 인프라 시설, 주거용 건물도 러시아 드론 공격을 받았다.
AFP통신에 따르면 국제형사재판소는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 피습과 관련해 러시아군 고위 관계자 2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러시아의 공격이 민간인의 피해를 의도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러시아의 공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종전 협상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추진하는 종전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일 종전의 걸림돌로 젤렌스키 대통령을 지목한 이후 사실상 제자리걸음 상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표단을 미국에 급파하고 러시아의 민간시설 공격을 부각하며 미국의 입장 변화를 끌어내려 하고 있지만, 아직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다보스포럼을 계기로 두 정상이 만날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력 복구 작업을 이유로 포럼 참석을 보류했다. 그는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미국과 안보 보장·번영(전후 경제 재건) 계획안이 서명 준비가 됐을 때만 다보스로 이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린란드 병합 논란으로 국제 현안의 무게중심이 이동한 것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그는 "전면전이 진행되는 동안 어떤 형태의 집중력 상실도 우려된다"라며 그린란드 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서로 대체할 수 있는 사안'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구상이 오히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안보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됐다. 알렉산더 졸프랑크 독일 연방군 작전지휘사령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그린란드를 둘러싼 분쟁이 나토의 결속력을 약화시켜 러시아의 나토 영토 공격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졸프랑크 사령관은 이 같은 갈등 기류에 대해 "우리는 현재 논의되는 것을 우려 속에서 귀 기울이고 있다"면서 "우리를 매일 때리는 러시아는 이 같은 현재 논의를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을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그린란드를 전략적으로 중시하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이는 북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대서양 동맹 전체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며 미국의 일방적 접근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또한 그는 "나토는 유럽만이 아니라 대서양과 북대서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나토 동맹의 중요성을 재차 내세웠다.
졸프랑크 사령관은 미국의 지원 없이 나토 회원국이 러시아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런 시나리오는 내게는 없다. 우리는 러시아의 공격 시 함께 맞설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나토에서 군사고문으로 활동해 온 미군 인력을 단계적으로 줄일 방침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나토 병력 훈련을 담당하는 자문기구(COE)에 파견된 미군 약 200명을 임기 종료 시 후임 없이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로 인해 COE를 포함한 나토 산하 약 30개 기구에서 미국의 관여 수준이 낮아질 전망이다. 다만 행정부 관계자들은 이 계획이 수개월 전부터 검토돼 왔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확보 발언이나 덴마크와의 갈등과는 무관하다고 WP에 설명했다.
아주경제=황진현 기자 jinhyun97@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