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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근로자 추정법’,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 숙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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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근로자 추정법’,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 숙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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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 등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고용과 직종이 생겨나고 있다. 전통적 고용관계에 들어와 있지 않은 이들 노동자가 법적 안전망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고용노동부가 20일 프리랜서와 특수고용직, 플랫폼 종사자 등 근로기준법의 보호 대상이 아닌 노동자를 위해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힌 배경이다.

노동부는 이와 함께 현행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모든 일하는 사람을 원칙적으로 근로자로 간주하는 ‘근로자 추정제’ 도입도 예고했다. 분쟁이 발생하면 특고·프리랜서의 근로자성을 우선 인정해 지원하고 사업주가 반증하는 경우에만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사업주의 입증 책임은 퇴직금이나 해고 무효확인 등 민사사건에 한정되며 노동관계법 위반 형사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권리밖 노동자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는 정부의 명분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선한 취지를 현실에서 부작용과 후폭풍을 최소화하면서 구현하는 일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상향을 통한 소득주도성장도 저소득 근로자의 안정적 생활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서민형 일자리 감소와 자영업·소상공인 고통 가중이라는 역기능을 불러온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근로자추정제’와 ‘일하는사람기본법’이 패키지로 입법화되면 퇴직금과 4대 보험, 시간외 근로수당과 주휴수당 등의 지급 의무가 발생한다. 기업에서는 인건비가 15~30% 안팎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따라 외부에 위탁하는 일감을 줄이려 할 것이다. 최저임금 급등때 ‘알바’ 대신 키오스크 설치를 늘린 것처럼 인공지능(AI) 도입과 자동화, 택배 로봇 등을 서두르는 기업이 늘 것이다.

노동부의 노동법 개정이 유연한 근무형태를 선호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고려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이 스페인의 이른바 ‘라이더 법(Ley Rider)’이다. 2021년 5월 제정된 이 법은 배달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해 플랫폼 기업들이 정식 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법을 지키는 기업이 손해를 입었다. 프리랜서들이 근로 계약보다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현재 직무 체제를 선호하면서 정식 고용을 선택한 기업들이 오히려 인력난에 직면하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5월1일 노동절에 맞춰 새 입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선한 취지가 반드시 제도적 성공으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새기고 정교한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