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충격에도 경제성장률 안정적 방어
AI 투자붐 덕에 금융시장 조기 진정
물가·주거비 부담↑…연준흔들기 우려
AI 투자붐 덕에 금융시장 조기 진정
물가·주거비 부담↑…연준흔들기 우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 1년을 지나며 미국 경제는 고강도 관세 정책과 중앙은행 압박이라는 이례적 변수 속에서도 예상보다 견조한 성장 흐름을 유지했다. 다만 성장의 과실이 특정 계층과 산업에 집중되며 ‘K자형 양극화’가 심화됐고, 물가 안정이라는 핵심 과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까지 겹치며 금융시장에는 구조적인 불안 요인이 상존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시장 충격의 요인은 관세였다. 동맹과 우방국을 가리지 않은 상호관세 정책은 발표 직후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지난해 4월 상호관세가 공개되자 뉴욕증시는 이틀 만에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고,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미 국채 시장에서도 투매 조짐이 나타났다. 경기침체 가능성을 뜻하는 ‘R의 공포’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동시에 제기됐다.
다만 충격은 오래가지 않았다. 관세 시행이 일부 유예되고 각국과의 협상을 통해 강도가 완화되면서 금융시장 불안은 비교적 빠르게 진정됐다. 실물경제 지표도 예상보다 양호했다. 관세 시행을 앞두고 수입이 급증한 영향으로 지난해 1분기 성장률은 일시적으로 역성장을 기록했지만 이후 분기에는 반등했다. 성장을 떠받친 축은 소비와 인공지능(AI) 투자였다. 소비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급격히 꺾이지 않았고,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한 데이터센터 투자와 AI 관련 설비 확충이 경기 하방을 지지했다. 증시는 AI 붐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 수준까지 회복하며 자산시장 전반에 낙관론을 확산시켰다.
문제는 체감 경기였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2.7% 상승했다. 전체 물가 상승률은 둔화 흐름을 보였지만, 식료품·전기료·도시가스비 등 민생과 직결된 항목에서는 상승 압력이 지속됐다. 식료품 가격은 연간 2.88% 올랐고, 전기료는 4.68%, 도시가스비는 11.34% 상승해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주거비 역시 완만한 둔화 없이 상승세를 이어가며 대도시를 중심으로 체감 부담을 키웠다. 고용 지표도 기대에 못 미쳤다. 지난해 미국의 월평균 신규 일자리 증가 수는 이전 행정부 시기보다 크게 줄었고, 실업률은 소폭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 1년 차 미국 경제를 두고 “성장은 버텼지만 구조적 불균형은 더 깊어졌다”고 평가한다. 서지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