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쿠키뉴스 언론사 이미지

탈모부터 암까지…무궁무진한 ‘RNA 치료제’ 개발 경쟁 본격화

쿠키뉴스 신대현
원문보기

탈모부터 암까지…무궁무진한 ‘RNA 치료제’ 개발 경쟁 본격화

서울맑음 / -3.9 °
쿠키뉴스 자료사진

쿠키뉴스 자료사진



제약·바이오 업계가 비만 치료제 이후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리보핵산(RNA) 치료제를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으로 가능성을 입증한 RNA 치료제는 탈모부터 심혈관질환, 암과 희귀질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며 글로벌 신약 개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들은 RNA 전문 바이오텍 인수합병(M&A)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기술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RNA 치료제는 단백질이 만들어지기 전 RNA 수준에서 질병을 치료하는 약물로,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 생성을 차단함으로써 근원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특히 siRNA(짧은 간섭 리보핵산), ASO(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등 RNA 간섭 기술은 이미 일부 질환에서 상업화 단계에 진입했다.

글로벌 빅파마 M&A 활발…차세대 모달리티 주목

특허 절벽을 앞둔 글로벌 빅파마들에게 RNA 치료제는 매력적인 모달리티(치료법)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RNA 치료제 시장은 2025년 151억달러(한화 약 22조원)에서 연평균 9.2%씩 증가해 2030년에는 235억달러(약 35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노바티스는 신경근육질환 RNA 치료제를 개발하는 생명공학기업 애비디티 바이오사이언스(Avidity Biosciences)를 약 120억달러(약 18조원)에 인수했다. 해당 인수는 노바티스의 최근 5년간 거래 규모 중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됐다. 애비디티는 심각한 유전성 신경근육 질환을 치료하는 항체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접합체(AOCs) RNA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은 지난해 10월 미국 바이오텍인 오비탈 테라퓨틱스(Orbital Therapeutics)를 약 15억달러(약 2조원)에 인수하고 원형 RNA 플랫폼을 확보했다. 이 기술은 기존 RNA보다 체내에서 더 오래 작용하고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쿠키뉴스 자료사진



RNA 치료제는 개발이 빠르고 설계가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염기서열 정보만 바꾸면 동일한 플랫폼 구조로 다른 새로운 질환의 치료제를 설계할 수 있어 반복 개발과 적응증 확장이 용이한 것이다. 또 우리 몸의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DNA를 직접 건드리지 않아 안전하다.

이는 코로나19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사례를 통해 이미 상업적으로 검증됐다. 모더나는 mRNA 코로나19 백신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치료용 RNA 약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MSD(미국 머크)와 모더나는 mRNA 암 백신 ‘mRNA-4157’과 면역관문 억제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를 보조요법으로 병용하는 임상 3상에 진입했다.

올해 후기 임상 결과 대거 공개…“경쟁력 증명”

글로벌 빅파마들의 공격적인 RNA 치료제 투자에 힘입어 국내 기업들도 관련 플랫폼 기술 확보와 치료제 파이프라인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 관련 기업으로는 올릭스, 알지노믹스, 에스티팜 등이 꼽힌다.

RNA 간섭(RNAi) 플랫폼 기술 기반 신약 개발 기업 올릭스는 ‘자가전달 비대칭 siRNA(cp-asiRNA)’ 플랫폼을 통해 일라이 릴리와 함께 차세대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올릭스는 릴리와 MASH·RNA 후보물질 ‘OLX702A’에 대해 약 6억3000만달러(약 9116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 OLX702A는 호주에서 임상 1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 중 이를 완료하면 임상 2상부터는 릴리가 이어받을 계획이다.

올릭스는 탈모 치료제 ‘OLX104C’도 개발 중이다. OLX104C는 안드로겐성 탈모(남성형 탈모)의 핵심 원인 중 하나인 안드로겐 수용체(AR)의 발현을 감소시켜 탈모를 유발하는 호르몬의 반응을 차단하는 기전이다. 지난달 호주 1b·2a상 임상시험에서 첫 환자 투여를 완료했으며 연내 임상 1b상을, 내년까지 2a상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RNA 편집·교정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알지노믹스도 지난해 5월 릴리와 약 1조9000억원 규모의 RNA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기술 경쟁력과 상업화를 입증했다. 알지노믹스의 RNA 편집·교정 플랫폼은 다양한 돌연변이에 동시 적용 가능한 확장성과 DNA 변형을 일으키지 않는 안전성, 적응증에 맞는 최적의 전달 효율성을 모두 갖췄다는 점이 특징이다.

알지노믹스의 핵심 파이프라인 ‘RZ-001’은 간암과 교모세포종을 적응증으로 둬 모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희귀의약품(ODD)과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다. 교모세포종에 대해선 동정적 치료목적 프로그램(EAP) 승인을 획득했다. 간암의 경우 면역항암제 병용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로슈와 셀트리온과 협력을 맺고 임상시험을 위한 면역항암제를 무상으로 공급받고 있다. 이외에도 알지노믹스는 알츠하이머 타깃 ‘RZ-003’, 망막색소변성증 타깃 ‘RZ-004’ 등 의료 미충족 수요가 높은 질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에스티팜 전경. 에스티팜 제공

에스티팜 전경. 에스티팜 제공



국내 대표적인 RNA 치료제 생산기업 중에선 동아제약 계열사인 에스티팜이 꼽힌다. 에스티팜은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올리고핵산) 기반 RNA 치료제 CDMO(위탁개발생산) 분야에서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모두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올리고핵산 합성부터 정제, 품질관리, 대량생산까지 전 공정을 모두 내재화해 RNA 치료제 세부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엔 제2올리고동을 준공해 대량 생산 체계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상업 생산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증권가는 올해를 RNA 치료제가 실질적인 숫자로 평가받는 원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글로벌 빅파마들이 직접 개발하거나 확보한 RNA 치료제들의 후기 임상 결과가 대거 공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독립 리서치 기업 그로쓰리서치는 산업보고서를 통해 “RNA 치료제의 가장 큰 강점은 ‘공략 불가능한 타겟’을 다룰 수 있다는 점”이라며 “저분자와 항체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에 의존해야 했지만, RNA 치료제는 mRNA 염기 서열만 알면 상보적으로 결합해 발현을 조절할 수 있다. 이 구조 덕분에 기존 약물이 접근하지 못했던 다수의 질환 원인이 치료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글로벌 빅파마의 RNA 치료제 후기 임상 결과가 집중되며, RNA 치료제가 희귀질환을 넘어 실현관·대사·중추신경계 등 대중 질환으로 확장 가능한지가 본격적으로 검증될 예정”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실제 환자 데이터를 통해 경쟁력을 증명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