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8대 금융지주 전반 점검…지배구조 全영역 점검
연임과 교체 맞물린 3월…금융지주 인사 분기점
新관치 논란 재등장…'점검 중' 자체가 메시지
연임과 교체 맞물린 3월…금융지주 인사 분기점
新관치 논란 재등장…'점검 중' 자체가 메시지
[서울경제TV = 이연아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점검 결과를 3월 말에 발표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금융권이 초긴장 국면에 들어섰다. 문제는 3월 말이라는 시점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금융지주들은 불확실성을 안고 버텨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모호한 예고는 이미 정책 발표를 넘어 압박의 신호로 작동하고 있다.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은 KB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농협금융지주·iM금융지주·BNK금융지주·JB금융지주 등 8개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현황 점검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사회 운영, CEO 선임 절차, 성과보수 체계까지 사실상 지배구조 전 영역이 점검 대상이다.
문제는 이 점검이 정기 주주총회 시즌과 겹친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금융, 신한금융, BNK금융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빈대인 BNK금융 회장은 모두 3월 말 주총에서 연임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여기에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32명 중 23명이 같은 시점에 임기 만료를 맞는다. CEO 연임과 이사회 재편이라는 핵심 인사가 동시에 걸린 국면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CEO 선임 절차 개선 등을 3월 말까지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제도개선의 방향성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폐쇄적 승계, 이사회 무력화, 정경유착 논란은 금융권의 오래된 숙제다.
그러나 우연으로 보기엔 부담스러운 타이밍이다. 금융권에서는 벌써부터 점검 과정에서 중대한 결함이 드러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당국 역시 이 같은 긴장감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결과 발표 시점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점검에 들어간 것은, 결과보다 '점검 중’이라는 상태 자체가 메시지가 되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 지점에서 신관치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든다. 금융권 내부에는 상반된 해석이 공존한다. 한쪽에서는 과거의 잘못을 끊기 위한 제도 정비라는 선의의 해석을 내놓는다. 반대편에서는 이번 점검이 사실상 ‘사전 정지작업’이자 ‘흔들기’로 작동해, 말 잘 듣는 인사를 앉히기 위한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다수의 평가는 그 중간 어딘가에 머문다.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문제의식은 실제로 존재하지만, 정치 일정과 인사 수요가 겹치는 시점에서는 그 동력이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 금융공공기관 CEO 인사가 연쇄적으로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금융지주 지배구조 점검 역시 관치 프레임에서 해석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특별한 현안이 없어도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메시지가 된다”며 “의도가 순수하지 않을 경우 ‘우리 편이 먹게 조금 해달라’는 식의 거래가 개입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거 금융권이 수차례 경험한 장면이다.
기자는 2024년부터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둘러싼 취재를 이어오며, 이번 점검 예고의 타이밍에 대해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지우기 어려웠다. 왜 하필 지금인가. 지난해 하반기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가동됐을 때도, 롱리스트가 공개됐을 때도,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도 문제를 제기하며 이같은 대대적 점검에 착수할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다. 그 시기마다 문제를 제기하거나 조치를 취할 기회는 있었지만, 당국의 움직임은 뚜렷하게 감지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CEO 연임과 이사회 교체가 동시에 걸린 3월 정기 주주총회를 목전에 두고 대대적인 점검을 예고하는 모습은 우연으로 보기엔 여러 의문을 남긴다.
결과는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이미 과정에서 신뢰를 소모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금융당국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스스로 진정성에 의문을 들게 만드는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지배구조 개선은 ‘칼을 휘두르는 행위’보다, ‘칼을 언제, 왜 드는지’를 더 엄격히 설명해야 하는 영역이다. 옳은 문제의식이라도, 가장 민감하고 예민한 시점에 꺼내 드는 순간 그 순수성은 의심받기 마련이다.
지배구조를 고치겠다는 칼이 진정이라면, 더더욱 칼을 드는 타이밍에 신중해야 한다. 지금처럼 결과는 미뤄둔 채 압박만 남기는 방식은 금융권에 개혁의 신호가 아니라 정치적 그림자를 먼저 떠올리게 만든다. yalee@sedaily.com
이연아 기자 ya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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