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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서 24시간… ‘1.5조원’ 자금세탁 일당 붙잡혀

조선비즈 권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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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서 24시간… ‘1.5조원’ 자금세탁 일당 붙잡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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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아파트 7곳에서 보이스피싱 피해금 등 총 1조5000억원의 자금을 세탁한 일당이 붙잡혔다.

보이스피싱범죄 합동수사부(합수부)는 범죄 조직원 13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7명을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고 21일 밝혔다. 수괴(총책)인 남성 A(40)씨 등 6명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 중이다.

보이스피싱범죄 합동수사부가 아파트에서 자금 세탁소를 운영한 범죄 조직 총책 A씨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100여점의 명품 의류와 가방, 신발. /보이스피싱범죄 합동수사부 제공

보이스피싱범죄 합동수사부가 아파트에서 자금 세탁소를 운영한 범죄 조직 총책 A씨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100여점의 명품 의류와 가방, 신발. /보이스피싱범죄 합동수사부 제공



이들은 범죄조직을 꾸려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80개 이상의 대포 계좌를 이용해 범죄 피해금 등 약 1조5750억원을 세탁한 혐의를 받는다.

합수부에 따르면 이 일당은 아파트를 임차한 뒤 ‘센터’라 부르는 자금 세탁 전용 사무실 겸 숙소로 개조했다. 주·야간조를 편성해 24시간 자금 세탁소를 운영했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고자, 하위 조직원 명의로 아파트를 빌리고 창문 전체에 암막 커튼을 설치했다. 조직원이 이탈하거나 장소가 노출될 가능성이 생기면 곧바로 센터를 옮겼다. 약 3년 6개월간 전북 전주시를 시작으로 인천 송도, 서울 고덕, 경기 용인시·수원시 등 7곳의 아파트로 센터를 바꿔가며 자금 세탁을 이어갔다.

범행 개요도. /보이스피싱범죄 합동수사부 제공

범행 개요도. /보이스피싱범죄 합동수사부 제공



이 일당은 조직적으로 수사에 대비했다. 센터를 옮길 때는 업무용 PC의 외장 하드와 대포 계좌 등 관련 증거를 모두 폐기했다. 수사기관에 적발됐을 때 대응 방법을 담은 이른바 ‘대본’도 준비했다.


또 대포 계좌 명의자가 수사기관에 적발되면 벌금을 대납해 주며 수사 확대를 차단했다. 하위 조직원이 구속되면 변호인을 대신 선임해 입단속을 하기도 했다. 최상선급 조직원들은 수시로 대포폰을 교체했다.

보이스피싱범죄 합동수사부가 아파트에서 자금 세탁소를 운영한 범죄 조직 총책 A씨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외제차. /보이스피싱범죄 합동수사부 제공

보이스피싱범죄 합동수사부가 아파트에서 자금 세탁소를 운영한 범죄 조직 총책 A씨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외제차. /보이스피싱범죄 합동수사부 제공



범죄 수익으로 고가 외제차, 명품 등을 사며 호화 생활을 누렸다. 총책 A씨의 주거지에선 에르메스, 샤넬 등 명품과 현금으로 명품을 구입한 영수증, 백화점 VVIP 카드 등이 여러 개 나왔다. 합수부는 휴대전화 포렌식과 거래 내역 분석을 통해 A씨의 순 범죄 수익금을 약 126억원으로 추산했다.

A씨 주거지에서 부동산과 카지노, 태양광발전 등 여러 사업 관련 서류도 발견됐다. A씨가 범죄 수익을 토대로 합법적 사업가로 탈바꿈하려던 것으로 보인다. 합수부는 범행의 전모를 규명해 자금 세탁을 방지했다고 설명했다.


합수부는 범죄 수익 환수를 위해 A씨 주거지와 은신처, 센터에서 약 4억원대 고가 명품 의류와 귀금속 등을 압수했다. 또 A씨는 물론 그의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들 명의의 재산 전부를 기소 전 추징 보전 청구했다. 약 30억원의 청구 자산 모두 법원이 인용 결정을 내렸다.

합수부는 A씨의 신병은 물론 은닉한 범죄 수익도 계속해서 추적하고 있다. 합수부 관계자는 “단 1명의 가담자도 수사망을 빠져나갈 수 없도록 끝까지 추적・검거하고 검거된 조직원들의 경우 그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범죄 수익을 철저히 환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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