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M2 논란 정면반박
“제가 최근에 가장 가슴 아프고 참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이 M2 증가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지난 15일 올해 첫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정부와 한은이 시중에 유동성을 많이 풀어서 환율과 부동산을 끌어올렸다는 비판이 제기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듣고 한 답변이다.
금통위는 이날 5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고 이창용 총재는 그 배경으로 “높은 환율이 중요한 요인이었던 것은 확실하다”고 했다. 그러나 ‘한은이 유동성을 많이 푼 탓’이라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이례적으로 총재의 기자간담회가 끝난 후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의 별도 설명회를 통해 이런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일반인에겐 친숙하지 않은 개념인 M2가 왜 최근 고환율 문제의 핵심 논점이 됐을까. 한국의 M2 수준은 실제로 어느 정도이고 더 고려할 변수는 없을까. 최근 ‘M2 논란’과 관련한 궁금증을 문답으로 풀었다.
◇M2가 뭔가
시중 통화량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통화량’이란 소비·투자·금융거래 등 경제활동에 활용되는 화폐, 즉 경제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돈의 총량을 뜻한다. ‘돈’이란 교환의 매개, 가치 저장, 회계 단위의 기능을 수행하는 금융 자산으로 정의되며 특정 금융 자산이 화폐로 빠르고 쉽게 변환될 수 있을수록 ‘유동성이 높다’고 표현된다. 흔히 쓰이는 ‘유동성이 늘었다’라는 문구는 적절치 않은 표현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M2가 늘어 환율이 올라갔다는 최근의 논란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성원 기자 |
금통위는 이날 5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고 이창용 총재는 그 배경으로 “높은 환율이 중요한 요인이었던 것은 확실하다”고 했다. 그러나 ‘한은이 유동성을 많이 푼 탓’이라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이례적으로 총재의 기자간담회가 끝난 후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의 별도 설명회를 통해 이런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일반인에겐 친숙하지 않은 개념인 M2가 왜 최근 고환율 문제의 핵심 논점이 됐을까. 한국의 M2 수준은 실제로 어느 정도이고 더 고려할 변수는 없을까. 최근 ‘M2 논란’과 관련한 궁금증을 문답으로 풀었다.
◇M2가 뭔가
시중 통화량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통화량’이란 소비·투자·금융거래 등 경제활동에 활용되는 화폐, 즉 경제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돈의 총량을 뜻한다. ‘돈’이란 교환의 매개, 가치 저장, 회계 단위의 기능을 수행하는 금융 자산으로 정의되며 특정 금융 자산이 화폐로 빠르고 쉽게 변환될 수 있을수록 ‘유동성이 높다’고 표현된다. 흔히 쓰이는 ‘유동성이 늘었다’라는 문구는 적절치 않은 표현이다.
M2는 화폐로 간주될 수 있는 금융 자산 군(群)을 유동성 정도에 따라 층위를 나눈 통화 지표 중 하나다. 통상 유동성이 높은 순서로 M1(협의 통화), M2(광의 통화), Lf(금융기관 유동성), L(광의 유동성) 등 넷으로 분류한다. M1에서 L로 갈수록 포괄하는 자산의 범위가 넓어진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넓어지나
M1은 흔히 말하는 ‘현금’이라 생각하면 쉽다. 지갑 속에 들어 있는 지폐·동전, 바로 빼서 쓸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현금과 다름없는 수시 입출식 예금 등이 포함된다. 이보다 약간 범위가 넓은 M2는 M1에 더해 만기 2년 미만의 정기예적금, 시장형 금융 상품(양도성예금증서), 실적 배당형 금융 상품(MMF, CMA, 만기 2년 미만 금전신탁) 등이 들어간다. 간단히 말해 수시 입출식 예금까지는 아니지만 만기가 짧거나 쉽게 해약이 가능한 자금이 M2에 포함된다. M2는 가계와 기업이 쓸 수 있는 돈을 가장 정확히 반영하는 데다 국가 간 비교도 쉬운 편이어서 통화량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가장 흔히 쓰인다.
Lf는 M2에 만기 2년 넘는 장기 금융 상품, 생명보험 계약 준비금 등을 더한 것이고, L은 여기에 국채·지방채·회사채 등 바로 현금화하기가 쉽지 않은 증권까지 포함한 지표다.
◇한국의 M2는 최근 얼마나 늘었나
한은은 매월 통화량 통계를 발표한다. 이에 따르면 환율이 많이 오른 지난해 하반기에 M2 증가율이 함께 올라가긴 했다. 2024년 초엔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이 3% 정도였고 2024년 연중으로 봐도 7%가 넘지 않았는데, 2025년 8월 M2 증가율이 코로나 당시 유동성이 많이 풀린 2022년 이후 처음으로 8%를 넘어선 후 (마지막 통계가 나온) 11월까지 계속 8% 선 위에 머물렀다. 마침 환율이 같은 시기에 고공 행진을 하면서 ‘M2의 과도한 증가가 고환율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유튜브 등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환율과 M2가 무슨 상관인가
환율은 ‘교환 비율’의 준말이다. 한 통화를 다른 통화로 바꿀 때 어떤 비율로 바꾸는지를 나타내며,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란 달러를 원화로 바꿀 때의 교환 비율을 의미한다. 20일 환율은 달러당 1478.1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시장에서 1달러를 가져가면 1478.1원으로 교환할 수 있는 ‘교환 비율’이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1달러의 가격이 1478.1원이라는 소리이기도 하다.
물물교환이나 돈을 내고 물건을 살 때 형성되는 ‘가격’과 마찬가지로 통화의 가격을 뜻하는 환율도 특정 통화의 수요 및 공급에 따라 오르내린다. 원화의 공급이 늘어나면 원화의 가격이 하락(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상승)하고, 반대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상승(환율 하락)하는 유인이 된다. 시중의 통화량을 뜻하는 대표 지표인 M2가 늘어났다는 사실은 ‘원화 공급 확대’를 뜻하기 때문에 환율을 끌어올리는 동력 중 하나로 작용할 수는 있다.
◇그렇다면 M2 증가가 환율을 끌어올렸다는 말이 맞지 않나
그렇게 단순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통화량 증가 자체만으로 환율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통화량은 경제가 성장할 때 늘어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통화량이 늘면 환율이 상승한다는 단순 논리는 한 나라 경제가 잘 성장하면 그 나라 화폐 가치가 하락(환율 상승)한다는 논리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다만 통화량 증가가 환율 상승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이런 경우엔 중요한 전제 조건, 빼놓을 수 없는 연결 고리가 있다. 바로 ‘물가’다. 통화량이 늘어 환율이 올라갔다는 인과관계가 성립하려면 반드시 통화량 증가로 물가가 올라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성립돼야 한다.
다시 말해 ‘통화량 증가로 환율이 올랐다’라는 논리가 말이 되려면 한국 물가가 다른 나라보다 높아지면 소비자들이 해외에서 물건을 더 사려고 하고, 이로 인해 달러 수요가 늘면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상승한다는 명확한 ‘3단계’ 인과관계가 보여야 한다. (경제학적으로는 ‘상대적 구매력 평가설’이라고 한다.)
현실은 어떨까. 아래 그래프를 보면 환율이 올라가기 시작한 2024년 말 이후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한국보다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어 ‘물가’라는 연결 고리가 지금으로선 없는 상태다. 한은이 ‘통화량 증가로 인한 환율 상승’이 틀린 주장이라고 반복해서 자료를 내고 설명회를 하는 이유다.
한국과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 %).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한국보다 줄곧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은행 |
아울러 환율은 원화의 수요·공급 외에도 달러의 주요 통화 대비 가치, 두 국가 간 금리의 차이, 경기 전망 및 성장률 격차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오르내리기 때문에 원화 통화량만으로 환율을 예측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M2가 8% 넘게 늘었으면 과한 것 아닌가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사안이 있다. 한국의 ‘M2 증가율’ 지표엔 착시를 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변수가 있었다. 지금까지 한은이 M2에 포함했던 ‘수익증권’, 그중에서도 한국 투자자가 최근 들어 많이 산 ETF(상장지수펀드)가 실제의 유동성 흐름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명확한 지침이 없던 과거와는 달리, 개편된 국제 표준(IMF 매뉴얼)은 ETF를 M2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주요국 중 ETF를 M2에 넣는 나라는 없다고 알려졌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블로그 글 ‘유동성 상황에 대한 이해’에서 “M2 범위 밖에 있던 자금들이 M2 상품인 ETF 등 수익증권으로 대폭 유입되면서 M2 증가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이후 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개인들이 어떠한 통화지표에도 포함되지 않는 한국 주식을 큰 폭으로 순매도했는데, 그중 일부가 ETF로 유입되면서 M2 증가세를 가속화하는 요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주식 개별 종목을 사거나 ETF를 매수하거나 큰 차이가 없는데, 통계 편제상 M2에 주식은 안 들어가고 ETF는 들어가 있어 주식을 팔고 ETF를 사면 시중 자금이 크게 늘어난 것 같은 착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ETF 등 수익증권이 지난해 9월 M2 증가율(8.5%)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2.1%에 달했다. 이런 문제를 수년 전부터 IMF(국제통화기금)가 제기해 왔고, 한은은 이 권고에 따라 개편 작업을 거쳐 이달부터 ETF를 뺀 M2 지표를 발표하고 있다.
ETF를 포함한 예전 기준 M2와 ETF를 뺀 새 M2 증가율. 새 기준으로 하면 최근 들어 M2 증가율이 오히려 다소 낮아졌다. |
새로운 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M2 증가율은 평균 4.4% 정도로 2024년 3.3%보다 1.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증가율이 약간 올라가긴 했지만 ETF를 포함할 경우 증가율 차이인 1.7%포인트(2024년 5.6%, 2025년 11월까지 7.3%)보다는 격차가 줄어든다. 아울러 8%대를 넘어갔던 8월 이후 증가율은 5%대로 하락한다. 새로운 M2를 기준으로 좀 더 긴 기간을 볼 경우 환율이 추세적으로 상승한 2023년 이후의 M2 증가율은 오히려 그전보다 하락했다.
ETF를 제외한 M2 증가율과 달러 대비 원화 환율. 환율이 추세적으로 올라간 2023년 이후 M2 증가율은 오히려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은행 |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떤가
최근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M2가 주요 선진국보다 많다는 점이 거론되며 ‘2차 M2 논란’이 일었다. 국회의원실발로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M2 비율이 153.8%이며 이는 미국 71.4%의 두 배가 넘고 유로 지역(108.5%)과 비교해도 높다는 보도가 나온 뒤였다. 이는 ETF를 제외한 수치를 기준으로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5일 이에 대해 “국가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GDP 대비 M2 비율이 높기 때문에 유동성이 크다고 하는 이론을 알지 못한다. 어떻게 그런 설명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저는 M2 나누기 GDP의 비율을 결정하는 것은 그 나라의 금융 구조, 즉 은행 중심이냐 자본시장 중심이냐 같은 여러 가지 구조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그것 자체를 놓고 유동성이 많다고 얘기하는 것은 들어보지도 못한 이론이라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걸 계속 얘기하면 감정이 너무 올라와서 대답을 잘 못 할 것 같습니다.”
간담회가 끝난 후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별도의 ‘특별’ 설명회를 통해 GDP 대비 M2가 높아 환율이 상승했다는 지적을 반박했다. 박 부총재보는 한국의 GDP 대비 M2가 2022년부터 빠르게 하락해 왔고 그 후 소폭 올라가긴 했지만 사실상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는 아래 그래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아울러 미국처럼 자본시장이 발달하면 금융 상품 중 주식이나 헤지펀드 등 M2로 잡히지 않는 항목이 많아 M2 비율이 비교적 낮게 집계되고, 한국처럼 은행 산업의 비중이 크면 예금 등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M2가 비교적 높게 잡힌다. 실제로 한국은 전체 금융 산업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45%로 미국 23%보다 훨씬 크다. 은행 위주인 한국 금융 산업의 특징이 M2 비율에도 그대로 반영됐다는 의미다. 한국과 비슷하게 은행 산업의 규모가 큰 대만과 일본의 GDP 대비 M2 비율은 한국보다 높은 243%, 193% 수준이다.
[김신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