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8만9000달러 붕괴, 금값은 또 사상 최고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합성 사진. ‘그린란드-2026년부터 미국 영토’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 앞에 트럼프가 성조기를 들고 서있다. 뒤에는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트루스 소셜 |
덴마크 연기금 아카데미커펜션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 전량을 이달 말까지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시도, 유럽 국가들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예고에 대한 반격이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는 미 경제 매체 CNBC에 “자본 전쟁(capital war)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예전처럼 미국 자산을 사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다. 트럼프 행정부의 ‘그린란드 관세’가 미국 자산 매도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 이날 뉴욕 주식시장, 미국 국채, 달러가 모두 약세를 보였다.
아카데미커펜션은 보유 중인 약 1억달러(약 1470억원) 규모 미국 국채를 이달 말까지 모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안데르스 셸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은 기본적으로 신용도가 좋은 국가가 아니고, 미국 정부 재정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미 정부의 부실 재정을 매각의 일차적인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그린란드를 둘러싼) 갈등 상황이 매각 결정을 내리는 데 전혀 어렵지 않게 만든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날 미국 국채 10년물과 30년물 금리 모두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채권 가격 하락). 매도세가 거세지며 미 국채 10년물은 4.3%에 근접했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덴마크의 미 국채 투자는 무의미한 규모”라며 “그들은 수년 동안 미 국채를 매각해 왔기 때문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를 인용해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 다른 유럽 연기금이 덴마크와 비슷한 결정을 내릴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지 미리 보여준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그린란드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신이 유럽 연기금들로 하여금 전통적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의 지위를 재고하게 할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유럽계 자금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약 3조5000억~3조7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체 외국인 보유 미국 국채(약 9조달러)의 약 40%이다. 특히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약 130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단일 연기금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날 미국 자산 자체를 기피하는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기류가 번지며 달러도 약세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지정학적 요인 때문에 금융시장이 불안정할 때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를 매수하는 경향이 있는데, 시장이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주요 6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8% 내린 98.6으로 하락했다.
20일 뉴욕 주식시장에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2.06% 급락 마감하는 등 주요 지수가 일제히 떨어졌다. S&P500은 올 들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하루 만에 올해 상승분을 뱉어냈다. 배녹번 캐피털 마켓의 마크 챈들러 수석시장전략가는 로이터에 “미국을 비롯한 일부 주식 시장이 과열된 수준이란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며 “무엇이 바늘 한 방(pinprick)이 될 지 몰랐지만, 이제 그것을 찾았다”고 했다.
미국 자산 가격 하락세는 안전자산인 금값을 밀어올렸다.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트로이온스(약 31.1g)당 4800달러를 넘었다. 21일 장중 한때 4890달러까지 치솟았다. 대표적인 위험자산인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3% 가까이 하락, 1개당 8만달러 선으로 내려왔다.
[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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