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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웨이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상업화 가능성을 맛본 HEM파마는 넥스트 스텝을 겨냥하고 있다. 장내 미생물 분석 '마이랩' 서비스로 축적한 10만건의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 베이스(DB)가 자산이다.
핵심은 정확한 타깃에 대한 제품 개발이다. DB 분석으로 수요가 큰 시장을 찾아내고 이에 효과를 보이는 미생물을 발굴해 제품화한다. 단순 분석 기업이 아닌 데이터 기반 제품 개발 기업으로 전환한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센서봇으로 데이터 수집을 자동화하고 AI로 질병을 예측하는 플랫폼을 더한다. 플랫폼에는 사용 기간이 길수록 개인 건강 데이터가 축적돼 다른 플랫폼으로 옮길 수 없는 락인 효과가 생긴다.
◇분석 서비스 통한 DB 축적, 프로바이오틱스 개발 역량 극대화
HEM파마는 국내에서 장내 미생물 분석 서비스 '마이랩'을 운영하며 10만건의 마이크로바이옴 DB를 구축했다. 이 DB의 활용도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개발부터 AI 기반 질병 예측 플랫폼 구축까지 무궁무진하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일란성 쌍둥이도 50%가 다를 정도로 개인차가 크다. 그러나 10만 건을 분석하면 패턴이 보인다. '단백질을 먹어도 흡수가 되지 않는 사람', '갱년기가 심한 사람', '키가 안 크는 아이'처럼 특정 미생물 부재로 인한 명확한 타깃 그룹이 드러난다.
여기에 HEM파마의 차세대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기술 '피마스(PMAS)'가 더해진다. PMAS는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체외에서 배양하며 특정 물질에 대한 반응을 테스트하는 기술이다. 차별점은 '병렬 구조'다.
경쟁 기관들은 직렬 구조라 한 사람의 마이크로바이옴에 특정 물질을 넣고 2주 배양해 반응을 본 뒤 다음 물질을 테스트하려면 장비를 멸균하고 다시 2주를 기다려야 한다. HEM파마는 한 사람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최대 96개로 복제해 건강기능식품, 약물 성분, 항암제 등을 동시에 테스트한다. 96가지 조합을 2주 만에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 암웨이가 3년간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기술을 보유한 네덜란드 왕립 응용과학연구소(TNO), 벨기에 겐트대학교, HEM파마를 비교한 끝에 파트너로 HEM파마를 선택한 이유다. 암웨이와 HEM파마는 이 기술로 타깃 그룹에 필요한 미생물을 빠르게 찾아내 맞춤형 제품 개발로 이어가고 있다.
단백질 흡수율을 높이는 '엔자임바이옴'이 대표 사례다. DB 분석 결과 단백질을 먹어도 소화가 되지 않는 사람과 근육이 증가하는 사람의 차이가 장내 미생물에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HEM파마는 PMAS로 해당 미생물을 찾아 제품화했다. 엔자임바이옴은 현재 베트남, 홍콩으로 수출되고 있다.
여성 갱년기 증상 완화 제품도 후보물질을 발굴해 연구 중이다. 에스트로겐 유사 펩타이드를 생성하는 미생물을 한국인의 35%만 보유하고 있다. 이 미생물이 있는 사람은 갱년기 증상이 약하거나 늦게 온다. HEM파마는 임상 연구를 진행했고 8종의 미생물을 찾아냈다.
어린이 성장 제품 개발도 진행 중이다. 성장판과 나이, 성별이 동일한데 유독 키가 빨리 크는 아이들의 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했더니 칼슘 흡수를 돕는 특정 미생물이 많았다. 이 미생물을 쥐에게 먹였더니 칼슘 흡수량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무기물의 흡수도 미생물에 의해 조절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이 제품은 어린이 성장뿐 아니라 여성 골다공증 시장도 타깃으로 한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와의 병용 제품도 연구 중이다. GLP-1도 사람마다 반응도와 부작용이 천차만별이다. 최저 농도에서 효과가 나타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부작용이 심해 아예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HEM파마는 GLP-1 반응도를 조절하는 미생물을 찾고 있다.
◇단순 분석 기업에서 데이터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
HEM파마는 마이랩을 통한 DB 축적에 그치지 않고 변기형 센서봇 기술을 개발했다.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 수집의 장벽인 변 채취의 번거로움을 없애고 소비자의 일상적인 건강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기 위해서다.
HEM파마는 6년간 유전자 데이터와 미생물이 만드는 향 물질을 매칭했다. 그 결과 2개의 가스 센서로 장내 미생물 상태를 유추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처음 한 번만 채변을 보내 정밀 분석을 받으면 이후에는 센서봇이 매일 자동으로 변화를 추적한다. 현재 암웨이와 일반 가정 내 보급을 협의 중이다. 소모품 구독을 통한 수익 발생을 기대한다.
하버드 의대와 4년간 협업한 AI 모델 '미네르바'는 HEM파마 플랫폼의 최종 단계다. 미네르바는 LLM 기반으로 전 세계 논문을 학습해 마이크로바이옴, 건강, 식생활, 질병 관계를 데이터베이스화했다. 여기에 암웨이 회원들의 실제 건강검진·생활습관 데이터가 함께 쌓인다.
일본에서 어플리케이션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개시한다. AI가 매일 개인 맞춤 건강 코칭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사용 기간이 길수록 개인 데이터가 축적돼 락인 효과가 강화된다는 점이다. 사용 기간이 길수록 예측이 정교해지고 축적된 개인 데이터 때문에 다른 플랫폼으로 옮길 수 없다. 제품 구매도 AI 추천을 따르게 되면서 지속 매출이 발생한다.
지요셉 HEM파마 대표는 "마이랩으로 DB 10만 건을 확보했다면 이제는 이 DB를 활용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센서봇으로 데이터 수집을 자동화하며 AI로 질병을 예측하는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플랫폼을 통한 락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찬혁 기자 info@the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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