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K무비③]
편집자 주
말 그대로 신드롬이었다. 그 시절 친구들 혹은 다음 세대 자녀들과 함께 삼삼오오 극장으로 향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커다란 스크린 앞에 운집한 관객들은 말 없이 주먹을 불끈 쥐는가 하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바로 희대의 만화 '슬램덩크' 첫 번째 극장판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이하 '슬램덩크') 이야기다.
이 작품은 동시대 희로애락을 공유하도록 돕는 전형적인 영화관 풍경을 새삼 상기시켰다. 그 영화적 가치는 지난 2023년 1월 첫 국내 극장 개봉 이후 재개봉을 거듭하면서 오히려 강화하는 모양새다.
우리네 문화를 전 세계적인 황금기로 이끈 마중물 'K무비'가 벼랑 끝에 내몰렸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옵니다. 위기에 빠진 한국영화의 어제와 오늘을 살피고, 보다 나은 내일을 열 해법을 모색합니다.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일주일간 다시 극장에서 선보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포스터. 지난 2023년 1월 첫 개봉과 지난해 1월 재개봉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NEW 제공 |
| ▶ 글 싣는 순서 |
| ① 박살난 '천만영화' 시대…숨통 움켜쥔 괴물들 ② 영화로 뜬 톱배우들, 영화를 떠나다 ③ '슬램덩크'가 내리꽂은 뜨거운 감자 '홀드백' (계속) |
말 그대로 신드롬이었다. 그 시절 친구들 혹은 다음 세대 자녀들과 함께 삼삼오오 극장으로 향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커다란 스크린 앞에 운집한 관객들은 말 없이 주먹을 불끈 쥐는가 하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바로 희대의 만화 '슬램덩크' 첫 번째 극장판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이하 '슬램덩크') 이야기다.
이 작품은 동시대 희로애락을 공유하도록 돕는 전형적인 영화관 풍경을 새삼 상기시켰다. 그 영화적 가치는 지난 2023년 1월 첫 국내 극장 개봉 이후 재개봉을 거듭하면서 오히려 강화하는 모양새다.
'슬램덩크'가 한국 영화판에 던진 화두가 하나 있다. 바로 '홀드백'(hold back),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는 동안 다른 플랫폼 유통을 막는 기간을 일컫는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를 주로 선보여온 영화인 A는 "작품별로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일본 원작사와 함께 우리나라 상황 등을 고려해 홀드백 기간을 정한다"며 "'슬램덩크'는 그 기간이 1년 이상이었고, 지난해 9월 개봉했던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은 워낙 빠르게 3백만 관객을 넘기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VOD 시장으로 넘어간 것 같다"고 전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컷. NEW 제공 |
개봉 한 달 만에 OTT 行…"조금만 기다리자" 극장 발길 뚝
일본은 개별 콘텐츠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제작위원회에서 작품 특성에 맞춰 홀드백 기간 등을 논의해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협의체는 그간 스크린 독과점 문제 등으로 시름해온 우리나라 영화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슬램덩크'는 첫 극장 개봉 이후 무려 1년 반 뒤에야 VOD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작품의 경우 원작 만화가 지닌 높은 인지도를 발판으로 홀드백 기간을 길게 설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극장에서 장기 흥행을 이뤄냈다. 이를 통해 보다 견고해진 인지도와 영향력을 바탕으로 다른 플랫폼 유통에서도 수익을 한껏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 셈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전 세계적으로 OTT라는 새로운 플랫폼 영향력이 막강해지자, 홀드백 기간을 두고 이해 당사자들 사이 갈등 역시 첨예하게 불거지고 있다.
이는 과거 극장 개봉 이후 9~12개월 뒤에나 볼 수 있던 화제작을, 이제는 OTT에서 빠르면 한 달 반 만에 접할 수 있게 된 데 따른 결과다. 이에 따라 '극장 가지 말고 조금만 기다렸다가 OTT로 보자'는 소비자 인식은 이미 깊게 뿌리내렸다는 진단이 나온다.
영화·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평론으로 이름난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윤석진 교수는 "홀드백으로 영화를 묶어 두면 관객들이 극장에 가서 볼 것인지를 물었을 때 답은 분명 '아니다'일 것"이라며 "영화 감독·배우들이 너도나도 OTT 시리즈를 찍으면서 사실상 영화의 범위가 확장해 가는 현실에서 소비자들은 홀드백을 통제로 여길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여파로 서울시내 한 영화관이 영업을 중단한 채 텅 비어 있다. 황진환 기자. |
극장 스크린 독과점 '원죄'…한국영화 부활 출발점 '다양성'
이렇듯 영상 콘텐츠 소비 방식이 180도 바뀐 현실은 영화계에서도 절감하는 부분이다.
영화인 B는 "홀드백에 대해 소비자들이 '내가 구독하는 OTT가 있는데, 왜 영화인들이 극장 살리겠다고 콘텐츠 공개를 한참 미루냐' '소비자 권리를 박탈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할 수 있다"며 "그럴 때 그나마 설득의 여지를 만들려면 먼저 극장 문턱을 낮추고 좋은 콘텐츠를 다양하게 상영해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지적은 극장이 홀드백 기간 단축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충분한 홀드백 기간을 확보하는 지름길은 결국 극장 상영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극장 측은 짧은 기간에 많은 관객을 동원하고자 특정 영화에 절대 다수 스크린을 몰아 주는 비효율적인 물량공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절대 다수 영화는 태부족한 나머지 스크린을 나눠 가져야 하는 탓에 상영기간이 짦아지는 악순환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영화 '부산행' '반도' 등을 선보인 제작사 레드피터 이동하 대표는 "홀드백은 물론 스크린 상한제, 프리패스 등 현재 논의되는 제도는 결국 한국영화 산업 발전의 토대인 공정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하나로 엮이는 도구들"이라며 "영화 한 편이 전체 스크린의 90%를 점유하는 지금 우리 극장 현실은 관객들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먼저 극장에 다양한 영화가 걸릴 수 있을 때 한국영화 부활 시도 역시 소비자들에게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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