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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못 구해 해외로··· 스페인 100만명당 장기기증 53.9명 vs 韓, 7.7명 불과 [이어진 숨, 피어난 삶]

서울경제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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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못 구해 해외로··· 스페인 100만명당 장기기증 53.9명 vs 韓, 7.7명 불과 [이어진 숨, 피어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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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이식수술 추정 환자 1만 명 넘어
한국 장기 기증자 수 63개국 중 42위 그쳐
스페인·미국에 비해 최대 약 7배 격차
규정만 있고 벌칙없어 귀국 후 신고 5년간 5건
거부하지 않으면 기증 간주하는 '옵트아웃'
국내서 논의되지만 국민 정서상 시기상조


해외에서 장기이식 수술을 받은 뒤 귀국해 치료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가 1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장기 기증률로 이식 대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일부 환자들이 윤리적·의학적 위험을 감수하고 원정 장기이식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해외에서 장기이식 수술을 받고 국내에서 면역억제제를 처방받았으나 국내 수술 기록이 없는 누적 환자 수가 총 1만 388명(2010년 이전 국내 수술 이력 미집계)으로 집계됐다. 면역억제제는 주로 장기이식 수술 후 감염 등을 막기 위해 처방된다. 이 같은 환자 규모는 같은 기간 국내에서 장기이식 수술을 받고 면역억제제를 처방받은 환자 수의 약 3분의 1 수준에 해당한다.

국내 수술 기록이 없는데 면역억제제 처방을 받은 환자들 중에는 신장이식 환자가 6726명으로 가장 많았고 간이식(3492명), 심장이식(145명)이 뒤를 이었다. 기타 장기이식 환자는 22명이었으며 각막과 폐이식 환자도 각각 1명씩 포함됐다.

해외 원정 장기이식수술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가 1만 명대가 지속되는 것은 국내에서는 이식받을 장기를 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일 국제 장기 기증 및 이식 등록기구(IRODaT)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0만 명당 장기 기증자 수는 7.75명으로 조사 대상 63개국 중 42위에 머물렀다. 세계 1위인 스페인(53.9명)과 비교하면 8배가량 차이가 난다. 스페인 다음은 미국(49.70명), 포르투갈(36.67명), 벨기에(35.81명) 등으로 서구권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태국(6.06명), 대만(5.77명), 중국(4.73명), 일본(1.13명) 등 아시아권 국가들은 우리나라보다도 적었다. 유교·불교 문화권에 속해 있는 아시아권 국가들의 장기 기증자 수가 서구권에 비해 크게 낮은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외 원정 장기이식에 대한 수요가 꾸준해 장기 밀매 등 범죄에 이용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해외 원정 이식 자체와 불법 장기 거래를 막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2008년 채택된 ‘이스탄불 선언’은 장기 매매와 이식 관광을 명확히 금지하며 각국 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2010년 ‘마드리드 결의’는 각 국가가 자국 환자에게 필요한 장기를 자국 내에서 조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자급자족 원칙을 제시했다. 여기에 장기 기증의 자발성·무상성·투명성 등을 강조하는 세계보건기구(WHO) 지침까지 더해졌다. 현재 국제사회는 이 같은 ‘윤리적 이식의 3대 규범’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 원정 장기이식에 대한 수요를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 장기이식 대기 기간이 길어질수록 생존 가능성은 낮아지고 일부 환자들은 높은 위험성을 알면서도 해외 수술을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해외 원정 이식이 윤리적·의학적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다는 점이다. 안형준 경희대 이식외과 교수는 “해외에서는 기증자에 대한 충분한 검사 없이 상태가 좋지 않은 장기를 이식받거나 일부 국가의 의료 수준이 한국보다 낮아 수술 이후 환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이 때문에 귀국 후 예후가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해 2020년 법 개정을 통해 해외에서 장기이식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보건 당국 신고 의무를 부과했다. 현행 장기이식법 제27조의2는 국외에서 장기이식을 받은 사람이 귀국 후 30일 이내에 이식 의료기관 등을 국립장기이식관리기관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벌칙 조항이 없어 사실상 강제력은 없는 상태다. 실제 법 개정 이후 2025년 말까지 5년간 접수된 신고 건수는 단 5건에 그쳤다. 5건의 장기는 모두 신장이었으며 수술 국가는 중국 2건, 캄보디아 2건, 일본 1건으로 집계됐다. 김황호 한국장기이식윤리협회 이사는 “최근 캄보디아 사례가 불거졌지만 불법 장기 매매 및 원정 이식수술 문제는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러 국가에서 불법 장기이식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현행 법체계로는 실태 파악조차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국외 이식 신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신고 의무만 있고 처벌이 없는 현행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원정 이식수술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내 장기 기증 기반을 두텁게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장기 기증과 이식수술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해외 주요 국가들은 ‘옵트아웃’ 제도를 도입해 획기적으로 장기이식을 활성화했다. 장기 기증 분야에서 옵트아웃이란 생전에 장기 기증을 거부하는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사후에 기증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세계에서 장기 기증이 가장 활발한 스페인의 경우 1979년 이 제도를 도입했고 약 10년 후부터 기증자 수가 본격적으로 늘어났다. 병원 내 전담 코디네이터 배치, 국가 주도의 상시 관리 체계, 대국민 캠페인이 함께 작동하면서 기증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당신은 타인을 위한 완벽한 사람입니다”와 같은 공공 캠페인이 장기 기증을 개인의 결단이 아닌 사회적 가치로 인식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미국은 한국과 같이 옵트인 제도(생전에 장기 기증 희망 등록을 해야만 기증이 가능한 시스템)를 유지하면서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장기 기증이 활발하다. 1987년 통합사체기증법(UAGA) 개정을 통해 고인이 생전 명확한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았을 경우 가족이 기증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한 덕분이다. 동시에 장기조달기구(OPO)를 중심으로 한 촘촘한 이식 네트워크를 구축해 높은 기증률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기증자의 선의와 참여에만 의존하는 옵트인보다는 옵트아웃이 장기 기증 확대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게 학계의 분석이다. 실제 미국에서 옵트아웃 제도를 도입할 경우 50만 명이 4300~1만 1400년의 생존 기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옵트아웃 제도 도입 논의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사회적 수용성과 합의 부족에 결국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18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당시 복지부 장관은 옵트아웃 제도 도입과 관련한 질의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다”며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 형성이 먼저 필요하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장기 기증을 ‘추정 동의’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해 국민 정서상 거부감이 여전히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7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실시한 ‘2025년 장기·인체조직기증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본인이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으면 장기 기증 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옵트아웃 제도에 대해 찬성은 30.1%, 반대는 27.3%로 팽팽하게 맞섰다. 찬반 격차가 오차 범위 내에 머물면서 제도 도입에 필요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형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국내에서도 옵트아웃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공청회 등을 수년 전부터 해오고 있다”면서도 “사회적인 합의가 선행되기 전에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경우 오히려 장기 기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기증 희망 등록률을 높이는 등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수 기자 sy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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