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년물 금리 하루 25bp 폭등…조기총선에 재정건전성 부각
헤지펀드 항복·보험사 투매로 '아수라장'…1경원 日국채 충격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9일 기자회견에서 조기 총선을 발표하는 가운데 이를 방영한 스크린 앞을 한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2026.1.19 ⓒ AFP=뉴스1 |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일본의 7.6조 달러(약 1경 원) 규모 국채 시장이 초토화됐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공격적인 감세와 재정 지출 확대 계획이 일본 정부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을 촉발하며, 국채 금리가 역대급 폭등세를 기록했다.
고요했던 도쿄시장 '발작'…30·40년물 금리 하루 25bp 폭등
20일(현지시간) 도쿄 채권 시장은 오후 들어 걷잡을 수 없는 매도세에 휘말렸다. 특별한 단일 촉매제는 없었지만, 그동안 쌓여온 재정 불안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는 분석이다.
일본 30년물과 40년물 국채 금리는 하루 만에 25bp(0.25%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특히 40년물 금리는 4%를 돌파하며 2007년 도입 이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앞서 실시된 20년물 국채 입찰에서 수요가 저조했던 것이 도화선이 됐다. 시장은 이를 "정부 부채를 더 이상 받아줄 여력이 없다"는 신호로 해석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일본판' 리즈 트러스 모먼트… 시장의 무서운 경고
전략가들은 이번 사태를 2022년 영국을 금융 위기로 몰아넣었던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재원 없는 감세' 사태에 비유하고 있다. 트러스는 2022년 취임 후 대규모 감세 정책이 초래한 시장 혼란에 책임을 지고 단 49일 만에 물러나며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로 기록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내달 조기 총선을 앞두고 약 5조 엔 규모의 식품·음료 소비세 일시 중단을 발표했다. 추가 국채 발행은 없다고 공언했지만, 시장은 "결국 빚으로 메워야 할 것"이라며 싸늘하게 반응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마사히코 루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시장이 일본 버전의 리즈 트러스 모먼트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입 보전 없는 지출은 금리 폭등을 부를 것이라는 시장의 경고는 명확하다.
트레이딩 룸의 비명…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
채권 가격 폭락(금리 상승)은 금융권 전반에 연쇄 충격을 줬다. 금리가 내려갈 것에 베팅했던 헤지펀드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고 포지션을 청산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채권 포트폴리오를 가진 일본 생명보험사들도 패닉 매도에 가세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우량 회사채 금리까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수백만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려던 주요 기업들이 마지막 순간에 딜을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저금리에 익숙했던 일본 기업들에 '자금 조달 비용 상승'이라는 실존적 위기가 닥친 셈이다.
일본 국채 시장의 이번 폭락은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에 대한 시장의 응징 성격이 짙다. 특히 달러당 엔화 환율(엔화 가치와 반대)이 158엔대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국채 금리까지 통제 불능 상태로 치솟으면 일본 경제는 전형적인 스테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과 재정 위기의 복합 불황에 빠질 수 있다.
shinkir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