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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사진·글로 다시 태어난 나무의 영혼…'덕수궁 회화나무 프로젝트'

뉴시스 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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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사진·글로 다시 태어난 나무의 영혼…'덕수궁 회화나무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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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덕수궁 선원전 터에는 최소 200년 이상 자리를 지켜온 회화나무 한 그루가 있다.

국가유산청의 궁궐 복원사업을 기록하러 현장을 찾은 사진가 이명호는 아트펜스를 설치하기 위해 이곳을 둘러보다 우연히 이 나무와 마주했다. 한때 고사 판정을 받아 '죽은 나무'로 기억되던 존재가 어느 날 새싹을 틔우며 되살아났다는 사연은 그의 시선을 붙잡았고, 한 권의 책으로 나오는 출발점이 됐다.

신간 '덕수궁 회화나무 프로젝트'(민음사, 이명호 외 8인 지음)는 2024년 8월 덕수궁 선원전 영역의 옛 조선저축은행 중역 사택에서 열린 이명호 사진전 '회화나무, 덕수궁…'과 한국스탠포드센터가 개최한 학술포럼 '지속 가능한 도시와 역사적 유산의 역할'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기록이다.

사진가, 비평가, 변호사, 생태학자, 조경·궁궐 전문가, 건축가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 회화나무를 중심으로 도시의 유산과 복원, 생태와 건축 등 미래 도시를 위한 질문을 함께 나눈 기록이다.

한 그루 나무를, 도시를 사유하는 통로로 삼은 이 책은 한 존재의 회생을 포착한 예술적 기록이자 오래된 유산이 현재 도시와 어떻게 공명하고 다시 구성될 수 있는지를 성찰한다. 우리는 어떻게 이 도시의 긴 시간 속에서 과거와 미래를 함께 상상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덕수궁 회화나무는 그 질문에 조용하지만 분명한 답을 들려준다.

"큰 회화나무 한 그루가 공터 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던 모습은 실로 전율을 느끼게 했다. 수령이 족히 수백 년쯤 되어 보이는 회화나무는 마치 할 말이 있다는 듯 나를 불러 세웠고, 홀린 듯 멈춰 섰지만, 정작 그 회화나무는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왈칵 울었다 다시 활짝 웃었다.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고, 그 회화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작품에 담기로 했다." (33쪽)


"우리는 너무 짧은 시간을 가지고 세상의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우리가 보는 모든 대상도 시간, 공간, 인간이 어우러진 통합체로 보면서 긴 호흡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처럼 덕수궁의 회화나무를 보아야 합니다. 저 회화나무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뿌리를 내리고 살아 오늘 저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106쪽)

덕수궁 회화나무의 '회생'은 단순한 생태적 기적에 그치지 않는다. 나무는 선원전 복원의 상징이자 도시 유산과 도시 생태의 상징이다.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시간과 기억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창(窓)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인근을 드나들던 사람들조차 거의 인지하지 못했던 존재가 어떻게 다시 살아났는가 하는 사실은, 도시가 품고 있는 여러 층위의 진실과 우리의 무심했던 시선을 동시에 불러낸다.

"'덕수궁 회화나무'는 지난 250년간 우리의 수도 한복판에서 우리를 밟고 지나간 온갖 혼돈에 함께 짓밟히면서 살아남았다. (중략) 인간들이 이 세상에서 만나 서로 무너뜨리고 끌어안고 불타오르고 재가 되고 다시 건설하는 동안 저 회화나무 한 그루는 그 힘센 것들 앞에서 가장 고요히 살아남은 당사자이자 우리의 관찰자였다는 사실이다." (서문 '저 나무는 죽은 나무가 아니다' 중)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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