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사실들) : 땅 80%가 얼음, 그린란드
선(맥락들) : 트럼프가 그린란드에 집착하는 이유
면(관점들) : 미·유럽 싸움에 행복한 푸틴?
선(맥락들) : 트럼프가 그린란드에 집착하는 이유
면(관점들) : 미·유럽 싸움에 행복한 푸틴?
지난 17일(현지시간) 그린란드의 수도 누크에 있는 미국 영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그린란드 합병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만우절 농담 아니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사고 싶다고 했을 때, 라스 뢰케 라스무센 전 덴마크 총리가 보인 반응입니다. 메테 프레데릭센 당시 덴마크 총리도 “터무니없다”면서 “그린란드는 판매용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죠. 덴마크 국민당의 중진 정치인 쇠렌 에스페르센은 “그가 정말로 이 생각을 했다면 그가 미쳤다는 최종 증거”라고까지 했습니다.
주권국가의 영토를, 그것도 부동산처럼 사겠다는 발상 자체가 황당했죠. 그런데 이 허풍처럼 보이던 얘기를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행동으로 옮기려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의 그린란드 매입에 협조하지 않는 유럽 8개국에 최대 25%의 관세를 “100% 실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동맹국에 관세로 압박을 가하겠다는 뜻입니다.
오늘 점선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왜 이렇게까지 그린란드에 집착하는지, 그 이유를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점(사실들): 땅 80%가 얼음, 그린란드
그린란드와 수도 누크를 표시한 지도. 경향신문 자료사진 |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입니다. 지리적으로는 북미 대륙에 속하지만, 정치·문화적으로는 유럽과 더 가깝습니다. 덴마크의 식민지를 거쳐 지금은 덴마크 왕국 안의 자치국이죠.
섬 전체의 약 80%가 빙하로 덮여 있을 만큼 환경은 척박합니다. 그래서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낮은 지역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인구는 약 5만7000명, 주민 대부분은 수도 누크와 그 주변에 모여 살고 있습니다. 수출의 90%는 수산물에 의존하고 있고요. 정부 예산의 절반 가까이를 매년 덴마크가 지원할 정도로 경제적 자립도는 낮은 편입니다.
선(맥락들): 트럼프가 그린란드에 집착하는 이유
이 정도 조건만 보면 ‘굳이 왜?’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이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북극항로입니다. 그린란드는 북극항로와 맞닿아 있습니다. 북극항로는 아시아, 유럽, 북미를 잇는 해상 경로인데, 기후 변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수에즈 운하보다 더 짧고 빠른 대체 항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미 손잡고 이 북극항로를 적극적으로 개척 중입니다.
미국이 그린란드를 차지하게 되면, 러시아와 중국이 북극항로를 오가며 경제·군사적 영향력을 키우는 걸 견제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그린란드는 군사안보상 필수적”이라며 “러시아와 중국 선박이 그린란드 주변을 뒤덮고 있다”고 말한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희토류입니다. 그린란드에는 전기차 배터리, 스마트폰, 무기 제조에 꼭 필요한 희토류가 대규모로 매장돼 있습니다. 매장량은 약 150만 톤으로, 전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많은 수준입니다. 중국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희토류 공급망에서 벗어나려는 미국 입장에선, 그린란드는 전략적으로 매우 매력적인 곳인 셈입니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인 2019년 8월, 그린란드 매입 문제를 처음 공개적으로 꺼냈습니다. 당시 트위터(현 엑스)에 그린란드 풍경 위에 황금빛 트럼프 호텔을 합성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19년 8월19일(현지시간) 트럼프 호텔과 그린란드 풍경을 합성한 사진을 트위터(현 엑스)에 올렸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면(관점들): 미·유럽 싸움에 행복한 푸틴?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매입에 반대하는 유럽 주요국들에 10~25%의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 여파로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덴마크 등 유럽 주요 8개국은 공동 입장을 내고 “우리는 덴마크 왕국과 그린란드 국민들과 완전한 연대감을 가지고 있다”며 “관세 위협은 대서양 지역의 관계를 훼손하고 위험한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을 은근히 반기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입니다.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치켜세우는 분위기입니다. 러시아 일간 로시스카야 가제타는 “그린란드를 손에 넣으면 미국은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은 영토를 가진 나라가 되며, 면적에서 캐나다를 앞지르게 된다”며 “에이브러햄 링컨의 노예제 폐지나 나폴레옹 전쟁 당시의 영토 확장에 필적하는 사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선 그린란드 문제로 대서양 동맹이 흔들리는 것 자체가 호재입니다. 우크라이나 침략을 정당화하기도 한결 쉬워지고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편입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미소 짓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타스연합뉴스 |
이제 우리가 익숙하게 알던 국제질서는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듯합니다. 관세를 무기처럼 휘두르며 동맹국부터 압박하고, 다른 나라의 영토를 힘으로 가져오겠다는 발상까지 나오고 있으니까요.
스티븐 워스하임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경고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주요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 집권기뿐 아니라 향후 다른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더는 미국에 의존한 안보 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게 됐다. 미국의 힘은 신뢰할 수 없을 뿐더러 언제든 동맹국의 심장을 겨누는 단검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다.”
‘혈맹’이라는 말만 믿고 안심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각국 스스로의 힘을 길러야 할 때가 온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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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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