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슈팅 1-10... '쫄아서' 내려앉은 한국, 일본의 '우아한 축구' 도왔다
2024년 황선홍호는 거칠게 몰아붙여 일본 잡았다
요르단도 했던 전방 압박, 한국은 왜 못했나... 뼈아픈 전술적 패착
[파이낸셜뉴스] 축구에서 실력 차이는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싸울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한국 축구가 숙적 일본 앞에서 철저히 작아졌다. 0-1이라는 스코어는 착시 현상일 뿐이다. 전반 슈팅 수 '1대10'이라는 치욕적인 숫자가 말해주듯, 이날 한국은 일본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스스로 겁을 먹고 주저앉았다.
가장 아쉬운 것은 '전술적 선택'이다. 객관적인 기량에서 일본이 한 수 위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2024년 황선홍호는 거칠게 몰아붙여 일본 잡았다
요르단도 했던 전방 압박, 한국은 왜 못했나... 뼈아픈 전술적 패착
20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한국과 일본의 4강전에서 0-1로 패배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된 대한민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대한축구협회 제공 |
[파이낸셜뉴스] 축구에서 실력 차이는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싸울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한국 축구가 숙적 일본 앞에서 철저히 작아졌다. 0-1이라는 스코어는 착시 현상일 뿐이다. 전반 슈팅 수 '1대10'이라는 치욕적인 숫자가 말해주듯, 이날 한국은 일본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스스로 겁을 먹고 주저앉았다.
가장 아쉬운 것은 '전술적 선택'이다. 객관적인 기량에서 일본이 한 수 위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일본 선수들의 볼 키핑과 탈압박 능력은 유려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나왔어야 했을까. 정답은 이미 2년 전(2024년)과 4일 전(요르단전)에 나와 있었다. 하지만 이민성 감독은 그 오답노트를 전혀 펼쳐보지 않은 듯했다.
시계를 2024년 카타르 U-23 아시안컵으로 돌려보자. 당시 황선홍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일본을 1-0으로 꺾었다. 그 대회에서 일본은 결국 우승을 차지했지만, 유일하게 한국에게만 패배를 기록했다.
20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한국과 일본의 4강전에서 대한민국 이민성 감독이 피치로 향하고 있다.뉴스1 |
당시 황선홍호의 승리 요인은 명확했다. 기술 좋은 일본이 편하게 공을 차지 못하도록 '거칠게 싸움'을 걸었다. 미드필드부터 강하게 부딪치고, 파울을 불사하는 압박으로 일본의 템포를 끊어놓았다. 일본 선수들이 "한국은 거칠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기술의 열세를 투지와 활동량, 그리고 거친 몸싸움으로 메운 것이다.
하지만 이날 이민성호는 정반대였다. 일본이 공을 잡으면 물러서기에 바빴다. '존 디펜스(지역 방어)'라는 명목하에 일본 선수들에게 자유롭게 패스할 공간을 내줬다. 싸움을 걸기는커녕, 일본이 하고 싶은 축구를 마음껏 하도록 멍석을 깔아준 꼴이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바로 앞선 8강전에서 일본을 승부차기까지 몰고 갔던 요르단을 보자. 요르단은 전방에서부터 일본을 강하게 압박했다. 일본 수비진이 편하게 빌드업을 하지 못하게 괴롭혔고, 공을 뺏으면 지체 없이 카운터 어택을 날렸다.
20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한국과 일본의 4강전에서 한국 이민성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반면 한국은 전반 내내 '내려앉기'만 했을 뿐, 날카로운 '카운터'가 없었다. 웅크리고 있다가 공을 뺏으면 다시 뺏기기 바빴고, 전방의 백가온은 완전히 고립됐다. 수비 라인을 내릴 거면 확실한 역습 한 방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그저 '안 먹히기 위한 수비'만 하다가 전반 36분 허무하게 선제골을 내줬다.
일본은 한국보다 두 살 어린 U-21 선수들로 나왔다. 하지만 공을 다루는 기술과 여유는 형님들인 한국 선수들보다 한 수, 아니 두 수 위였다.
기술이 부족한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하지만 기술이 부족한데 전략조차 소극적인 건 직무 유기다. 상대가 기술로 나오면 우리는 힘과 체력, 그리고 거친 압박으로 진흙탕 싸움을 만들었어야 했다. 일본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그런 '질식 축구'다.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의 배현서.대한축구협회 제공 |
그런데 한국은 일본 앞에서 너무나 '얌전한 양'이었다. 전반 슈팅 1개라는 숫자는 한국 축구가 일본을 상대로 얼마나 겁을 먹었는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2년 전 황선홍호가 보여준 '투혼의 승리'를 복기하지 못한 대가는 혹독했다. 전술 부재와 투지 실종. 제다의 밤, 한국 축구는 일본에게 경기력도, 정신력도 완패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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