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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는 무슨…트럼프 욕망이 낳은 그린란드 사태[최종일의 월드 뷰]

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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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는 무슨…트럼프 욕망이 낳은 그린란드 사태[최종일의 월드 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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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로 제작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니어처 모형과 그린란드 지도. 2025.1.27./뉴스1 ⓒ 로이터=뉴스1

3D 프린터로 제작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니어처 모형과 그린란드 지도. 2025.1.27./뉴스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북극해의 관문이자 덴마크의 반자치 영토인 그린란드는 약 217만㎢의 면적을 가진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다. 면적은 한반도 전체의 약 10배에 달할 정도로 광활하지만 섬의 약 80%가 빙하로 덮여 있고, 거주민은 약 5만 7000명에 불과하다.

미국은 북극권 진출과 천연자원 확보를 목적으로 19세기부터 여러 차례 그린란드 인수에 눈독을 들였다. 1867년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사들인 이후엔, 내부에서 매입을 논의했지만, 의회의 벽에 가로막혔다. 1910년엔 토지 맞교환 방식을 제안했지만, 덴마크가 거절했다.

미국이 군사적으로 그린란드에 개입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때다. 1940년 나치가 덴마크 본국을 점령하자 당시 헨리크 카우프만 주미 덴마크 대사는 나치 통제 하의 정부 명령을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프랭클린 루스벨트 행정부와 접촉했다.

미국은 1941년 4월 9일 '그린란드 방어에 관한 협정'에 서명하며, 섬 전역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기지를 건설하며 자유롭게 작전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이에 따라 덴마크는 독일군이 그린란드를 점령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2차 대전 이후에도 미국은 기지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냉전이 시작되면서 그린란드의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졌다. 당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1946년 1억 달러 상당의 금을 주고 매입을 제안했지만, 덴마크는 또 거절했다. 당시 매입 시도는 비밀리에 진행됐고, 1991년 국립 기록보관소 문서가 공개되며 외부에 알려졌다.

대신에 덴마크와 미국은 1951년 방위 협정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미국 당국은 △군사 목적의 구역 조성 및 개선 △기지 및 지원 인프라 건설·운영·보안 △미군 요원 주둔 및 유지 △지정된 구역 내 군사 관련 항공·해상 이동 통제 △작전 지원을 위한 항만 및 진입로 개선 권한을 갖게 됐다.


덴마크령인 그린란드의 피츠버그 지역에 설치된 피투픽 우주 기지. 2023.10.04 ⓒ AFP=뉴스1

덴마크령인 그린란드의 피츠버그 지역에 설치된 피투픽 우주 기지. 2023.10.04 ⓒ AFP=뉴스1


현재 미국은 그린란드에 1개 군사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약 150명의 미군이 상주하는 피투픽 우주기지는 미국 본토를 겨냥한 탄도 미사일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인공위성 추적 임무를 수행한다. 덴마크 왕립 국방대학의 마크 야콥센 부교수는 BBC에 "러시아가 미군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면 최단 경로는 북극과 그린란드를 통과한다"며 "따라서 피투픽 기지는 미국 본토 방어에 핵심적"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은 과거 그린란드에 약 16개의 기지를 운영했지만 소련 붕괴 이후에 대부분을 폐쇄했다. 하지만 단 몇십억 달러만 투자하면 지금도 다양한 군사 시설을 재건할 수 있다. 애틀랜틱 카운슬의 수석연구원 다니엘 프리드는 기고문에 "미국이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구체적 안보 사안도, 자원 개발 요청 거부 사례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린란드 주변에 중국과 러시아 군함이 출몰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서도 의문 부호가 붙는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지난 14일 백악관 회의에서 "그린란드 연안에 중국 군함은 없으며, 중국의 대규모 투자는 없다"고 말했다.


덴마크 국제 연구소 믹켈 룬지 올레센도 연구소 기고문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북극 전체 상황과 그린란드 주변을 혼동한 것"이라며 "실제로 그린란드 주변 해역에서 러시아·중국 군함 활동은 그렇게 활발하지 않다"고 밝혔다.

희토류 등 천연자원 확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야심을 품었다는 관측도 있지만, 그린란드의 광물 매장지는 대부분 두께 1.6㎞의 빙하 아래에 있으며, 채굴은 어렵고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결국 그린란드 매입 시도는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욕망으로 귀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공개된 NYT와의 인터뷰에서 "(그린란드) 소유권은 매우 중요하다. 성공을 위해 심리적으로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의 역사적 업적을 완성하려는 개인적 욕망과 연결되며, 영토 매입을 부동산 거래처럼 보는 사고도 엿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력 점령이라는 무리수를 감행한다면 그조차 감당하기 힘든 후폭풍에 직면할 것이다. 나토 와해와 유럽과의 무역 전쟁, 미국 내 반발 등은 충분히 예상된다. '유럽의 더 많은 군사적 기여'를 담는 방식으로 1951년 협정을 고치고, 자원 개발에 대한 미국의 참여를 높여 트럼프에게 정치적 승리를 안겨주는 방식으로 이번 사태는 귀결될 수밖에 없다.

allday3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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