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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볼 싸진다는데…주류업계는 '시큰둥'

비즈워치 [비즈니스워치 김아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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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볼 싸진다는데…주류업계는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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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까지 저도수 주류 주세 30% 감면
주요 제조사의 경우 해당 주류 비중 미미
편의점·소규모 제조사·수입사 혜택 전망


사진=BGF리테일

사진=BGF리테일


정부가 저도수 증류주에 부과되는 주세를 감면하기로 결정했다. 젊은 세대가 주로 즐기는 하이볼 등의 소비자 가격을 내려 침체한 주류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도지만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주류 제조사들은 '열외'가 될 전망이다. 감면 대상이 되는 저도수 증류주 라인업이 많지 않아서다.

하이볼 싸진다고?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28년까지 알코올 도수 8.5도 이하이면서 당분 등 불휘발분이 2도 이상인 저도수 증류주에 대해 주세를 30% 감면하는 한시적 특례를 도입하기로 했다. 편의점에서 주로 팔리는 하이볼과 저도수 과일 증류주 등이 해당된다. 주세 감면이 적용되면 소비자가 기준 15% 정도의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제조사에서 원가 1000원에 내놓은 하이볼의 경우 주세 72%와 주세의 30%인 교육세, 부가가치세 10% 등이 붙은 출고가는 약 2130원이 된다. 여기에서 주세를 30% 감면하면 주세와 교육세가 모두 줄어들면서 출고가가 약 1821원이 된다. 출고가 기준 14.5%가 저렴해지는 셈이다.

편의점들이 하이볼을 핵심 상품으로 육성하고 있다./사진=BGF리테일, GS리테일

편의점들이 하이볼을 핵심 상품으로 육성하고 있다./사진=BGF리테일, GS리테일


이번 정책의 가장 큰 수혜자는 편의점이다. 편의점업계는 최근 캔 하이볼을 주력 상품으로 육성하고 있다. 각 편의점마다 하이볼 상품을 수십개씩 운영 중이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지난해(1월~12월 29일) 하이볼 매출은 전년 대비 20% 늘었다. GS25에서도 출시 4개월 만에 160만개 이상 팔린 '안성재 하이볼'이 지난해 주류 히트 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정부의 예상대로 하이볼의 소비자 가격이 15% 떨어지면 편의점은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설 수 있다. CU는 이달 들어 '생유자 하이볼'을 3캔 구매 시 1만2000원, 6캔 구매 시 2만1000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주세 감면 뒤에는 3캔 1만원, 6캔 1만8000원까지 가격을 내릴 수 있다.

그간 하이볼의 가격대는 수입맥주보다 다소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주세 감면 이후엔 감면 혜택이 없는 수입맥주와 비슷한 수준에서 가격이 책정될 수 있다. 수입맥주가 차지하고 있던 저도수 탄산 주류 포지션을 뺏어올 수 있는 기회다. 또 캔 하이볼을 그대로 사용하는 주점의 경우에도 출고가 인하에 따른 차익을 누리게 될 전망이다.


주류 빅 3 "해당 없다"

다만 주요 주류 기업들의 경우 이번 주세 감면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할 전망이다. 주세 감면 대상이 아닌 맥주와 소주가 주력 품목이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의 경우 해당되는 주류가 없다. 오비맥주의 경우 취급 주류가 전부 맥주다. 하이트진로는 이슬톡톡 등 저도수 주류가 있지만 과실주로 분류돼 감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자몽에이슬 등 과일소주는 도수가 13도 안팎으로 기준치인 8.5도를 웃돈다.

롯데칠성의 경우에도 하이볼과 비슷한 제품인 '순하리 레몬진 4.5'와 '순하리 레몬진 7.0'이 있지만 이슬톡톡과 마찬가지로 과실주로 분류된다. '별빛청하'와 '로제청하 스파클링'의 경우에도 도수는 낮지만 증류주가 아니기 때문에 제외된다. 유일하게 롯데칠성의 위스키 브랜드인 '스카치블루'를 이용한 하이볼 '스카치하이 레몬'과 '스카치하이 진저라임'만 감면 대상에 포함되지만 매출 비중이 미미해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할 전망이다.

맥주와 소주가 메인인 대형 주류사들/그래픽=비즈워치

맥주와 소주가 메인인 대형 주류사들/그래픽=비즈워치


주류 대기업들의 경우 캔 하이볼이 주세 감면 혜택을 받으면서 가정 시장 매출 비중이 높은 저도수 주류의 매출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평소에 청하나 과일소주 등 저도수 주류를 즐기던 소비자들이 가격 인하 효과로 하이볼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주세 감면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도 있다. 기준 도수를 8.5도로 정하고 '증류주'에만 감면하기로 한 게 주류 대기업들의 과실주나 과일소주 등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도수 주류 소비를 권장하기 위한 것이라면 도수만 기준으로 해도 될 텐데 '증류주'라는 허들을 둔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다"며 "핀포인트로 편의점과 하이볼 제조사만 혜택을 누리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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